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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조짐 속 리비아 사태의 향배는

카다피 반격으로 새로운 국면 돌입 양상
내전 이은 상황반전과 2개 국가체제 갈림길
협상 통한 권력분점 등 새 해결 가능성 솔솔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 지난달 중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수세에 몰렸던 무아마르 카다피 세력이 반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리비아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 세력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반군에 대해 `제한적'으로 압박을 가하며 명망가를 내세워 대화를 제의하는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반군 측은 카다피와의 협상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어 이번 사태는 단기간에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러시아와 중국 등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에 반대하는데다 자체 이견 등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반군을 측면 지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 점도 리비아 사태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확대시키고 있다.

◇장기 내전으로 가나 = 카다피는 지난 주말부터 반정부 세력이 장악하고 있던 수도권 도시 자위야와 제3의 도시 미수라타, 동부 지역 도시 빈 자와드에 정예 부대를 투입, 반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수도 트리폴리의 서쪽 관문인 자위야와 석유시설이 있는 미수라타에는 카다피 친위부대가 장갑차와 탱크를 앞세우고 진격해 들어가 자동화기와 로켓추진형 유탄발사기로 맞선 반정부 세력을 몰아붙였다.

이 두 도시를 어느 쪽이 차지했는지에 대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두 곳의 전투에서 반군은 화력의 열세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동부 전선인 빈 자위드 지역에서 지난 6일 치러진 전투에서는 그간 승전만을 거듭하며 트리폴리를 향해 진격하던 반군 세력이 첫 패배를 맛보았다.

카다피 측 무장 헬리콥터의 기총소사와 정예부대인 카미스 여단의 화력에 밀린 반군 세력은 10여 명의 전사자를 남긴 채 빈 자와드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석유수출항 라스 라누프로 퇴각한 것이다.

정부군은 7일에는 라스 라누프에 전투기를 보내 반군의 근거지 인근에 폭탄을 투하하며 반군 세력을 위축시켰다.

반군 측은 카다피 친위부대의 지상군과는 대적할 수 있겠으나 제공권을 장악한 공군력에는 역부족임을 실감하고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고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반대하고 있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카다피 측이 무장력의 절대적 우위를 앞세워 반군 세력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가능성도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전면적인 내전이 벌어져 반군이나 민간인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면 리비아 민심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는데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높아져 서방 등의 군사적 개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카다피 측이 충분히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다피 측은 반군과의 전투에서 전력을 쏟아붓기보다는 몰아치고 빠지기 식 전술을 구사하거나 어느 정도 공격을 하고 나면 추가적인 압박을 자제하는 등 공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전투기 공격도 초기에는 총기류가 반군의 수중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부 지역의 군 기지 무기고를 정확히 타격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반군 세력의 근거지 근처에 폭탄을 투하하는 `겁주기 '식 공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반군은 이런 카다피의 공세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카다피의 아성인 트리폴리 함락이라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어 양측 간의 교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가능성은 없나 = 카다피 세력은 반군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동시에 7일 국영TV에 동부 지역 출신의 명망가인 자달라 아주스 알-탈리 전 총리를 출연시켜 대화를 제의하는 유화책을 내놓았다.

1980년대에 총리를 지낸 알-탈릴은 TV에 나와 "더 이상의 유혈 사태나 외국인들이 들어와 리비아를 다시 차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국가적 대화의 기회를 달라"고 반군의 본거지 벵가지에 있는 원로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반군의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 측은 "우리는 어떤 대화든 카다피의 퇴진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런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반군 측은 그간 카다피와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 측과의 대화도 카다피가 물러나야만 가능하다는 강경한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카다피 세력과 반군 간의 대화가 성립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압둘 일라 카티브 전 요르단 외무장관을 특사로 임명하고 리비아 사태를 전담토록 하면서 양측간의 대화 중재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카디프 특사는 이르면 이번 주중에 리비아를 방문, 카다피 측과 반정부 세력 측을 각각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정부는 또 인도적 분야에 대한 유엔 실사팀의 조사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조만간 실사팀의 현지 방문도 성사될 전망이다.

카디프 특사의 노력에 따라 양측 간의 대화 테이블이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극적으로 양측 간의 협상이 시작된다면 의제는 일각에서 제기한 리비아의 동-서 분할보다는 정치개혁과 관련한 내용이 주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카다피 측이나 반군의 국가위원회 측은 모두 국가의 분할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군 세력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통한 카다피측 공군의 폭격 등을 제지해 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하면서도 지상군 투입 등 직접적인 외세 개입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 카다피 측이 군사력 자체로는 확실한 우위에 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을 포함한 전체적인 세력에선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점도 협상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유럽 등 서방도 리비아에 얽히고 힌 국가 및 기업 이익이 엄존하고 있고 카다피에 적대적인 미국 조차도 내심으론 손익계산에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인 점도 협상을 통한 해결 모색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카다피는 지난 2일 국영TV를 통한 연설에서 헌법 도입이나 법률 문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5일 동부의 도시 알-바이다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로 시작돼 만 3주째 접어든 이번 사태가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태 전개 방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더욱 높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