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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세상] ‘영끌’할 수 없는 청년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멀어져 가는 내 집 마련, 

 

주거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고민해야

 

서울에 올라와 산 지 20년이 넘었는데 아직 내 집이 없다. 첫 문장을 써놓고 보니 그동안 뭐했나 싶기도 한데, 처음 서울역에 내렸을 때 수많은 건물들을 보며 생경했던 기억부터 난다.  그 건물들을 보며 ‘서울 하늘 아래 왜 내 집 하나 없지’ 하고 읊조렸는데 그 후로 오래 흐를지 몰랐다. 대학생 때는 하숙비가 높았고, 취직 뒤에도 월세가 높았다. 

 

아무 궁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30대 초반에는 가진 돈이 없었고, 그 뒤로는 하늘 위로 날아가는 집값을 쳐다보다 쫓아갈 타이밍을 놓쳤다. 아마 지방에서 서울로 향한 청년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지 않을까. 

 

청년주택은 그래서 중요한 정부 정책 가운데 하나다. 2030세대가 주거 걱정 없이 미래 자립 기반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많은 청년들이 몰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월급을 받더라도 많은 비용을 월세로 지불해야해 돈을 모아 전세로 갈아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발표한 1인 가구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혼자 사는 20대의 66.5%, 30대의 49.8%가 월세로 사는 형편이다.  

 

최근 서울의 한 지하철역 근처에 만들어진 호텔 리모델링형 청년주택은 그래서 관심을 받았다. 10층 122세대 규모인 이 주택은 임대료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35만 원 선이었다. 주변 시세에 견줘 저렴하다. 또 공유작업실과 커뮤니티카페 등 입주자들이 교류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곳을 소개한 기사의 댓글들은 실망이 많았다. “어머 지들은 강남 아파트에 살고, 국민은 고시원”, “지금 부족한 집은 1인 청년 자취집이 아니라 3~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쓰리룸 아파트다”, “공유주방은 부모님집 화장실보다 더 더러워질 거다”…. 아파트 부족, 전세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 주방과 세탁기가 따로 없이 주방과 세탁공간을 함께 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청년주택이란 무엇일까. 일단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을 살펴보면 “청년들이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임대보증금을 지원하고, 청년들의 활동을 응원하기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한 곳”으로 정의했다. “살면서 일자리도 구하고 놀 수 있는 ‘청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야무진 계획도 넣었다.

 

그렇다면 댓글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셈이다. ‘영끌(영혼까지 빚을 끌어)’로 집을 마련한다는 시기지만, 사실 영끌까지 가능한 청년이 얼마나 될까. 언론은 청년들까지 ‘패닉 바잉’(공포 구매)에 나선다고 하지만, 아무리 영끌을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를 혼자 힘으로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관심 있게 봐야할 일은 호텔 리모델링형 청년주택이 모델하우스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일이다.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일부 청년만 혜택을 받는다면 ‘눈가리고 아웅’이다.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시민단체들은 “노무현 정부 말 공공임대 주택 재고량이 전체주택의 5%(2007년)였는데, 10년이 지났지만 7.5%(2018년)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의 충분한 공급과 질적 개선으로 푸는 것도 대안으로 고민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