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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6호 취재수첩]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우리

※ 기자들의 취재 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취재수첩'이 새롭게 연재됩니다.

 

얼마 전 편의점에 들르기 위해 잠깐 집 밖으로 나섰다가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탓이다. 코로나19가 세상을 한바탕 뒤집어 놓았는데도 나는 이따금 마스크 착용을 잊어버리고야 만다. 사실 나에겐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병원 신세를 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보다도, ‘당신은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느냐’는 비난의 눈초리가 보다 현실적인 압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타인과 공동체의 감염을 염려한 태도라기보다는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일정 부분 강제되는 것에 가깝다. 다만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확진자들과 내일은 ‘2단계’일지 아니면 ‘2.5단계’일지를 두고 전전긍긍하는 자영업자들처럼 더 어렵고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귀찮고 번거롭지만 마스크를 챙긴다.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장학금’ 명목이지만 이는 ‘등록금 감면’과 같은 조치다.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 고지서에서 ‘공제’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학생은 없다. 지급방식이야 어찌 됐든, 특별장학금 지급에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의 존재는 문제다. 우리학교는 2학기에 등록한 학생에게만 특별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로 인해 대치등록을 하고 복학을 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원격수업을 통해 한 학기를 보내야 함에도 등록금을 감면받지 못하게 됐다. 자연히 형평성 논란이 뒤따랐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특별장학금 지급을 위해서는 나름의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모두가 힘든 상황인데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대학생들’이라고도 했다.

 

코로나19는 어쩔 수 없는 재난이 분명하고, 원격수업 또한 개강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이 ‘어쩔 수 없음’은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1천억원이 넘는 누적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은 스무 곳이다. 이 중에는 우리학교도 들어 있다.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대학생 1인당 학자금 채무 비율은 1천78만원에 달했다. 이 순간에도 꿋꿋이 학업을 이어나가는 ‘이기적인 학생들’에게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유독 가혹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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