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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이혼은 아이를 잃어야만 가능한 것인가?

결혼울 관계 아닌 천륜으로 오도하는 드라마들


최근 이혼을 전면에 다룬 SBS 드라마 두 편이 있다. <나는 전설이다>와 <이웃집 웬수>다. 종영한 <나는 전설이다>는 이혼소송이 중심이었다. 거대 로펌 대표로 이혼전문변호사인 남편 차지욱(김승수 분)을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하는 전설희(김정은 분)의 이혼 사유는 감정학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던 소송은 남편의 외도와 악행의 증거들이 속속 나오면서 아내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중요한 판례가 될 이 소송은 전설희가 “내가 원한 건 미안하다는 한마디였다”며 상대방의 죄의식만 건드리고 취하함으로써 공염불이 된다. 드라마는 이들 부부의 불화를 뱃속 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하며, 배우자를 학대한 지욱에게도 면죄부를 준다.

초반에는 전설희가 이혼소송을 통쾌하게 마무리하고, ‘컴백 마돈나 밴드’를 멋지게 이어갈 것 같았다. 그러나 소송은 취하하고 밴드는 한때의 추억으로 남고 만다. 빈털터리지만 씩씩하고 ‘쿨한’ 이혼녀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드라마로 너무 당연한 권리인 재산분할 청구에 대해 자칫 시청자에게 거부감만 줄 공산이 크다.

주말극 <이웃집 웬수>는 이혼한 부부가 ‘우연히’ 옆집에 살게 된다는 설정이다. 부부싸움 중에 어린 아들이 우연히 집밖으로 나가고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다. 이들 부부의 이혼에는 천재지변 같은 비극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혼이란 이렇게 아이를 잃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힘들게 헤어지고도 두 사람은 새로운 연애와 삶에 끊임없이 전 배우자의 간섭을 허용한다. 자식과 새로운 연인의 미래를 염려한다는 핑계로 툭하면 재결합 의사를 들먹인다. 극중 주변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지영(유호정 분)은 연인 건희(신성록 분)에게 이런 말로 이별을 통고한다. “은서(딸)를 위해서라면 난 수십 번이라도 은서아빠와 재결합 할 수 있어” 진실은 아마 이럴 것이다. “난 누구와도 수십 번이고 재혼할 수 있지만, 은서아빠만은 예외야”

드라마는 결혼을 관계의 문제가 아닌 천륜이라도 되는 양 호도하고 있다. 몇 년전 방영된 감우성과 손예진 주연의 SBS <연애시대>에서도 이혼사유는 아이의 죽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재결합하는 정말 예쁜 드라마 속에 현실은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이혼 부부를 사랑하다 헤어진 연인들처럼 묘사하는 것은 문제다. ‘사소한’ 불화를 못 참아 ‘홧김’에 이혼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한, OECD 국가 중 이혼율 최고라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다. 야마다 마사히로는 책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에서 이혼 문제를 철저한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 책에서 그는 ‘중산층’과 ‘연애결혼’이 저성장사회에서 위협받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진다. 이혼은 관계의 파탄을 의미한다. 파탄에 이르는 사유는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구조적이다. 무조건 이혼을 막으려드는 이혼억제 드라마들의 억지는 편견과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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