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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학, 폐지해야 하는가?

경찰대학이 존폐문제는 국가예산과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과 분배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경찰대학교 폐지에 관한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검경수사권조정 및 경찰공무원법의 개정 등과 맞물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국 80여개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과 그 졸업생의 입장에서도 매우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그 결과를 주목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경찰대학에 관한 설명과 그 존치의견, 폐지주장, 그리고 경찰행정학 전공자와의 상관성 등에 대하여 순서대로 기술하기로 한다.


경찰대학은 1979년제 제정된 경찰대학설치법에 의해 설립되었고, 1981년 3월에 제1기생 1백20명을 모집한 이래 현재 26기까지 2006학년도 신입생을 모집, 교육 중이다.


경찰대학의 설립 당시 정부는 경찰의 전문화와 수사권 독립 등을 위해서 정예인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고,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병역특혜, 사관학교식 교육, 학비전액 무료 등의 파격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경찰대학의 졸업생은 모두 경찰공무원의 초급관리자 계급에 해당하는 경위로 임용되는 데 현재까지 총 2천4백08명이 배출되었다. 경찰대학의 입학정원은 개교 이래 지금까지 동일하나 1989년부터는 1백20명 중 5명을, 그리고 1997년부터는 12명의 여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경찰대학의 존치의견은 주로 경찰대학 출신들이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 전문성, 시민으로부터의 신뢰성 확보 등을 위해서는 자신들과 같은 우수한 경찰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과정에서 경찰에 대하여 경찰이 법률적 전문성이 부족하여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거가 바로 자신들이라는 입장이다.


즉,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자질부족 시비를 잠재우는 것이며, 실제 지금까지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에서도 경찰대학 출신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이 “88 정치적 중립화 선언" 등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고,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경찰의 문화를 개선했으며, 경찰기획, 정보 등의 분야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하여 전반적으로 경찰조직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찰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으나 2000년대 이후부터는 매우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정치권에서도 공청회와 국정감사 등을 통하여 경찰대 폐지를 경찰청에 제안하기도 했다.


정치권 및 경찰학계, 그리고 경찰내부에서 제시되는 경찰대 폐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신규 채용 순경의 90% 이상이 대졸 출신이므로 고급 인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경찰대를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또한 과거 군대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하나회를 결성하여 세력화 했던 부작용이 이미 경찰 내에서도 경찰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이미 그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총경이상 고위직 승진에서 병목현상이 심화되어 경찰대 출신들이 조기에 퇴직할 수 밖고, 이는 국가적 예산 및 인력낭비라는 것이다.


그리고 1990년 국공립 사범대 졸업생에 대한 교사임용고시 제외가 위헌이므로 이들 역시 임용고시를 쳐야 한다는 헌재의 판결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찰대학 졸업생 역시 졸업과 동시에 모두 경위에 임용할 것이 아니라, 다른 일반대학 출신과 같이 간부후보생과 같은 임용고시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 등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것과 같이 양 쪽 모두 상당한 설득력이 있으나 폐지 측의 의견이 더 사회적 지지를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경찰행정학 전공자들의 진로와 연계하여 문제를 정리하기로 한다.


우선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성을 고려해야 한다. 경찰 조직의 간부가 대학 졸업자의 능력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면 그 능력과 전문성, 학력을 가진 누구나에게 선택의 기회는 보장되어야 하며, 경쟁조건 역시 동등해야 한다.


다음으로 검찰과의 수사권조정이나 경찰의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경찰대를 구태여 존치할 이유는 이미 해소되었다고 본다. 오히려 대학에서 4년 동안 경찰행정학을 체계적으로 전공한 인력을 전국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경찰의 전문성과 시민과의 친화력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경찰의 업무는 시민에 대한 서비스이지, 군대처럼 가상의 적을 염두에 두고 전쟁을 치루는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지방자치행정 및 자치경찰제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경찰대학 출신의 국가경찰 보다는 지역의 경찰행정학 전공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방자치제나 자치경찰제의 본질이 지역주민의 의사를 관련정책에 반영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 한다면 무엇보다 지역주민에게 공무담임권이 우선적으로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구 지역의 경우 계명대학교 경찰학부를 포함하여 10여개의 관련 학과가 4년제 대학교 및 2년제 전문대학 등에 개설되어 있다.


따라서 일정비율에 한해서 이들 학과의 졸업생들을 지역의 자치경찰공무원으로 우선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이 경우 당연히 공개경쟁채용의 형태를 거쳐 특혜시비를 없애고, 전문적 인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제도의 정착은 현행과 같이 경찰대학을 운영, 존치하여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대학은 모집인원을 줄이거나, 모집인원을 유지하더라도 졸업 후 임용고시와 대학성적 등을 고려하여 순경부터 경장, 경사, 경위 등으로 차등 임용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신입생의 일정 수는 현직 경찰공무원이나 경찰행정학 전공자 중에서 선발하여 일정기간 교육 후 이들을 승진임용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경찰대학의 존폐문제는 이미 경찰대 출신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예산과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과 분배라는 측면에서 시급히 검토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어렵겠지만 지혜를 모아 이 문제를 풀어야 하며, 특히 경찰이 먼저 나서서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란 옛 어른들의 말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