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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누진제, 우려 속 해결책은?

섣부른 민영화 논의와 포퓰리즘에 기인한 요금제 변경논의 자제해야

전기요금 누진제로 전국이 시끄럽다. 전기 사용량 요금제의 구간은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5단계(401~500㎾h), 6단계(501㎾h 이상)로 구분되며 사용량이 많을수록 많은 요금이 부과된다. 특히, 월 사용량이 500kWh를 초과한 6단계 요금단가는 100kWh 이하인 1단계보다 11.7배에서 최대 30배를 더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전기 소비량은 세계 8위다. 2013년 기준 전력판매량 가운데 산업용이 53.6%, 일반용(상업용)이 22.4%인 반면 가정용(주택용)은 14.6%에 불과하다. 즉, 기업들이 엄청난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위 1.2%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이 산업용 전기의 64%를 사용하고 있다.

2000년 여름의 일이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유학 중이었던 나는 여름학기를 수강하고 있었다. 도서관의 에어컨은 추울 정도로 가동 되고 있어서, 섭씨 45도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름학기가 한창이던 7월의 어느 날, 학교에서는 전력부족을 이유로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고, 수업 후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도록 종용하였고, 나는 에어컨이 없는 기숙사에 돌아와 살인적인 더위와 싸우며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2001년 1월에는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새크라멘토 같은 대도시는 물론, 첨단 아이티(IT)산업을 주도하던 실리콘 밸리의 컴퓨터가 멈추고 공장과 학교도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양초와 식료품, 연료 사재기에 나섰다. 혼란이 극에 달하자 다급해진 그레이 데이비스 당시 주지사는 급기야 계엄령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캘리포니아 정전사태의 배경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민영화와 규제 완화가 그 직접적 원인이었다. 전력시장을 개설해 전기를 상품처럼 사고팔면 전기요금이 20% 이상 싸질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1998년 전력산업이 개편되면서 사태가 급변했다. 전력시장 도매가격이 심지어 100배 이상 급격하게 상승했다. 민영 발전사들은 교묘하게 전략적인 가동 중단을 통해 생산량을 감축하기도 했고, 영업 이익을 발생 시킬 수 있는 규모까지만 전력생산설비를 건설하여 전력수급 체계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2012년 7월 말, 인도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 아웃)로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인 6억8000만명이 불편을 겪었다. 인도 북부에서 정전이 발생하면서 북부지역의 전력 공급이 끊겼고, 동부와 북동부의 전력 공급도 중단됐다. 200여대의 기차가 몇 시간 동안 운행을 중단했고, 수도인 뉴델리의 지하철도 마비됐다. 그 외에 수천 개의 병원과 공장이 자체 발전기를 가동했으며, 인도 동부에서는 270명의 광부가 광산에 갇히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인도의 전력 수요는 공급을 10.2%나 초과함에도 불구하고, 선심성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전기보조금을 지급하고 산업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에 대한 차등 요금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2014년 10월에 들어서야 현 모디 정부가 전기 보조금 부분 철폐를 시행할 정도로 포퓰리즘 정서가 강하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경우 공짜 점심 (포퓰리즘 정책) 선택의 대가는 ‘블랙 아웃’ 이었다.

정부에서는 6월 4일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 조정’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8월 18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구성한 당·정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앞으로 당·정은 TF를 통해 전기요금 누진 체계와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전력요금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하고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 정부 안과 누진제 완화를 맞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전력 민영화를 추진하고, 전기요금 누진체계 불만 해소를 위해 만든 TF가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더불어 민주당은 정부보다 먼저 8월17일 전기요금 개선 TF를 발족하였다. TF는 누진단계를 기존 6단계에서 2~3단계, 누진배율을 기존 11.7배에서 2배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가정용 전기요금의 과도한 요금은 대기업 특혜로 이뤄진 산업용 전기요금의 조정을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바른 전기요금 누진제 개혁을 위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섣부른 민영화 논의를, 더불어 민주당은 포퓰리즘에 기인한 전기 요금제 변경논의를 자제하여한다. 또한, 2001년 캘리포니아 대규모 정전사태와 2012년 인도 블랙 아웃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고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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