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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부에 대한 동경과 핏줄 환상을 하나로

<부자의 탄생>


KBS 드라마 <부자의 탄생>은 제목부터 기대와 반감을 반반 씩 갖게 한다. 열심히 보고 있으면 무슨 부자되는 비법이라도 알려 줄 것 같다. 초반 시청률은 좋지 않았다. 내용도 첫 회부터 식상하고 엉성하다고 비판받았다. PPL(간접광고)이 심해서 때로는 수많은 광고들을 한꺼번에 본 기분도 들고, 엉성한 구성을 코믹 배우들의 개인기로 땜질한다는 인상도 풍겼다.

그런데 굉장히 뻔한 줄 알았던 드라마가 의외로 솔솔 재미를 풍긴다. 극도로 단순화된 구조나 캐릭터 설정은 중간부터 봐도 이해가 되기에 후반에 시청률을 올리는 성과도 거두었다. 재벌들이 매우 허술하고 엉뚱하고 속 들여다보이는 빤한 인물들로 그려져 위화감을 주지 않으며, 재벌 아버지의 버려졌던 아들 최석봉(지현우)은 그냥 자체 발광 캐릭터다. 시청자는 석봉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의 신출귀몰한 재주와 매력적인 연애의 재주까지 즐기게 된다.

석봉의 부자 아버지 찾기라는 기둥 줄거리는 꽤 호기심을 자극한다. 패밀리 스토리의 판타지를 극대화시켰다. 지금은 고생스럽지만 언젠간 부자인 진짜 부모가 나타날 거라는 환상은 아더왕 이야기에서부터 <부자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염원이다. 이 강력한 플롯에 식상함과 참신함이 모두 들어있다.

석봉의 본질을 ‘원래 부자의 아들’로 두고 단지 아버지만 찾으면 된다고 보면 드라마는 가벼워진다. 돌아다니다가 찾기만 하면 되므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드라마는 후자를 택했고, 최대한 가볍고 예쁘고 만화적인 방법으로 가고 있다. 모든 게 석봉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나머지 인물은 다 희화화돼 있다. 석봉의 힘으로 조종이 가능한 인물들인 것이다. 연애도 그래서 아주 쉽다. 그에게 어려움은 단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그래서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별로 절박하거나 고생스럽지 않고, 생각보다 문전박대도 안 당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세상의 모든 재벌들이 합심해서 석봉을 도와주고 있다. 비법은 그가 찬 목걸이의 힘인데, 그걸 보여주기만 하면 다들 ‘패밀리’로 인정해준다. 무슨 암행어사의 마패처럼 쓰인다. 퍼즐이나 암호 찾기 같은 ‘아버지 찾기’의 패턴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부자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면 부자로 탄생 된다.

남은 방영분이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다만 마지막회까지 아버지가 누군지를 밝히지 않고 퍼즐을 반복하면 참 알맹이 없는 전개로 끝날 듯하다. 부자(富者)는 원래 부자고 부자(父子) 관계는 유전자 확인만 하면 된다는 뻔한 결론은 회피했으면 한다. ‘부자’라는 동음이의어의 행간에 숨은 이미지를 잘 살린 작품인데, 부자에 대한 동경과 핏줄의 소중함을 단순 동어반복하는 작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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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