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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한도) 시행, 바람직한가?

세계 유례가 없는 ‘기형 타임오프’는 노조말살 제도


노동법 개정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예가 없다. 정부와 보수정치세력들이 사용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개악안을 힘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불법날치기 처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법의 근본목적은 사용자와 비교하여 노동자의 불평등한 지위와 처지를 대등하고 평등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나 사용자와 그들을 대변하는 보수정치세력들이 노동자의 이익을 축소하기 위해 노동법개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노조혐오증이 심각한 이명박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노동자 탄압이 노골적이고 잔인하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정부는 최저임금을 삭감하기 위해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려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만행’이라는 국민들의 비난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비정규직을 영원한 비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통계까지 조작하면서 비정규직법을 개악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약자를 두 번 죽이는 비정규노동자 잔혹사’ 라는 비판에 밀려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조전임자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조의 씨를 말리려고 작정을 했다.

5월1일은 세계노동절이다. 말 그대로 노동자의 생일이다. 그럼에도 사용자들과 정부는 아랑곳없이 노동절 새벽에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조를 말살하기 위해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를 불법 날치기 처리했다.

● 근로시간면제제도란?
2010년 7월1일부터 노동조합 업무만 하는 노조전임자에게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두었는데 이를 근로시간면제제도라고 한다. 2010년 1월1일 새벽에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노조법에 의해 올해부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이하 근심위)가 설치되고 근심위가 정한 타임오프에 의해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시행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사가 전임자문제를 단체협상에서 협의하여 결정하였는데 이제 법으로 정해 노조전임자축소를 강제하겠다는 제도다. 특히 현대차노조를 비롯해 대형노조의 전임자를 없애고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악법이다.

●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은 자주성훼손이 아니라 투쟁의 성과물
전임자 임금과 관련된 개악노조법은 96년 노동법개정안 강행통과 시 삽입된 것이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대표적 악법조항이었으며, 노조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13년간 유예되어 왔다. 따라서 악법을 폐지해야 함에도 이명박정부가 악법을 되살려 낸 것이다. 정부는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의 이유를 ‘노동조합의 자주성 훼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노조전임자의 임금은 노동조합의 조합비로 충당해야지 사용자가 지불하는 것은 노조의 자주적 활동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 그럴듯한 얘기로 들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민주노조를 건설하면서 비로소 장시간저임금 노예노동에서 조금씩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노예상태나 다름없는 처지였던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고 조합비로 전임자의 임금까지 지급하게 되면 노동조합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이 노동자의 단결을 방해하기 위해 산별노조체제가 아닌 기업별노조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에 노조활동비가 더 많이 소요되는 구조가 지속되었다. 동일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하나의 노조로 단결할 수 있는 산별노조가 되면 기업별로 진행하는 노조활동이 줄어들게 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예를 보면 금속노조에 소속된 기업별노조가 230여개 정도 되는데 이들 노조가 단체협약을 비롯한 노조활동을 개별 노조별로 각각 진행하게 되면 노조활동비용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별노조가 법제화되어 금속노조가 동일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권익을 산별노조차원에서 정책을 생산하고 협상을 한다면 그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조전임자 숫자도 줄일 수 있고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사용자와 정부는 산별노조를 법제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무력화 시키는 데에만 혈안이다. 이처럼 사용자와 정부가 기업별노조를 고착시키면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노조를 말살시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하나 전임자 임금지급이 노조의 자주성을 훼손시킨다는 말이 어불성설인 것은 노조전임자의 급여는 노조의 투쟁의 결과이며 단체협상의 결과로서 쟁취한 것이다. 때문에 자주성훼손 운운하는 것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는 대법원 판결(대법 1991. 5. 28. 선고 90누6392 판결)에서도 ‘경제적 지원이 노조의 적극적인 요구나 싸움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면 돈을 주었다고 해서 노조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은 없으니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수 없다’ 고 확인시켜 준바 있다.

● 타임오프제의 문제점
○ 근거 없는 전임자임금지급 금지 규정과 국제노동기준 위반
국제노동기준에 따르면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과 관련하여 입법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노사자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제노동기구(ILO)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의 금지는 입법적 관여사항이 아니므로 현행 노조법 상의 관련규정을 폐지할 것으로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즉 전임자임금문제는 노조마다 상황과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노사가 현실에 맞게 대화와 협상을 통해 결정할 일이지, 법으로 정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 사유와 시간에 대한 이중규제로서의 ‘타임오프제’
개정노조법은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를 전제로 “사용자와의 교섭·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그리고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유지 및 관리업무”에 대해서만 전임자의 유급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제한과 함께 전임자가 유급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의 총량을 상한제로 ‘근심위’를 통해 일괄 결정토록 하였다. 이처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이라는 입법방식을 채택한 현재의 타임오프방식은 노조법의 해석과 적용을 복잡하게 하여 노사당사자 사이에 법적분쟁 가능성만을 높일 뿐 만 아니라, 임금지급이 허용되는 ‘사유’ 및 그 해당 사유에 대한 ‘시간’ 상한이 이중적으로 부과되어 노사자율의 공간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 근심위의 문제점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 결정을 하는 근심위 구성이 사용자측 5명, 노동자측 5명,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 5명으로 구성되어 실질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되어있다. 따라서 노사합의가 아니라 노동계의 굴복을 강요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근심위가 날치기 처리한 타임오프안이 노조말살을 노리는 것이며, 그마저도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타임오프결정 절차위반, 법적 시한을 넘겨서 결정함) 표결안이다. 이는 근심위가 사용자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노조활동 축소에만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전임자 임금지급문제를 법으로 정한 나라는 없다. 물론 전임자 임금을 주는 나라도 있고, 주지 않는 나라도 있으나 이를 정부가 나서서 법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가 자율협상으로 정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타임오프를 상한으로 정해놓고 그 한도를 넘어서면 형사 처벌하는 나라는 더더욱 없다. 타임오프가 있는 나라(프랑스)도 최저기준만을 명시하여 그 이상은 상황에 맞게 노사가 자율협상으로 정할 수 있게 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이성적인 노조혐오증 때문에 이후 노조활동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에 따라 노동자의 권익은 더욱 후퇴할 수밖에 없으며 노사관계는 혼란과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개악 노조법은 하루빨리 재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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