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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보통사람이 된 왕들

권위의 실추인가, 사극의 현대화인가?


사극 속 왕들이 ‘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왕의 권위는 때로 한낱 내시보다도 하찮게 보인다. 장차 보위에 오르실 지존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내시나 다모 따위밖에 될 수 없는 미천한 집안의 자식들이다. 갈 데 없는 화전민의 아이들(이산) 또는 역적의 아들로 태어나 숲 속에 버려진 무녀의 양자나 몰락한 양반의 딸(왕과 나)만이 어린 왕의 ‘동무’들이었다. 사대부들은 그저 소품일 뿐 왕의 친구도 왕의 스승도 모두 내시와 나인들이다. 왕의 ‘사랑’마저 언제나 궁 밖에 있다. 심지어 왕의 사랑과 ‘합궁’에까지 내시가 깊숙이 개입한다.

현재 SBS는 월화극 ‘왕과 나’를, MBC는 월화 ‘이산-정조대왕’· 수목 ‘태왕사신기’를 편성하면서 사극 전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세 드라마는 제목부터 파격적이다.

‘왕과 나’는 왕을 ‘나’와 동격으로 보고 있다. 조선 국왕은 주인공인 내시 김처선과 동급일 뿐 아니라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과 같은 눈높이다. 그리하여 훗날 성종이 될 자을산군은 내시와 옷을 바꿔 입고 저잣거리로 나가고, 내시가 될 김처선은 곤룡포를 입고 잠시나마 왕 행세를 한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식의 옷 바꿔 입기는 얼핏 낭만적인 에피소드처럼 보이지만, 개연성을 따지자면 하늘과 땅이 뒤집힐 일이다. 2007년의 사극에서 조선의 왕은 한낱 ‘의상’으로만 남은 셈이다.

‘태왕사신기’는 우리 민족의 시조라는 하느님의 아들 환웅을 카리스마 대신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로 그려냈다. 장차 광개토왕의 왕비가 될 수지니는 시장통의 선머슴처럼 그려졌다.

‘이산’은 제목만으로도 놀랍다. 이산, 그 낯선 이름이 조선 22대왕 정조의 휘라는 사실을 ‘이산’ 방영 전에 아는 이가 얼마나 됐을까? 조선의 르네상스를 불러온 대왕을 감히 ‘이름’으로 말한다는 기획의도부터가 파격이다. 왕의 이름은 부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무시하며 매회 힘주어 ‘이산’이라고 지칭하는 연출의 의도는 세손(이서진 분)을 그저 외롭고 힘없는 한 개인으로 보이게 한다.

한낱 ‘보통사람’이 된 왕들은 일찌감치 어린 시절에 운명적 사랑을 만난다. ‘태왕사신기’는 ‘쥬신의 별’께서 신화시대로부터 삼각관계를 정해 주셨고, ‘왕과 나’와 ‘이산’은 우연히 백성들이 사는 세상에 구경 갔다가 만난 여자아이를 평생 못 잊고 사랑한다. 게다가 ‘왕의 여자’들에게는 하나같이 따로 ‘정인(情人)’이 있다. ‘왕과 나’는 내시 김처선(오만석 분)을 ‘이산’은 시정잡배 대수(이종수 분)를 감히 왕의 연적으로 두었다.

그러나 열 살 남짓에 결정된 첫사랑과 우정은 왕의 인간관계나 행동반경을 사정없이 좁혀버리고 말았다. 위대한 대왕들께서 2007년의 사극에서는 로맨스와 인간미에 발목이 잡혀 ‘근정(謹政)’은커녕 소소한 개인사로 입방아만 찧고 계신 이유다. 국왕의 인간미를 드러낸다는 기획의도를 살리려면 역설적으로 왕의 위엄이 살아야 한다는 점, 이것이 현재 왕보다 왕의 ‘연적’이 더 돋보이는 세 드라마의 딜레마다.




[아름다운 문화유산] 대구시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위치한 옻골마을은 자연생태, 사회생태, 인문생태를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경주최씨의 종가가 살고 있는 이곳의 마을숲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비보숲이다. 비보는 부족한 곳을 보완하는 신라 말 도선 풍수이자 중국과 다른 우리나라 풍수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남쪽에 느티나무를 심어서 마을의 숲을 만든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좋지 못한 기운과 홍수를 막기 위해서다. 3백 살의 느티나무가 모여 사는 마을숲은 아주 아름답다. 숲과 더불어 조성한 연못은 홍수를 막는 기능과 더불어 성리학자의 정신을 담고 있다. 성리학자들은 중국 북송시대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에 따라 진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연꽃을 닮기 연못에 심었다. 마을숲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는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성리학의 상징나무다. 회화나무는 학자수라 부른다. 중국 주나라 때 삼공이 천자를 만날 때 이 나무 아래에서 기다렸고, 선비의 무덤에 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옻골처럼 조선의 성리학자와 관련한 공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다. 회화나무를 지나 아름다운 토석담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백불고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