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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아이' 유행어로만 남나

국내입양 장려에도 정체…女兒선호 등이 걸림돌

국내입양 장려에도 정체…女兒선호 등이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가슴으로 낳은 아이'인 국내 입양아가 정부의 장려 정책에도 4년째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해 11일 '입양의 날'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여자아이만 찾고 장애인을 피하는 등의 구습이 여전히 입양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집안 혈통과 부모 처지를 생각해 양자ㆍ양녀를 고르는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 아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입양을 결정하는 선진 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국내 가정에 입양된 아이 수는 2006년 1천322명에서 작년 1천314명까지 4년째 1천300명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겠다며 정부가 '수수료 국비 지원' 등의 국내 입양 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셈이다.

인기배우 차인표ㆍ신애라 부부가 2005년과 2008년 두 명의 딸을 입양하며 '가슴으로 낳은 아이'란 말로 사회 각계에 큰 감동을 줬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입양 결정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로 본다.

국내 입양 기관 관계자들은 집안과 부모의 취향에 맞춰 입양을 하려는 경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부모가 '장애 없이 건강이 완벽해야 한다' '집안 사람들과 혈액형이 같아야 한다' '아들은 적통 문제로 부담스럽다' 등의 견해를 고수해 입양의 폭을 지나치게 좁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 통계를 보면 국내의 장애아동 입양 비율은 2006년 0.9%에서 2007년 2.9%, 2008년 2.2%, 작년에는 2.7%에 그쳤다.

홀트아동복지회의 홍미경 홍보팀장은 "무조건 장애아를 입양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결점 없는 아이만 찾는 자세는 바꿔야 한다.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 사랑을 주려는 선진국형 문화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방사회복지회의 위인숙 국내입양 부장은 "아이를 안고 교감하며 입양을 결정하는 것이 사실 최선의 방법"이라며 "서류 열람 대신 실제 만남을 통해 입양을 권하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2007년 입양 기관들이 어떤 아동이든 첫 5개월 동안 우선으로 국내 입양 기회를 찾아주는 정책을 도입했고, 올해 관련 법을 개정해 이 원칙을 법제화할 예정이다.

1958년부터 2000년까지 입양아 수는 국외 14만5천600여명, 국내 5만9천400여명으로 외국으로 가는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 정책으로 이런 국외ㆍ국내 비율은 2007년 처음으로 역전됐으며 작년의 해외 입양 사례(1천125명)는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한림대 허남순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국에는 입양 사실을 아이 자신에게도 숨기는 '비밀 입양'이 많아 긍정적인 입양사례가 잘 알려지지 못한다"며 "입양을 떳떳하게 밝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a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5/10 17: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