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햇빛' A1. ‘햇빛’은 ‘해+빛’으로, 태양광선을 뜻합니다. 시신경을 자극하여 사물을 분별하게 해주는 물질인 빛, 즉 밝기에 초점을 둔 말입니다. 이에 비해 ‘햇볕’은 ‘해+볕’으로,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이나 해가 들어서 따뜻한 곳(특히 땅)을 가리킵니다. 즉, ‘햇볕’에는 열기가 필수적이죠.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어서 몹시 뜨거운 상태를 ‘불볕’, ‘땡볕’, ‘뙤약볕’이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햇볕’은 온기나 더위와 관계가 깊습니다. 그러니 달이나 별처럼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천체에 ‘볕’을 붙여서 ‘달볕’이니 ‘별볕’이니 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달빛’, ‘별빛’은 가능합니다.) 한편 ‘햇빛’은 시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고 해야지 ‘햇볕’ 때문에 눈이 부시다고 하면 어색합니다. · 햇볕에 나가 놀지 말아라. · 문틈으로 비쳐드는 햇빛이 따사롭다. · 햇빛이 내리쬐는 거리를 그와 손 잡고 걷고 싶다. ‘벌리다’와 ‘벌이다’ A2. ‘벌리다’와 ‘벌이다’는 헷갈리기 쉬운 낱말들입니다. ‘벌리다’는 맞닿아 있던 것을 서로 떨어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서로 붙어 있거나 가까이 있던 것을 ‘
‘굽신거리다’와 '굽실거리다' A1. ‘굽신거리다’, ‘굽신굽신’, ‘굽신대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언뜻 보아서는 틀린 게 없는 것 같지만, ‘고개나 허리를 가볍게 숙였다 펴는 모양 또는 비위를 맞추느라 비굴하게 행동하는 모양’을 일컫는 부사는 ‘굽신’이 아니라 ‘굽실’입니다. 따라서 ‘굽실거리다’ ‘굽실대다’ ‘굽실하다’로 써야합니다. · 상사의 비위를 맞추느라 그저 굽실거릴 따름 ·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굽실굽실하느라 정신없는 처지 ‘몇일’과 ‘며칠’ A2. 1988년 맞춤법 개정 이전에는 ‘몇일’과 ‘며칠’을 구분해 사용했으나 새 맞춤법은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며칠’로 통일해 적도록 하였습니다. ‘며칠’이 우리말 ‘몇’과 한자어 ‘일(日)’의 합성어인 ‘몇일’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의 옛말 ‘며츨’에서 온 것이며 ‘며칠’의 본말은 ‘며칟날(며츨+ㅅ+날)입니다. 따라서 ‘며칠’은 순수한 우리말이 이어져 온 것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발음상으로도 ‘며칠’이 ‘몇+일’의 합성어에서 온 것이라면 [면닐]로 소리 나야 하나 ‘ㅊ’받침이 내리 이어져 [며칠]로 발음되므로 어원이 불분명합니다. 이런
‘만연하다’ 와 ‘완연하다’ A1. ‘만연하다’는 ‘식물의 줄기가 널리 뻗는다’라는 뜻에서 나온 말로, 나쁜 현상이나 전염병이 널리 퍼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감’과 같이 부정적으로 쓰입니다. 날씨나 기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아주 뚜렷할 때는 ‘완연하다’를 써야 합니다. 병색은 ‘완연’이고 전염병은 ‘만연’입니다. ・ 봄기운이 완연하다. ・ 학계에 만연한 논문 표절 ‘비치다’ 와 ‘비추다’ A2. ‘비치다’와 ‘비추다’는 모양도 발음도 비슷하지만 의미상으로는 차이가 나는 단어입니다. ‘비치다’는 ‘빛이 나서 환하게 되다’ 혹은 ‘모양이 나타나 보이다’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반면 ‘비추다’에는 사동의 의미가 들어 있어서 ‘다른 대상이 ‘비치게 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직접적으로 ‘빛이나 모양’과 관련되지 않는 상황에 사용되는 ‘비추다’도 있습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에서 ‘비추다’는 ‘비치게 하면’으로부터 온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 비유가 많이 활용되면서 ‘어떤 것과 관련하여 견주어 보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 번쩍이는 번갯불에 그의 늠름한 모습이 비치었다. ・ 번쩍
부폐 vs 부패 A1. 어떤 것이 타락하거나 유기물이 썩는 것은 ‘부폐’가 아니라 ‘부패’입니다. ‘부패의 상징’ ‘음식물 부폐’가 아니라 ‘부패의 상징’ ‘음식물 부패’이지요. 한편 여러 가지 음식을 각자 골라 덜어 먹는 식당을 ‘부폐’나 ‘부페’ ‘부패’라고 쓰기도 하는데,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뷔페’로 써야 합니다. · 부정부패 척결 ·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 삼가다 vs 삼가하다 A2. 삼가 명복을 빕니다’와 같은 식으로 많이 쓰이는 ‘삼가’는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를 뜻하는 부사입니다. 그리고 완곡한 금지의 의사를 전할 때 ‘삼가하다’라고 하는데 이는 ‘삼가다’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아무래도 ‘허가하다’ ‘능가하다’와 같이 한자어에 ‘-하다’가 붙은 말이 많다 보니 습관적으로 ‘삼가하다’를 쓰는 것 같습니다. ‘삼가다’는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꺼리는 마음으로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않게 하다’라는 뜻의 동사입니다. ‘삼가’ ‘삼가니’ ‘삼가는’으로 활용하며 ‘삼가해’ ‘삼가하니’ ‘삼가하는’으로 써서는 안 됩니다. · 흡연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 흡연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 악성댓글을 삼가하자는 캠
붙이다 vs 부치다 A1. ‘붙이다’와 ‘부치다’는 모두 [부치다]로 발음되고 모두 ‘붙다’에서 온 말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표기한다는 것은 두 단어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봉투에 우표를 붙였다.’나 ‘담배에 불을 붙였다.’의 ‘붙이다’는 모두 ‘붙게 하다’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빈대떡을 부쳐 먹는다.’, ‘등기를 부치다.’ 등 ‘부치다’는 ‘붙게 하다’와 같은 의미로 해석 할 수 없습니다. 이들도 역사적으로는 ‘붙다’로부터 생긴 단어이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붙다’라는 의미와 멀어지게 된 것입니다. 국어 맞춤법에서는 이렇게 본뜻에서 멀어진 경우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붙게 하다’의 의미가 없다면 [부치다]라는 발음 그대로 적으면 됩니다. 이중 주어 A2. 이중 주어란 하나의 문장에 이중으로 들어 있는 주어를 말합니다. ‘코끼리가 코가 길다.’에서 ‘코끼리가’와 ‘코가’, ‘성우가 마음이 넓다.’에서 ‘성우가’와 ‘마음이’가 이중 주어입니다. 한 문장에 두 개의 주어가 있으며 주종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문장이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이중 주어를 하나의 주어로 만들려면 ‘코끼리의 코가 길다’, ‘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