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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공계 기피 현황과 문제점 및 해소 방안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도와 평생지원 시스템 구축해야

21세기는 과학기술정보화 시대로 국가 경쟁력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이 주요 결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태에서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진국 국가 모임인 OECD에 가입한 국가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과 더불어 1960년대 초 경제개발 시대부터 배출된 이공계 졸업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결과다.

그동안 1차 산업사회에서 공업화시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공계인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잉여인력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공과계열의 취업이 잘되어 고등학교, 대학에서의 이공계 선택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의 경제발전이 이루어진 현재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가 발전에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현황을 분석하여 대책을 강구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관련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원인과 대책에 관한 여러 자료와 책자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면 그 심각성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현황


우리나라는 97년 IMF 이후 이공계 기피현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산업계 경제사정이 어렵게 되자 연구 인력을 우선적으로 구조 조정하여 이공계 인력에 대한 직업 안정성이 훼손되어 과학기술계가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또한, 이때부터 경제논리가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 투입대비 산출량을 비교하여 직업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풍조가 만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청소년들은 공부하기도 어렵고 대학입시에서 불리한 과학과목을 멀리했고, 노력에 비해 사회적 대우가 낮은 이공계열보다는 의학, 법학, 경제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우수 과학기술인재들도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으로 사기가 많이 저하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공계 기피현상은 단순히 고등학생들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이미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서도 이공계 기피현상을 볼 수 있다. 의과대학의 경우 타 분야 전공자를 편입 받아 교육시키는 제도가 도입된 이래 생물 및 화학 분야 등의 전공 대학생들이 편입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한국 과학기술인력의 해외 유출 현황을 살펴보자. 한국의 주력산업 분야 중 하나로 정착된 IT분야에서 많은 고급인력들이 유학 등 해외진출을 꾀하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가 귀국하는 비율이 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새로운 산업 및 첨단과학 분야의 고급인력 공동화가 매우 우려되는 실정에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고급인력 해외 유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일선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적합한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귀국하겠다는 과학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공계 고급인력에 대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공계 기피현상과 과학기술인의 사기 저하와 이공계 교육의 질이 저하됨에 따라 향후 이공계의 인력난을 초래하고, 핵심 첨단과학 산업의 침체를 일으켜 결국 국가 경쟁력의 저하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 인력수급의 위기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대략 몇 가지의 사례를 들어 보면 첫째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보상체계가 왜곡되어 노력하는 만큼 적절한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점이며, 둘째는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사회적 지위와 인식이 저하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셋째로 현장 과학기술인력이 가장 압박감을 받는 부분인 고용안정성의 감소를 들 수 있고, 마지막으로 대학 입시 및 이공계 창의성 교육 실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원인

과거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한국의 과학기술 인력은 정말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어쨌든 ‘70년대에는 한국의 최고 통치권자가 연구현장을 직접방문, 과학기술인력의 사기 진작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과학계의 의견이다. 현재는 지식집약산업이 21세기 한국의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구호임에도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대우는 오히려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먼저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초년생들의 초임을 살펴보면 인문사회계열보다 적은 수준이다. ‘6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그때는 산업기반이 워낙 낙후되었기 때문에 공대생이 일할 자리가 별로 없었다. 최고의 직종은 은행원이었고, 그 다음이 공무원, 회사원 순이었다. 현재의 상황은 어떤가. 별로 다르지 않다. 대졸초임이 가장 높은 분야는 금융계열이고 현재 각광 받고 있는 이공계인 정보통신, 전자분야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인들은 금융 분야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으며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발전의 과정에서 이공계가 기여한 측면을 생각하고 지금 한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에 비해 대우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에 불평할 자격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낮은 보상체계를 가진 한국 과학기술계에 능력이 있는 우수 인력이 오지 않으려하는 것은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유교사상의 전통이 있는 사회다. 현재는 종교가 다양화되어 부인할지 모르지만 외부 시각으로 보면 우리는 유교적 사회라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유교적 전통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또한, 한국은 지난 50여 년 동안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배금주의 사상이 깊숙이 배어든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한국에서 자본주의가 시작된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많은 자본을 투입하여 저렴한 노동력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후진자본주의 형태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노동자를 인격을 갖춘 인간이라기보다는 노동력에만 가치를 둔 피고용자 정도로 취급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학기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학기술자에 대한 이미지와 현실세계의 괴리로 사농공상의 인식이 작용하여 이공계를 낮게 평가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학자라고 하면 한국의 전통적인 선비 복장을 떠오르게 하는 흰 가운을 입고 시험관을 흔들거나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한국의 과학기술자 이미지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공장에서 일하는 산업화 과정의 저임금 노동자들로 인식하고 있다. 오랜 한국의 직업간 차별 전통으로 과학기술계의 업무는 법조인이나 의사, 자본주의의 첨병이 된 경제·경영 분야의 인력보다 천시되는 직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양반은 돈이 많은 사람, 교수, 의사, 법조인 같은 새로운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박사학위를 가진 과학기술자도 양반계층에 끼기 어렵다. 그들의 수입이 일반적인 한국 양반 계층 수입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배금주의 가치관이나 21세기에 더욱 변형되고 일그러져 가는 사농공상 가치관으로 이공계의 평가가 저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IMF로 인하여 그동안 취업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던 이공계 출신의 인력들이 감원 감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지 않고 사회적 인식도 높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불안까지 걱정하게 되어 이공계 기피 현상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대학 입시 제도와 과학교육의 문제점이다. 수학, 과학과목은 인문계 과목에 비해 어렵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이해할 수 있는 과목이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는 이과 문과 교차 지원 가능 및 이공계 과목 선택자의 대학 입시에서 불리한 점 때문에 이과계열 선택 학생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과학교육을 입시를 위한 암기식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은 과학에 흥미를 잃게 되고 이에 따라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이공계 인력의 중요성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과학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이 기술패권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이 없이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가 없어 국민의 질적 복지 수준의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국제화 시대에 날로 치열해 지는 경쟁 체제하에서 우수 이공계 인력의 타 분야 유출에 따른 이공계 인력 부족은 첨단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져 국가경제의 파탄으로 연결될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을 방치할 경우 그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룩한 성과가 남미나 필리핀 등의 국가와 같이 선진국 문턱에서 후진국으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 이공계 기피 현상의 해결 방안

선진국에서도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90년대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 이에 대한 주요국의 해결방안들을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이공계 기피 현상 해소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미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부족한 이공계 인력은 외국의 우수 인적 자원을 흡수하여 충당하였고, 인력양성 중점은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핵심 고급인력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독일은 과학의 대중화를 통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였으며, 과학과 대중의 간격을 좁히는 다양한 과학페스티벌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과학 무관심층에게는 영화를 이용한 페스티벌을 벌이는 등 계층마다 특색에 맞춰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 우수 이공계 인력의 사기 저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적은 보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결과에 따른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이 연구원의 성공적 연구결과에 대한 대가가 없으며 고작 몇 십만 원의 수당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연구원들의 연구의욕을 고취시켜 청소년들이 이공계에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우수한 과학영재들을 이공계로 유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요기업들은 연구원이 연구한 결과는 기업의 재산과 시설을 활용하여 얻은 것으로 여기고, 연구원을 기업에서 봉급을 주고 고용한 기업의 재산으로 만 생각하고 있어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손해이다. 인센티브를 부담하더라도 중요한 연구결과가 나온다면 기업으로서는 큰 이익인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은 뿐더러 청소년들의 이공계에 대한 기대가 낮아질 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산업이 첨단화 고도화 될수록 많은 연구 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과학기술인에 대한 평생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우수 핵심과학기술 인력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단계에서부터 퇴직 이후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이미 이공계 기피 현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주요내용으로는 과학영재의 발굴육성에서부터 영재학교, 과학고 육성, 이공계대학생 장학금 지급, 연구원 연구비 지원, 연구원 정년 연장 및 재활용 사업과 과학기술인공제회를 설립 과학기술인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기반을 마련하여 연구원들이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양질의 일자리와 인력 수요·공급 불일치로 해외 박사취득 귀국자 감소 등의 고급과학기술인력의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계약직 연구원의 정규직 흡수 확대 등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여 연구원들의 국내 근무여건을 개선할 필요성도 있다. 또한 공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과학은 생계의 수단이 아닌 우리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밑거름이고, 한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의 인식이 바뀔 때 비로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없어질 것이며,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