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3월 들어 따뜻한 날씨와 꽃샘추위가 연속으로 교차하다가 폭설 속에 강풍과 돌풍이 불고 황사마저 잇따랐다.
원래 우리나라의 3월은 겨울철 기압 배치가 무너지고 봄철 배치로 넘어가는 과도기여서 대기 불안정성이 심한 시기이지만 올해는 더욱 유별나다.
3월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것은 북쪽의 차가운 시베리아 대륙성 고기압과 남쪽의 고온다습한 해양성 고기압 사이에 우리나라가 끼어 불안정한 기압 배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극심했던 북극진동으로 인한 올겨울 혹한의 여파와 엘니뇨 모도키(열대 중태평양의 이상고온 현상)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북극진동(北極振動.artic oscillation)이란 북반구에 존재하는 추운공기의 소용돌이인 한랭와(寒冷渦)가 수십일 또는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 하는 현상을 말한다.
◇때아닌 폭설에 황사까지 잇따라 = 봄이 왔다고 선뜻 믿기 어려울 정도로 3월 들어 많은 눈이 자주 내리고 있다.
초순에는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연일 눈이 내려 수십cm 쌓이고 대관령의 적설량은 1m를 훌쩍 넘겼다. 9일 저녁∼10일 아침에는 서울에 13.5cm의 눈이 쌓이는 등 한겨울에나 볼 수 있는 큰눈이 전국적으로 내리기도 했다.
17일 밤∼18일 새벽에는 천안에 15.0cm 내리는 등 충청권과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전국에 많은 눈이 내린 데 이어 22일 오후에도 수도권, 강원 등을 중심으로 최대 5.5cm의 눈이 쌓였다.
황사도 무척 잦은 편이다. 12∼13일(전국), 13일(중부, 호남), 15∼16일(전국), 20일(전국) 등 이달 들어 며칠 간격으로 황사가 4차례나 관측됐다.
이 중 비와 돌풍을 동반한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몰고온 20일의 황사는 2003년 이후 관측사상 최악의 것으로 기록됐다.
당시 흑산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사상 최고치(2천847㎍/㎥)에 이르는 등 남부지방 주민이 특히 큰 피해를 겪었다.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빨리 지나가서 돌풍과 황사에 따른 피해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적었던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22일 중국 네이멍구 등에서 발원한 황사가 우리나라에 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해양-대륙 고기압에 낀 한반도 `샌드위치' = 올해는 두 가지 요소가 이례적으로 결합해 기상 분석과 예측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 기상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첫번째 요소는 지난 겨울 유럽과 동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덮친 혹한의 여파로 차가운 시베리아 대륙성 고기압이 평년보다 세력을 오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 요소로는 올겨울 나타난 엘니뇨 모도키로 인해 남쪽의 고온다습한 해양성 고기압도 우리나라에 예년보다 강한 영향을 주고 있는 점이 꼽힌다.
보통 엘니뇨가 발생하면 남아메리카에 가까운 동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지만, 엘니뇨 모도키는 우리나라에 가까운 중태평양의 수온을 상승시킨다.
이것이 결국 우리나라 남쪽인 필리핀 동쪽에 위치한 해양성 고기압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동력이 된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23일 "지난 겨울이 워낙 추워서 한랭한 대륙 고기압이 세력을 잃지 않고 있는데 엘니뇨 모도키가 지속되면서 남쪽의 해양 고기압도 강해져 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우리나라의 경우 봄날씨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태양 고도가 갈수록 높아지니 결국 한기는 꺾이겠지만, 대륙 고기압 세력이 예년보다 보름 정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기압간 다툼에 악천후…4월초까지 변덕 가능성 = 강력한 두 고기압이 세력 다툼을 벌이면서 그 경계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에 저기압이나 기압골이 통과하기 쉬운 여건이 만들어져 악천후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분석이다.
남서쪽에서 저기압이 우리나라에 접근하면 남부를 중심으로 봄비가 내렸고, 북서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오면 황사가 우리나라를 뒤덮었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세력을 넓혀 한기가 한반도에 몰아닥치면 수은주가 뚝 떨어졌고, 반대로 해양 고기압의 영향이 커지면 따뜻한 날씨가 찾아왔다.
또 해양성 고기압이 공급한 습기와 대륙성 고기압이 몰고 온 한기가 격렬하게 부딪힐 때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렸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는 다음달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예측했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4월 상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변덕스러운 날씨가 그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이번주까지는 비가 자주 내리다가 주말(27∼28일)을 고비로 강수 빈도가 점차 줄어 서서히 건기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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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3/23 07: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