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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 이용대가 논란분석

망 이용대가 논란, 화살은 어디로?
법안 발의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논의 이뤄져야

 

" 망이용대가 논란은

단순히 콘텐츠제공사업자와 통신업자 간의 다툼이 아니라

사회적 파급효과와 이에 영향을 받을 콘텐츠 이용자를 중심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

 

● 망 이용대가, 무엇인가?

최근 콘텐츠제공사업자(Content Provider: CP)가 통신업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법안 발의로 인하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표류 중인 가운데,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관련 법에 대한 반대 서명 운동이 27만 명이 넘어서고 있다. 망 사용료 또는 망 이용료, 망 이용대가 등 우리에게는 낯선 용어가 언론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일정 금액의 접속료를 통신업자에게 지불하고 약정된 계약에 따라서 통신사의 망에 접속하여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와 통신업자 사이에 약정한 대역폭에서 사용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러한 통신사 망 사용자의 지불은 망 접속료로 볼 수 있다. 반면, 최근 입법 논의가 되는 망 이용대가(망 사용료)는 일반인과 통신업자 사이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통신업자(ISP) 사이 발생하는 이용대가를 의미한다. 영상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이 국내 트래픽에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콘텐츠제공사업자는 트래픽에 따른 망 사용료를 통신업자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는 통신업자에게 이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이 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에게도 망 이용대가를 의무적으로 지불해야한다는 법안으로 인해 발생하였다.

 

● 법안의 핵심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은?

현재 국회에서 망 이용대가에 대한 의무화 관련 법안은 7건이 올라와 있다. 최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 간 자율적인 계약을 보장하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행위,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 정당한 대가의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다른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법 적용 대상이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백만명 이상,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1백분의 1(1%) 이상 등의 대규모 콘텐츠 사업자(CP)로 제한하고 있는 등 그 내용이 다양하다.

 

망 이용대가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기에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이 유발되는 것일까.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크게 통신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있다. 먼저 통신업자들은 콘텐츠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 트래픽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 과도한 네트워크 증설 비용 부담이 초래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콘텐츠제공사업자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미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의 경우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연간 7백억 원과 3백억 원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게도 망 이용대가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외 콘텐츠제공업자는 이용료 부과에 대하여 당연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콘텐츠 이용자들은 이미 망 접속료에 대한 요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용료가 부과될 경우 한국에서의 사업운영 방식의 변경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놓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1심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했지만 다시 항소를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 관련 법안 통과 시 영향은?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이 통과될 시에 국내외적인 파장이 예상된다. 가장 먼저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한다면 결국 그 비용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 좋은 콘텐츠는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고 따라서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게 된다. 이럴 경우 더 많은 망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결국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까지 오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표적인 콘텐츠 제작업체인 유튜브의 경우 망 이용료 부과로 인해 크리에이터 지원이 줄어들게 되는 등의 국내 투자 감소와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감소, 이용하는 이용자의 효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는 망 이용대가를 부담해왔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것이며 이는 결국 국내 콘텐츠 기업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편 국외 기업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법제화할 경우 국제적인 분쟁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콘텐츠제공업체가 해외에 진출할 경우 현지 통신업자로부터 동일한 비용압박을 받을 수 있는 등의 보복적인 조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해당 법안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업체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의 미국 콘텐츠제공사업자인데 일각에서는 자칫 한미 FTA에 대한 위반으로 공격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본다.

 

●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현재 망 이용대가를 놓고 콘텐츠제공업체와 통신업자 간의 입장 차이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서도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찬반 의견 역시 분분하다. 망 이용대가 법안을 시간을 가지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신중한 접근이 존재한다. 반면 일부 의원의 경우 글로벌 콘텐츠제공업체가 우월한 지위에 있고 현재는 국내 일부 기업만이 선택적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과 역차별 방지 차원에서 거대 해외 콘텐츠제공업체에게도 동일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콘텐츠제공업체의 망 무임승차 논의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빅테크 콘텐츠제공업체의 트래픽 점유가 커지는만큼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입장이고 이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란은 단순히 콘텐츠제공사업자와 통신업자 간의 다툼과 해당 법안을 통과할지 여부에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망 이용대가 법안이 통과될 시에 발생될 사회적 파급효과와 이에 영향을 받을 콘텐츠 이용자를 중심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지속적인 논란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서둘러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보다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한 망 이용대가 법안이 통과되어 콘텐츠제공업체가 통신업체에게 비용 부담을 이유로 수수료나 이용요금을 인상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 역시 필요하다.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적으로 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전 세계 최초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항상 세계 최초와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한국 문화에서 이번만큼은 망 이용대가 법안에 대해 천천히, 보다 심도있게 논의되어 졸속의 우려가 없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