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8℃
  • 구름조금강릉 7.1℃
  • 서울 3.0℃
  • 구름많음대전 5.8℃
  • 구름많음대구 7.0℃
  • 맑음울산 7.1℃
  • 흐림광주 7.1℃
  • 맑음부산 7.9℃
  • 흐림고창 6.5℃
  • 구름많음제주 10.1℃
  • 구름많음강화 2.2℃
  • 흐림보은 5.2℃
  • 흐림금산 5.8℃
  • 흐림강진군 7.6℃
  • 구름조금경주시 7.2℃
  • 구름조금거제 8.0℃
기상청 제공

대학진단 - 비정년트랙 교원은 누구인가?

학문연구와 교육부문에도 경제논리 앞세운 비정규직 바람 거세


우리나라에서 대학이라는 제도가 도입된지 60년을 넘어서서 지금은 보통교육으로 발전하여 왔지만 교육현장에는 아직도 상당한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특히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대표적인 것이 교원의 신분보장에 관한 것이다.


종래 교원의 신분을 위협했던 대표적인 제도가 재임용제도였다. 이 재임용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노력 없이 계약제가 도입되었다. 계약제의 도입취지는 학교가 교원임용을 계약이라는 형식을 빌림으로써 임면을 보다 자유롭게 하려는데 있었다. 그러나 여러 이유에서 재임용제도나 계약제 간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게 되자 음성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비정년(계열, 트랙)교원이다.


통상 정년교원계열이란 일정한 요건. 즉, 사립학교법과 그에 따른 학교의 인사규정이 제시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재계약에 대한 기대권을 갖으며 동시에 승진이 보장된다는 의미에서 정년이 보장될 수 있는 전임교원을 말한다. 반면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이란 정년에 대한 기대가 없는 전임교원을 말한다. 따라서 비정년교원이란 비정규직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재임용제도도 문제이지만 정년에 대한 기대가 없는 비정년교원은 아예 재임용 혹은 재계약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비정년교원은 2003년 하반기 연세대가 도입한 뒤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비정년계열 교원을 임용하는 이유는 대학의 재정투자와 프로그램 수행에 있어서 비정년교원 제도가 대학들에 유연성을 주기 때문이다. 즉, 정년계열 교원에 비해 적은 급여를 지불하면서 수업부담을 늘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행정상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교육부의 공식입장은 비정년교원이라도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임용되고, 정년교원과 동일한 처우를 한다면 전임교원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약기간 만료 후의 재임용 여부와 관련해선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문제’ 라며 어떤 유권적 해석도 내놓고 있지 않다. 더구나 교육부는 자신의 입장 표명과 달리, 정년트랙 교원과 동일한 처우를 해 주지 않는 경우에도 모두 교원확보율 산정해서 전임교원으로 인정을 해 주고 있어 비정년교원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비정년교원 역시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이라는 점에서 ‘비정년’이라는 형용어구에 관계없이 교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분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비정년교원들은 정년계열의 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다.


실태를 보면 대부분의 대학이 2년 단위로 2번만 계약할 수 있게 기간을 한정하고, 급여는 몇몇 소수 대학을 제외하고는 정년트랙 교원의 70~8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하여 비정년 제도 자체를 바로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예외적으로 수용 가능한 부분을 넘어 남용되는데 있다. 비정년교원제도는 사립대학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교원확보율을 채우면서도 인건비를 줄이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공교육에 부정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무엇보다 비정년교원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한다. 우리나라처럼 교수시장이 경직돼 있는 경우 비정년교원은 시한부 교수로 전락될 것이다.


다음으로 비정년교원은 전임교원에 비해 월급이 매우 적은 경우 시간강사나 별 차이가 없게 된다. 또한 전임교원과 임금상 별 차이가 없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약이 자동 해지되는 불안한 신분을 계속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끊임없이 정년이 보장되는 대학으로의 취업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교육보다는 취업을 위한 연구물 쌓기에 노력할 것이며, 그 부작용은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 전체로 파급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이다. 현재 영남대학교는 대학원의 붕괴로 인해 전업대학원생을 모집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대학교원의 비정규직화가 계속 된다면 누구도 학계에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대학이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는데 장애가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교원 자신을 넘어 대학, 사회까지 유해한 영향을 미칠 비정년교원제도의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지금 시점에서 비정년 제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년계열 교원의 인사가 원칙이라는 점을 확립해야 한다. 즉, 비정년교원의 허용범위를 ‘정부지원사업 수행’ 등 예외적인 경우에 국한시켜 그 남용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또한 비정년교원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사법구제기관이 적극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비정년교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임용 기회가 없이 당연 퇴직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재임용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차별이며 교권침해에 해당한다. 최근에 강남대와 영산대에서 비정년교원의 부당 재임용 거부 사례가 발생했다. 만약 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이 소송제기의 기회마저 부정해 버리면 비정년교원의 문제는 장기화되면서 우리 사회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소청심사위원회는 적극적인 결정을 내려 일단 사태의 장기화를 막았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취지에 따르면 모든 비정년교원에 대해서 사법구제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해당 교원의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재임용 거부 행위를 취소했다. 소청심사위원회 관계자의 표현에 의하면 “대학마다 비정년트랙 교원 임용제도를 다르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사안마다 판단을 내려야 한다” 면서 “모든 비정년트랙 교원을 ‘교원’으로 인정한 결정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대학측이 비정년트랙 교원이라 명명한 교원을 심사결과, 임용절차, 직무 등에 비춰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으로 본 첫 번째 결정인 것은 맞다”라고 말했다.


물론 앞서 본 소청결정의 효력이 사립학교법인을 구속하지 못하는 문제점으로 인해 양 사례에서 교원들이 일정 정도의 신분보장을 받게 되어 재임용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청결정을 전후하여 ‘교육부가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대학들의 비정년 교원제도를 폐지토록 권고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기사가 현실화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