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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로 세상을 다채롭게!

‘회색빛’ 대명동이 안타까웠던 학생들

낡은 건물 사이 톡톡 튀는 그래피티로

환경개선과 문화예술 활성화 동시에

 

그래피티=낙서? “시민을 위한 거리예술”

불법·민폐 딱지는 그래피티에 대한 편견

“가게 앞이 훤해졌다” 주민 반응도 좋아

 

회색빛 도시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다. 지난 5월 대명공연거리 곳곳에 들어선 그래피티(Graffiti)의 영향이다. 낡은 골목 사이를 톡톡 튀는 개성으로 채운 이들 그래피티는 우리학교 미술대학에 재학 중인 백승현(회화·3), 최준의(회화·3), 김민제(회화·4) 씨의 작품이다. 세 사람은 노후화된 대명동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자신들의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그래피티 포토존 프로젝트’를 구상, 우리학교 LINC+ 사업단이 주관한 ‘2020 리빙랩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응모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후 학생들은 대명3동 조상용 통장, 남구청 임혜경 팀장, 대명공연예술단체협의회 김현규 사무국장 등 지역 관계자들과 함께 그래피티 설치가 가능한 구역을 논의하고 지역민들의 동의를 얻은 뒤 약 5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남구 계명중앙1길 일대에 총 3종의 그래피티를 남겼다. 앞당겨 찾아온 더위가 몸을 달구던 지난 5월 28일, 대명캠퍼스를 찾은 기자들은 예술로 세상을 바꾸는 팝(POP)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삭막한 도시에 색을 입히다

백승현 씨는 평소부터 노후화된 대명동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명색이 미대와 공연문화거리가 있는 곳이 이렇게 삭막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팀을 꾸리기 전까지 캡스톤 디자인 수업을 통해 그래피티를 그렸는데, 그릴 장소가 마땅치 않고 지자체에 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법이 되는 통에 답답함을 느꼈어요. 그러던 중 대명동의 노후화된 건물들 틈에 그래피티를 그리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바로 사람들을 모았죠.” 더욱이 그래피티는 붓과 페인트를 사용하는 벽화와 달리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기에,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오래도록 방치된 벽에도 쉽게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피티는 벽화에 비해서 좀 더 즉흥적이고 개성적인 성격이 강해요. 그래서 완벽한 구도와 깔끔함을 추구하는 벽화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팝’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좋죠. 대명동에는 이런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최준의 씨는 백승현 씨와 같은 수업을 듣던 중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원래부터 마음이 잘 맞는 편이었던 둘은 그래피티를 통해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됐다. “그래피티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미술이 취미였던 덕분에 더욱 즐겁게 작업에 임했던 것 같아요.”

 

김민제 씨는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과 더불어, 복수전공이었던 사진미디어과의 특성을 살려 조금씩 바뀌어가던 현장의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그림과 사진 촬영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김민제 씨의 반응은 뜻밖이다. “제가 성격이 급해서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편인데, 힘들고 하기 싫으면 잘 안하려고 해요. 그런데 이번엔 정말 좋아서 한 일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없어요. 오히려 즐겁고 행복했어요.” 이런 그가 그래피티 작업에 뛰어든 계기는 그래피티에 담긴 ‘저항 정신’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그래피티는 주류보다 서브컬처에 가까워요. 그래서 몇몇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그래피티는 항상 범불법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이런 저항적이고 비판적인 성격 덕분에 그래피티에 더욱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 ‘낙서’가 아닌 ‘거리예술’

그래피티는 흔히 ‘낙서’ 혹은 ‘범죄’로 치부되는 경우가 잦다. 대부분의 그래피티는 인적이 드물고 구석진 곳에서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때가 많다 보니, 도시미관을 해치고 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탓이다. 실제로 그래피티로 뒤덮여 있던 1980년대의 뉴욕 지하철은 우범지대로 악명이 높았는데, 1994년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낙서 등의 사소한 범죄가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에 근거하여 그래피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백승현 씨 또한 그래피티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공공장소에 하는 낙서’에 가깝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술 전공자로서 낙서라는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거리예술’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 그래피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땐 주민들의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동네를 꾸며준다는 말을 듣고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았어요. 저희가 작업을 할 때도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없었구요. 오히려 방치되고 노후화된 건물에 생기가 돋아서 보기에 좋다고들 하셨어요(웃음).” 나아가 그는 그래피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가 예술의 도시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래피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다는 게 여러모로 아쉬워요. 서울 이태원에는 그래피티를 위한 거리가 있는데, 대구에도 이태원처럼 자유롭게 그래피티를 그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문화예술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김민제 씨도 그래피티가 가진 불법적인 이미지 탓에 주민들로부터 안좋은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작업에 들어가자, 나이를 불문하고 프로젝트팀을 격려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피티가 불법적이고 민폐가 된다는 이미지 때문에 행인들에게 ‘이런 걸 벽에다가 왜 그리냐, 허가는 받고 하냐’는 지적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들 반겨주시더라구요. 한번은 어느 가게 셔터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나오시더니 가게 앞이 훤해졌다며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복병은 청소였다. 폐건물이 위치한 곳에서 주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쓰레기를 치우다가 하루를 다 보내는가 하면, 그림을 그려야 할 벽 앞에 주차된 차량 탓에 애를 먹기도 했다. 최준의 씨는 이런 과정을 통틀어 “노가다”라고 설명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청소가 가장 힘들었어요. 오래 방치된 건물이다 보니 곳곳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이걸 치우는 데만 시간을 꽤 많이 소비했는데, 기껏 치워놔도 다음날이 되면 또 생겨있더라구요(웃음). 원래도 미술 전공자 사이에서 그래피티는 막노동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실감했어요.”

 

 

 

미술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이자

앞으로의 삶을 함께할 동반자

“그림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명”

 

 

● 미술은 삶이자 소통이다

“어릴 때부터 말이나 글보다 그림을 즐겼어요. 왜 굳이 말과 글에 비교하느냐 하면, 제게 미술은 제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이기 때문이에요.” 백승현 씨는 어린 시절에 경험을 언급하며 미술을 전공한 계기를 밝혔다. 미술이 언어라면, 달리 말해서 타인과의 소통을 매개하는 수단이라는 의미가 된다. “제가 미술을 하는 이유는 결국 평범한 시민들이 예술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고, 굳이 미술관에 찾아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예술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최준의 씨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가 취미였지만, 미술을 전공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형이 우리학교 회화과에 재학 중이었던데다, 부모님 또한 미술을 권유한 덕에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그런 최준의 씨에게 있어 미술은 “앞으로 밟아가야 할 길”이다.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취미생활인 동시에, 미래에는 나의 생계를 책임질 수단이 되는 까닭이다. 그렇게 최준의 씨에게 미술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동반자”로 남게 됐다.

 

진로가 불투명했던 김민제 씨는 가족의 영향으로 미대에 진학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미술을 준비했던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앞으로 뭘 하면 좋을지 뚜렷한 계획조차 없었어요. 하지만 큰누나가 디자이너이고, 작은누나는 동양화 작가였던 덕분에 평소에 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자연히 미술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 그에게도 미술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술분야 종사자들에게 미술은 곧 삶이고 삶의 이유에요. 작가가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듯, 미술가는 그림으로 드러내잖아요. 그림이 곧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명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 각자의 목표를 향해

백승현 씨는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쪽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래의 미술은 다양한 영역, 특히 디지털과의 접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NFT(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토큰)와 미술이 결합해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고 있는데, 여태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미술이 출현한 것이죠. 이처럼 다양한 예술적 경향을 두루 접하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해외유학도 가보고 싶구요(웃음).”

 

반면 최준의 씨는 졸업 후 곧바로 전업 작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백승현 씨와 마찬가지로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닌만큼, 일찍이 미술계에 자리를 잡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그는 회화과가 학생들에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회화과는 타 분야와의 교류가 소극적인 것 같아서 아쉬워요. 학교 측에서 다른 미술 분야와 접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김민제 씨는 욕심이 많다. 미술 분야 뿐만 아니라 스포츠, 문예 창작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워낙 배우고 싶은 게 많다 보니 버킷리스트가 가득 찼어요. 일단은 보드를 배우고 싶네요. 이건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보드를 타고 가면서 그래피티를 그리는 모습도 상상해요(웃음). 또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문예 창작도 노려보고 싶네요.” 이처럼 꿈이 많은 그는 빽빽한 일정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다음주(5월 28일 기준)에 서울에서 사진미디어과 졸업 전시가 열리고, 회화과도 11월 중 졸업전시를 진행해요. 무사히 졸업전시회를 끝내면 대학원에 진학해 설치미술을 전공할 계획이고, 창작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해 창작 활동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