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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간선택제일자리 관련 가이드라인 제시로 노동계 논란

시간선택제 일자리, 일자리가 아닌 고용률 70% 숫자를 높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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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일자리는 일 8시간 혹은 주 40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정규직 여부와는 상관없이,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일자리이다. 박근혜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제시한 정권의 핵심적인 정책으로, 정부는 시간선택제일자리를 활성화하고, 하루 8시간 일하는 전일제 노동자와 비교해서 차별없이, 노동시간에 비례한 대우를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10월, 2014년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시간선택제일자리 1만 7천명을 고용할 계획을 밝혔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3년 11월 「시간선택제일자리 도입·운영안내서」라는 시간선택제일자리와 관련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출산과 육아, 간병, 개인의 건강과 학습 등의 이유로 일 8시간 미만 근무에 대한 노동자의 자발적인 수요는 일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선택제일자리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전일제노동자를 기준으로 노동시간에 비례한 처우를 한다면 이 역시 불합리한 조치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제도의 운영 지침을 내리고, 구체적인 고용 계획까지 발표하니, 시간선택제일자리는 일자리와 관련한 노동자의 여러 가지 수요와 필요를 동시에 충족시키고, 동시에 일자리도 창출하는 매우 창조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시간선택제일자리는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것이 없는 정책이여서,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미 시행된 바 있다. 심지어 별다른 성과 없이 반복되기만 하고 있는 정책이다. 시간선택제일자리는 2010년 발표된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을 위한 2020 국가고용전략, 일자리 희망 5대 과제」에서도 ‘일·가정 양립 상용형 시간제일자리’라는 이름으로 포함되었던 정책이고, 기획재정부는 시간제근무를 2011년 이래 소속 공공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시간제근무와 관련한 입법, 신규채용된 시간제근무자에 대한 임금 50% 지원 등의 대책과 함께 시간제근무 활성화를 추진했는데,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시간선택제일자리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정부는 이러한 시간제근무를 지난 일 년 사이에 ‘반듯한 시간선택제일자리’, ‘양질의 시간선택제일자리’ 등 명칭만 여러 차례 바꾸었다. 관련 부처는 기관별로 2014년에 시간선택제일자리를 고용할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면서도, 해당 시간선택제일자리의 노동시간, 임금 수준, 정규직 여부 등은 발표하지 않았고 시간선택제일자리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 등 단시간근로자와 관련된 현행법을 나열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인 시간선택제일자리의 실태를 파악해 보았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 중 시간제근무를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5개 기관을 대상으로 선정하여 그들이 고용한 시간선택제일자리 노동자들의 규모와 처우를 살펴보았다. 조사결과, 조사대상 5개 기관에서 고용한 전체 시간선택제일자리 노동자 중 99.1%가 비정규직이었다. 조사대상의 약 75%가 고령자 혹은 60세 이상 은퇴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6~9개월 근로계약한 비정규직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시간선택제일자리를 활용하라고 홍보하지만, 노동자가 어떤 필요에 따라 스스로 시간선택제일자리를 선택한 경우, 혹은 노동시간을 선택한 경우는 조사대상 시간선택제일자리 중 1%가 채 되지 않았다. 또한 조사결과, 시간선택제일자리의 임금은 유사·동종 업무를 담당하는 전일제의 임금을 기준으로 노동시간의 상대적인 비율로 책정되거나,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시간선택제일자리의 노동시간이나 현행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해보았을 때, 시간선택제일자리는 저임금노동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시간선택제일자리라는 명명을 통해 노동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노동시간이나 근무형태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제도임과 동시에, 임금과 복리후생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있어 전일제노동자에 비교해 불합리한 차별 없는 일자리를 창조한 듯 홍보하지만, 시간선택제일자리의 실체는 단기 저임금 비정규직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대부분의 시간선택제일자리는 애초에 승진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단기 저임금 비정규직인 시간선택제일자리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승진의 대상이 아닌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시간선택제일자리의 승진과 관련된 관련 규정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이란 단어는 언감생심이다.

우리사회에서 일자리의 질을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 중의 하나인 사회보험도 시간선택제일자리는 부분적으로만 보장된다. 문제는 4대보험 미가입이 불법도 편법도, 차별도, 제도의 미비 때문도 아니라는 점에 있다. 관련한 현행법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월 60시간 미만 혹은 주 15시간 미만 일경우 4대보험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현행법에 따라서 시간선택제일자리의 처우를 결정하더라도, 시간선택제일자리는 많은 경우 4대보험조차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시간선택제일자리의 노동조건을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에 비례하여 결정한다는 입장인데, 시간선택제일자리는 제도의 설계상 노동시간이 일정 수준 이하이고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하는 나쁜 일자리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시간선택제일자리의 시행에 있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현재 시행 중인 시간선택제일자리가 대부분 신규 채용된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시간선택제일자리로 일자리가 신규 창출되어 문제라기보다 신규 창출된 시간선택제일자리가 대부분이 앞에서 설명했듯이 단기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더라도, 창출한 일자리의 태반이 단기 저임금 비정규직 시간선택제일자리로 채워질 것이고, 이는 지금까지의 통계가 증명한다.

우리 사회에서 양산되는 근로빈곤층, 1000만에 가까운 비정규직을 감안하면 일단 비정상적인 노동시장의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우선 전일제 정규직일자리에 대한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사회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시간선택제일자리를 활용하기 위해 시간선택제일자리의 노동시간, 임금과 4대보험, 복리후생, 정규직과 승진,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의 보장해야 하고 이를 보장할 지침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는 이 지침에 따라 산하 기관의 시간선택제일자리의 운영 실태와 지침의 이행 여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하여야 한다. 제도의 명칭 그대로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선택하는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전일제와 시간선택제일자리 간의 근무형태 변경에 대한 노동자의 청구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근무형태 변경에 따라 노동자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몇 안되는 노동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과거 비슷한 정책이 시행된 결과도, 현재 시행 중인 제도의 실태도 실망스럽다. 최근에는 일 1~2시간 근무하는 초단시간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고용노동부 내부 입장이 보도되었다. 일자리가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단 일자리의 양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박근혜정부는 지금 일자리가 아닌 고용률 70%라는 숫자만을 보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일자리 정책이 일자리 개수를 채워 넣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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