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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 지구 시민의 아름다운 거래

불황·고물가 시대의 '비합리적 소비'이나 무서운 성장세 보여


“불황 이긴 ‘승자독식시대’ 열린다”라는 무시무시한 표제가 떠도는 요즘 같은 때, 이건 좀 딴 세상 사람들 얘기 같다. 30대 후반의 직장 여성 김 아무개씨는 ‘생각 많은’ 소비자다. <차이나 프라이스>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소비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어두운 이면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아이에게 사준 인형이 실은 10대 중국 소녀가 우리 돈으로 개당 10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만드는 엄청난 저임금 구조 아래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서다. 그러다 공정무역 전문가게 ‘그루’(www.ecofairtrade.co.kr)를 알고부터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 최근 이곳에서 조끼(7만9000원) 하나를 구입하고는 대만족. 한땀 한땀 손으로 직접 만든 베틀 직조 원단의 옷이라니 그 정성에 감동했고, 또 그 나라 문화가 밴 천연 염색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그루에서 파는 옷의 라벨에는 이런 ‘생산자 이야기’가 적혀 있다.

“간디의 제자였던 툴시 마할은 오랜 망명 생활을 끝내고 1927년 불우한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함 쉼터 ‘아쉬람’을 세웁니다. 이곳에서는 ‘기술을 익혀서 일을 하는 것이 타인의 지배를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길’이라는 간디의 사상에 따라 여성들에게 직조·봉제 기술을 가르치고 아이들에게는 무상교육을 제공합니다. 마하구티는 이곳에서 만든 물건을 수출하기 위해 설립된 네팔의 대표적 페어 트레이드(공정무역) 단체로 수익의 40%는 아쉬람 공동체에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김씨가 입은 옷은 네팔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져 마하구띠를 통해 수입되었고, 국내 공정무역업체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가 운영하는 매장 ‘그루’에서 판매되는 것이다.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의 경영철학은 생산자-소비자-유통업자 사이 관계망을 복원해 ‘지구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불황·고물가 시대,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윤리적 소비’층이 형성되고 있다. 윤리적 소비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가격과 품질뿐만 아니라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아도 저임금, 인권침해, 환경훼손을 거친 상품이라면 구매하지 않는다. ‘건강’ ‘환경’ ‘사회’를 생각하는 소비행위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비합리적’ 소비랄 수 있는 윤리적 소비가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당신이 믿는 것을 선택하라
2002년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공정무역을 시작한 아름다운가게의 매출은 최근 200~300%씩 늘어나고 있다. 2007년 3억2000만원에서 2008년 8억8000만원으로 껑충 뛰더니 올해 1분기에는 이미 3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보였다.

이곳의 대표 공정무역 브랜드는 ‘아름다운커피’(www.beautifulcoffee.com). 네팔에서 생산한 ‘히말라야의 선물’에 이어 페루산 ‘안데스의 선물’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만간 신상품으로 우간다산 ‘킬리만자로의 선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성장의 핵심은 신뢰다. 소작농을 착취해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원두커피가 아니라는 윤리적 측면에 더해 가격·품질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아름다운커피는 외국에서 볶아져 수입되는 기존 커피와 달리 국내에서 로스팅(볶기)하기 때문에 훨씬 신선한 데다 가격은 일반 유기농 커피의 절반 수준이다(200g당 1만원). ‘사회적 공헌’이라는 마케팅 방법이 주효했다. 가령 전문가에게서는 재능 기부를,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공간 기부를, 연예인에게서는 홍보 기부를, 주부에게서는 자원봉사를 제공받는 식이다. 현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매출의 일정 비율을 저개발국 빈곤퇴치 사업을 위해 꾸준히 적립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 결과 국내 전체 원두커피 시장에서 공정무역 커피가 10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1000가지가 넘는 친환경 물품과 커피, 초콜릿, 설탕 같은 공정무역 상품을 취급하는 아이쿱생협(www.icoop.or.kr)에 위기는 기회였다. 지난해 5월 광우병 파동과 9월 멜라민 파동, 그리고 올해 2월 다시 터진 멜라민 파동 당시 조합원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3월 기준 6만명을 넘어섰다. 세계 경제 위기가 터진 지난해 아이쿱의 매출(1300억원)은 그 전해보다 130% 이상 증가했다.

아이쿱은 ‘유기농은 비싸다’는 편견을 불식하기 위해 ‘서민도 이용하는 유기농산물’이라는 물품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다. 가격은 생산지를 직접 둘러본 뒤 생산단가를 고려해 조합원이 직접 결정한다. 하지만 친환경 시장도 대형 유통업체나 식품 가공업체가 뛰어들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가령 최근 돼지고기 파동으로 인해 아이쿱이 취급해온 사양(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볏짚과 사료를 먹인 한우와 돈육)에 맞춰 공급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공정무역연합(www.fairtradekorea.com)에서 운영하는 ‘울림’에서는 지난 2월에 작은 기적을 이뤘다. ‘착한 쵸코릿’ 대박이 터진 것이다. 매달 200만원 안팎이던 매출은 2월 한 달 37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2월 매출이 390만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밸런타인데이 특수’만은 아니었다. 카카오 농장 아동들의 노동 착취를 고발한 언론 보도와 공정무역 홍보에 나선 연예인, 그리고 백화점·편의점 등지로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캠페인 효과가 극대화한 결과다. 박창순 대표는 “제주도에서 강원도 산골까지 전 지역에 걸쳐서 다양한 분들이 공정무역 인증 초콜릿을 주문했고, 특히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면서 공정무역의 의미를 얘기하겠다는 학교 교사들과 교회·성당의 주문이 많았다”라는 점을 큰 수확으로 여겼다. 이런 현상은 공정무역이 활발한 유럽이나 북미에서 있었던 초기 현상으로, 한국에서도 공정무역이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5월9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 국제공정무역협회(IFTA)가 2001년 처음 도입한 이래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 한날한시에 세계 각국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한 가운데 개최되는 세계 시민의 축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은 카카오, 커피, 면 등을 생산하는 제3세계 노동자들은 말한다. “원조 대신 우리가 재배하고 우리가 수출하는 물건들을 ‘제값’ 주고 사주세요.” 이들은 원조나 기부라는 ‘도움’ 보다 정당한 ‘거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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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