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4.2℃
  • 맑음강릉 24.1℃
  • 맑음서울 24.0℃
  • 맑음대전 25.0℃
  • 맑음대구 25.5℃
  • 맑음울산 20.3℃
  • 맑음광주 25.2℃
  • 맑음부산 21.5℃
  • 맑음고창 21.8℃
  • 맑음제주 21.4℃
  • 맑음강화 20.7℃
  • 맑음보은 23.8℃
  • 맑음금산 24.0℃
  • 맑음강진군 25.8℃
  • 맑음경주시 23.9℃
  • 맑음거제 21.2℃
기상청 제공

티베트, '운명공동체'의 외침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인도의 다람살라로 망명한 이후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국제 활동에 비중을 두었다. 곤궁한 다람살라의 살림을 돕기 위해서 외부 세계에 종교법회 활동을 부지런히 주관했다. 종교적 발걸음이었으나 사실은 티베트의 홍보활동이었던 것이다.

국제정세의 변수에 따라 달라이 라마의 행보는 관심을 받기도 하고 동정과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어느 국가도 망명정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달라이 라마는 80년대에 들어와 막후 협상단을 북경에 파견하여 중국정부와의 협상에 매달린다. 그는 2007년 6월에 이르기까지 모두 비공개적으로 6차례의 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는 중국정부와 달라이 라마가 제시하는 조건의 이질화가 극대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이 라마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승하를 걱정하기에 이른다. 예전만 못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반응, 자신의 신체적 영적 고갈상태, 티베트 2세대와의 티베트 미래에 관한 소통장애 등은 달라이 라마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라마왕국에서 달라이 라마는 정교합일의 상징이었다. 종교의 수장이 정치에서도 수장인 것이다. 이는 티베트만이 가지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중국정부의 티베트 점령이후 외관상 사라졌지만 티베트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이번 티베트의 유혈사태는 순간적으로, 감성적으로 폭발한 민족적 마찰이 아니다. 티베트자치구내의 유혈사태는 머지않아 수습될 것이다. 과거 역사속의 티베트와 중국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 보아왔듯이 이번사태도 그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자치구 외의 외곽지대 특히 서방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티베트의 자유 찾기 외침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며 중국정부도 이를 제어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여론몰이와 시각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대다수의 나라들은 국제관계 속에서 중국과의 역학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아 현실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미국은 비교적 일관적으로 중국내 티베트문제를 처리한다. 외부적으로는 적절히 압력을 가하면서 실질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거기에 반해 유럽연합은 비교적 다변적이다. 어쩌면 티베트인들이 희망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외부세력들이다.

결국 이번 유혈사태의 초점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국정부와 이를 바라보는 달라이 라마 양측으로 집약된다. 중국정부가 이미 엎질러진 잔치 상에 티베트인들이 요구하는 독립을 승인할 리 없다. 중국정부는 우리가 외관상으로 보는 현상보다 내부적으로 강도 있게 유혈사태를 수습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여론이 티베트를 지지하거나 동정론이 확산된다면 공개적으로 달라이 라마와의 협상을 제안할 것이다. 이는 과거와 다르게 중국정부가 국제여론에 탄력성있게 대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실지로 협상을 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겉으로 각인되는 모양새가 국제사회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측은 내부적으로 노선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기는 하나 역시 최후에 중국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달라이 라마의 국제여론몰이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양측이 서로 양보하지 않는 한 온전한 대화와 협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양측의 수장이 테이블 협상에 나선다면 그것은 아마도 한/장(漢藏)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될 것이다. 대화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사건’의 현실화는 달라이 라마측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중국도 이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북경올림픽의 원만한 진행과 행사의 안전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국제관계 속에서 슈퍼파워로 승천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세력들은 이번 유혈사태가 장기간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고, 중국정부도 이를 명확히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