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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 어디에 와 있나

제 116주년 노동절이 산별교섭 정착을 위한 새로운 한국적 노동 운동의 계기가 되길


우리나라 노동문제의 핵심은 ‘노동3권’과 관련된 보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접근 선상에 기초하고 있다. 노동3권 즉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이 현실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보장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준은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의 현 시점에서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요즘 대두되고 있는 세계화의 추세에 비추어 보더라도, 최근 ILO(국제노동기구)의 노동3권과 관련한 권고사항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수준을 비교 측정할 수 있다.


제네바에서 열린 제295차 ILO 이사회는 지난 3월29일 한국 정부에 대해 권고문을 채택했다.


권고문의 핵심은 소방관 및 5급 이상 공무원 등에 대해 단결권을 보장하고,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필수사업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파업권에 대한 모든 제약을 제한하라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03년 지역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형사기소와 벌금형 및 징역형 선고에 대해 ILO 이사회는 권고문에서 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모든 위협과 폭력행위가 중단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시를 내리고, 모든 유죄선고와 징역형을 검토하고 기소, 구금 및 징역의 결과로 건설노조 간부들이 받은 피해를 보상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ILO 이사회는 현재 노사관계 로드맵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 노사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으며, 필수공익사업 범위에 대해서도 파업권이 엄격한 의미에서의 필수사업에서만 제한되도록 수정하라고 제기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공무원 노조의 파업 제한과 과도한 필수공익 사업 규제 등이 노동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지금 ‘세계적으로 전임자 임금을 주는 나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야말로 잘못’이라고 이번 권고문에서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3권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공무원노조에 대한 행정자치부 지침을 내리고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직권중재에 회부하는 등 ILO의 권고를 위반하는 행위를 벌여 왔고,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편을 드는 ‘노사관계로드맵’을 일방적으로 도입하려고 하는 지금의 상황은 노동문제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노동3권은 기존에 명시돼 있는 법률에 대한 준수여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의 입법과정과 사법부의 법적 판단 그리고 정부의 집행 능력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점철돼 있는 문제이다. 특히 최근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한 법제정 차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상황은 현재 노동문제의 중요한 한 축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노동법에 대한 제·개정과정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충분한 의견제출과 의사수렴을 통해 노동법을 제·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거의 일방적인 절차와 코스로 법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3권 보장에 대한 요구사항은 관철되기 힘들어졌다.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하게 분화되면, 정부의 조정능력과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이는 각 사회부문의 민주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의 정치적 조정기능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노동문제의 비중은 노동자와 그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과 노동에 의한 사회의 유지 기능적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거의 절대적이라고 볼 때, 노동3권에 의한 법적 사회적 보장의 척도는 생산과 분배 등 사회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 노동에 관한 정부의 법적 집행 능력을 볼 때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된 제반사항을 사용자들이 제대로 지키지 않음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혹은 조직적 차원에서 갈등과 파행으로 연속되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는 많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으로 귀결되며 결국 사회의 제반 부문에 직·간접적으로 비효율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는 경제적 논리에 우선한 기업 우위의 정서와 맞물려 있다. 분단이란 특수한 한국적 조건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이념문제와 공권력 등에 의한 타율에서 자율로 넘어가는 시기적 단계와 맞물려 있는 데다 정부의 무능력하고 무원칙적인 시장경제의 우위 정책으로부터 자율 자체가 왜곡돼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국 이러한 배경을 등에 업고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가 도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와 경쟁이라는 시장개념을 개방정책을 통해 일반적 사회분위기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력한 사회조정 역할과 이로 인한 아노미적인 사회갈등에 편승한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가 법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장기적 탄압으로 형성된 노동자들의 심리적 황폐를 이용해 노조의 힘을 무력화시키면 노조가 항복할 것이라는 사용자들의 정서가 지금의 경제적 힘의 논리에 의해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최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과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재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국면을 보더라도,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관련한 사회적 통합이라는 시대의 대 명제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 형태로 약속된 사항들이 쟁의가 끝난 이후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으로 인해 또 다른 불신과 불감증을 만연시키는 상황은 단적인 예들이다. 지역사회에서의 자치적인 노사정 합의가 실천되지 않는다면 그보다 상위의 국가적 합의가 이행된다는 것은 더욱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 밑바탕에 아직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비중을 의식하지 못하는 최근의 정서와 관련이 깊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쟁력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경제 우선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배타적 정서는 더욱 짙어진 감이 있다. 요컨대 용역깡패의 폭력탄압으로 얼룩진 세종병원노조 하나만 놓고 볼 때 ‘노조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또는 ‘몇 백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됐을 뿐’인데 ‘그게 무슨 큰일이냐’는 식이다.


결국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나약하고 느슨한 정부의 의지가 사회에 전반적인 법 경시풍조와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양극화 정서를 만연시키고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을 띤다. 경제의 논리에만 맞추려는 정부의 정책경향, 즉 세계가 다원화되고 다양화되는 측면에서 경제정책에 모든 부문의 우선순위를 매기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에 편승된 사회주체들의 갈등상황으로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의 양대 축인 노사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부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사회발전의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 기업별 노조에서 나타난 노사간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산업별 노조로 가야 한다는 대안이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른 법제도 개선과 정비는 새로운 민주적 노사관계의 질서를 재편하는 의미가 있다.


산별노조로의 조직적 정비와 산별교섭의 법적, 제도적 정착에 대한 접근은 새로운 국가경쟁력을 사회통합적으로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지금 기업별 노사관계 속에서의 파행적이고 소모적인 대립과 반목은 새로운 형태로 극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별노조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나라의 역사에 맞는 노사관계를 새롭게 창출해 내는 것은 사회발전의 시대적 모델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제 116주년 노동절이 산별교섭 정착을 위한 새로운 한국적 노동운동의 계기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