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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한글날을 대하는 모순된 태도

하버드대의 라이샤워, 시카고대의 매콜리 등 세계의 저명학자들이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라 격찬할 정도로 한글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는 이미 한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고, 문맹퇴치에 기여한 사람들에게는 ‘세종대왕상’을 수여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한글날을 본받아 2000년부터 매년 2월 21일을 ‘세계 모국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로 정해 그 의미를 기념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글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듯 하다.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1990년 11월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되었다. 그 후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15년 만에 한글날이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승격된 것이다.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백60돌을 맞는 해라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정부의 ‘훈민정음 반포 5백60돌 한글날 경축식’을 비롯해 한국은행과 정보통신부는 국경일 승격 기념주화와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또한 국립국악원의 용비어천가 복원·재현 행사, 방송사의 특집방송, 연구발표회 등의 학술행사도 열렸다.
이처럼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있었지만 교육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많은 대학교들은 국경일로 승격된 한글날을 어떻게 대했는가? 국경일 승격을 축하하는 많은 기념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한글의 중요성을 인식해야할 대학들이 조용하게 한글날을 보냈다. 우리대학의 한글날도 여느 대학처럼 긴 연휴가 끝난 월요일에 지나지 않았다. 공휴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경일로 승격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세계 1백91개국 중 약 1백10개국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고 한다. 모국어를 가진 국가도 적지만 한글처럼 모국어의 역사가 정확히 기록되어 있는 나라도 드물다. 국경일이 된 한글날을 한글과 관련된 몇몇 사람들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한글을 마음에 다시금 되새기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