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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한다'

언론악법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짓밟는 합의


지난 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언론법안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한다’는 합의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언론악법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짓밟는 합의이다. 언론악법을 밀어붙인 일차적 책임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김형오 의장에게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끝까지 국민을 믿지 못하고 직권상정이라는 겁박에 굴복한 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언론악법’ 저지에 나섰고, 언론노조는 파업으로 맞섰으며, 국민의 60% 이상이 ‘언론악법’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민주당은 이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중 과반이 넘는 수도 반대하고 있는데 말이다.

13일 공식 출범한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는 당초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안한 사회적 합의기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는 방송악법들은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이다. 이런 법안을 사회적으로 논의하는데 ‘100일’은 황당할 만큼 부족한 시간이다. 더 큰 문제는 시한을 정해놓고 그 이후에는 ‘표결’로 처리하겠다는 합의안이다. 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고,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한을 정해 논의를 끝내고 이후에는 표결로 가겠다는 것은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통합방송법도 1995년 본격 논의가 시작된 뒤, 98년 각계각층이 참여한 방송개혁위원회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그 틀을 만들고, 99년 여야합의로 통과됐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는 방송 제도를 고치려면 보통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신문방송겸영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2년에 걸쳐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백지화시켰고, 독일에서는 6년 동안 방송민영화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게다가 위원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이것이 어찌 ‘사회적 논의’라 할 수 있겠는가?

언론관계법, 특히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의 핵심 법제이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방송에서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7년 대선에서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MBC와 KBS2를 민영화 시키겠다고 공공연히 떠들어왔다.

또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조중동 방송’에 목을 매는 이유는 조중동에게 방송을 ‘전리품’으로 나눠주고 영구적인 집권의 기반을 닦겠다는 속셈이다. 조중동이 방송뉴스까지 하게 되면 한나라당과 재벌, ‘1% 부자’만을 위한 뉴스로 전락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여론을 호도하려 들 것이다. ‘조중동 방송’에서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고, 이명박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통일외교, 교육, 문화 등 우리사회 모든 분야의 의제들은 ‘1% 부자의 시각’, ‘한나라당의 시각’에 맞춰지고 왜곡될 것이다. 지금 조중동이 지면을 통해 저지르고 있는 극심한 ‘친이명박 편파왜곡’, ‘친한나라당 편파왜곡’, ‘친재벌 편파왜곡’은 ‘조중동 방송’이 어떤 모습일지를 예측하게 한다.

한편, 한나라당이 ‘대기업의 지상파 소유지분 0%’ 운운하지만 언론악법이 ‘재벌방송 만들기’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한나라당 언론악법에 따르면 재벌은 지상파와 다를 바 없는 종합편성 PP, 보도전문 PP에 진출할 수 있다. 결국, 한나라당이 ‘대기업의 지상파 참여 0%’를 내놓는 것은 한시라도 빨리 조중동에게 방송뉴스를 하게 해주려는 꼼수일 뿐이다.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언론통제 행태, 언론악법 밀어붙이기 등은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했다. 이명박 정권과 여당은 ‘아무리 한나라당 정권이라 해도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거나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민주주의의 불가역성에 대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시실 이명박 정부는 공식적으로 출범도 하기 전인 인수위 시절부터 언론통제 시도로 파문을 일으켰다. 또 전문성도, 도덕성도 없는 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 씨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해 방송장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씨는 방송통신위원회를 파행으로 이끌며 정권의 방송장악에 들러리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을 징계하고 여론을 통제하는 기구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심의를 통한 방송통제’로도 부족해 검찰까지 동원해 을 수사하는 유례를 찾기 힘든 언론탄압 행태를 보였다.

또한 ‘위장전입’ 등 도덕적 하자가 드러났음에도 끝내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나지 않은 이동관 씨는 노골적인 보도통제를 비롯해 비정상적인 권언관계를 주도했다. 방송사 사장, 언론유관단체장은 ‘집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했고, 임기를 무시한 낙하산 인사가 언론계를 휩쓸었으며, 낙하산 사장에 반대해 싸웠던 YTN의 기자들은 해임을 비롯한 중징계를 당했다.

무엇보다 공영방송 KBS에 대한 장악은 우리 사회가 지난 수 십 년간 어렵사리 일궈 온 방송 민주화의 성과를 송두리째 짓밟았다. 정연주 사장이 초법적으로 해임당하고 ‘청부사장’ 이병순 씨가 들어서는 과정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위한 시스템을 무너뜨렸고, ‘이병순 체제의 KBS’는 급격하게 변질되면서 공영방송으로서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중동 방송’, ‘재벌 방송’의 탄생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조중동 방송’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파괴하는 일이자, 후세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다. 국민들의 ‘언론악법’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