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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선후배 관계

최근 대학에서의 폭력적인 후배 길들이기가 신문지상과 티비 뉴스에 등장해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대학을 자유와 상호존중에 입각한 학문공동체이자 생활공동체로 인식해온 사람들에게 이런 종류의 사건은 발생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 민주화로 인해 권위적인 조직인 군대에서조차 폭력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대학 내 폭력 사태는 그 충격을 극대화한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거 군대 내무반에서의 신병 길들이기 방식을 21세기 대학에 적용하고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지 못하는 의식의 후진성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학과의 전통이었다”,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서였다”, “선후배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등의 진술은 모두 이러한 전근대적인 의식 상태를 반영한다. 심지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인물에게서조차 이러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비호하거나 소극적으로 묵인하는 발언이 나온다는 사실에 절망적인 느낌마저 갖게 된다. 신입생들은 새롭게 전개될 낭만적인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를 품고 대학에 들어선다. 그러나 자신들을 권위적으로 대하는, 폭력적인 언사와 극단적인 경우, 물리적 폭력의 행사를 통해 위계질서를 확립하려는 선배들로 인해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 물론 일부는 다음 신입생을 대상으로 동일한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보상받으려 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식의 행위는 가해자, 피해자 모두를 타락시키거나 위축시킨다. 이럴 때 대학의 자유로움과 창의성은 사라진다.

세상은 빠르게 바뀐다. 수직적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는 이제 수평적 관계로 이행하고 있다. 선배에게 드러내는 후배의 공포심과 경계심을 존경심으로 간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 사회에서의 선배와 후배의 관계는 지배와 복종이 아닌 사랑과 존중의 관계가 되어야한다. 선배는 후배들의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최소화하도록 돕고 낯선 환경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덜어주는 멘토 역할을 담당하고, 그러한 역할을 통해 후배로부터 존중 받게 되어야 할 것이다. 선후배 관계의 재정립은 학생 상호간의 관계를 넘어 교수, 학생, 직원 등 대학 구성원 간의 올바른 관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위계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우정으로 구성된 관계가 대학에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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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