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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가족끼리 왜 이래’, 불효소송이라는 괴물

- 망가진 가족애, 소송으로 복원한다고?

요즘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위는 KBS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라고 한다. 홀로 20여년을 자식만 바라보고 산 차순봉(유동근 분)이 ‘이기적’인 자식 삼남매에게 상처를 받다가 ‘불효소송’을 시작했다. 평생 두부를 만들어 팔며 생활해 온 가게 딸린 집의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폭등한 직후다. 은행 빚에 일자리에 돈이 궁한 자식들은 아버지 생전에 ‘명의이전’을 통해 재산을 받을 꿍꿍이다.

“우리 아버지가 알고 보니 부자”였다며 각자 5억씩의 현찰을 받아 벼락부자가 될 꿈에 부푼다. 엄마처럼 키워준 고모네 식구들을 내치고, 아버지는 원룸으로 보내고, 건물 올릴 생각에만 골몰한다. 아버지는 다 괘씸하다. 새삼스럽게 자기 인생이 억울해 분노가 활화산처럼 폭발한다. 자식들의 일터로 ‘불효소송’ 소장은 배달되고, 아버지 덕 좀 보려던 자식들은 기함하다 못해 “인연을 끊자”며 강력하게 대든다. 집안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나기 직전이다. 아버지는 두부 가게 단골인 변호사 변우탁(송재희 분)에게 말한다. “그놈들한테 들어간 비용, 노력, 시간... 내 인생을 돌려받고 싶어요. 시간을 내놓으라고 할 순 없으니 돈이라도 내놓으라는 겁니다.”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하던 아버지가 절연(絶緣) 혹은 전쟁을 고작 담배 끊듯이 시도한다는 초유의 이야기가 어떻게 ‘뉴스’가 아닌 ‘드라마’인가? 소송이야말로 모든 것을 잃어도 ‘돈’만은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가족 드라마’와 정말 어울리지 않으며, 20년을 이어온 아버지의 헌신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이제 ‘가족끼리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재벌가 상속 싸움 뉴스를 서민의 스토리로 기형적으로 둔갑시킨 공영방송 주말 드라마가 시청률 1위라니!

첫 장면부터 이 아버지는 평생 순하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극에서 어떤 캐릭터가 급격히 변하려면, 필연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버지는 왜 자식들과 대화가 아닌 소송부터 하는가? ‘15억 현찰’의 제안을 한 것은 땅 부자의 데릴사위처럼 들어간 의사 아들 차강재(윤박 분)의 장모(견미리 분)이고, 그녀는 “돈 앞에 장사 없어.”라며 만인을 깔보는 냉혈한이다. 아버지는 사부인에게 항의하지 않고 왜 자식들에게 돈부터 청구할까? 그것도 낳아주고 키워준 비용을 내놓으라는, 반인륜적 단서를 달고서 말이다.

드라마가 마치 ‘회계장부’처럼 (말이 되든 아니든)돈을 둘러싼 스토리를 포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자니 숨이 막힌다. 주말 저녁 가족이 마주앉은 밥상 같은 따뜻함은, 이제 먼 먼 옛날 얘기가 된 걸까? 그저 현실이 아니어도 좋으니 정겨운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뜻이 맞아주는 집에 대한 꿈은 더 이상 ‘가족 드라마’의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적어도 공영방송 주말 저녁은 시청률 아닌 시청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기획을 바랐다가는, 소송이라도 당할 것 같은 냉기 흐르는 TV 속 세상이다.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