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와 쓰기를 포함해 문자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는 믿음이 깨진 시대다. 생성형 AI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인간이 그것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생성형 AI와 대화할 때 꼬박꼬박 존대하며 존중을 표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고로 그런 암울한 미래에 대비해 왔다.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문제를 나누어 이해하고,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맥락을 복합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함으로써 의미를 구성하는 의미다. 당연히 오랜 기간의 연습과 사고의 축적을 통해 길러지는 후천적 역량이다. 지구력을 키워나가듯, 점차 긴 분량의 글을 읽고 쓰는 연습이 필수적이다. 그것은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는 안목으로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학생들이 읽기와 쓰기 훈련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생성형 AI에게 결과물 도출을 ‘일임’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언어를 대규모로 학습하여 인간보다 더 매끄럽고도 설득력 있는 글을 빠르게 내놓는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 특성상, 그 결과가 학생 자신이 낼 수 있는 성과보다 더 훌륭해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도출된 결과를
대학 수업에서는 오랫동안 과제와 시험, 출석 등이 성적 평가의 기준이 되어왔다. 최근 AI 활용이 늘면서 교수들은 AI로 작성된 과제와 답안을 찾아내느라 분주하다. 출석조차 때로는 배움에 참여하는 일이라기보다 성적을 위해 증명해야 하는 항목처럼 받아들여진다. 언제부터 대학에서 잘 가르치고 배우는 것보다 공정하게 점수를 매기는 일이 더 중요해 졌을까. 왜 교수는 학생의 속임수를 찾는 탐정이 되어야 할까? 그 원인을 교육 현장에 도입된 AI에서만 찾을 수 는 없다. 평가가 성취를 확인하기보다 공정하게 변별하는 일에 가까워진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초·중등교육과 수능을 거치며 학생들은 배움을 통한 성장보다 문제 풀이와 점수 경쟁에 익숙해졌다. 대학에서도 정해진 등급 비율에 따라 성적을 배분하고 작은 점수 차이로 학생을 구별한다. 평가의 공정성은 교수에게도 큰 부담이다. 학생의 생각과 성취를 세밀하게 살피는 평가는 많은 시간과 판단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답과 오답이 명확하고 성적을 쉽게 수치화할 수 있는 방식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되기 쉽다. 공정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평가 방식을 단순화한다. AI는 이 문제를 더 뚜렷하게 드러낸다. 보고서와 글쓰기, 발표 자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대학생의 연애, 상상과 현실’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1백명 중 연애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는 58명, ‘없다’고 답한 이는 42명이었고, 대학 시절 연애 경험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68명이었다. 연애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이별 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혼자가 된 후 공허함(20건)’을 가장 많이 꼽았다. ‘상대방에 대한 미련(18건)’, ‘납득하기 어려운 이별(14건)’도 뒤를 이었다. 연애 후 달라진 점으로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됐다.”,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답변이 있었다. 이별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잠수이별’, ‘환승이별’, ‘바람’이 반복적으로 언급됐고, 상대가 원하는 스킨십 진도에 맞추지 않자 이별을 통보받았다는 답변, 나와의 연애가 친구들 사이의 내기였다는 답변도 있었다. 반면 연애 경험이 없는 응답자들은 연애를 하게 되면 연인과 하고 싶은 일로 ‘함께 여행 가기’, ‘소소한 일상 공유’, ‘서로의 든든한 편이 되기’ 등을 꼽았다. 한편 세대 간 연애관 차이에 대한 생각으로는 사랑과 결혼을 연결하는 정도,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느낀다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가끔 영화를 보다가 오래전의 나를 떠올릴 때가 있다. ’요노스케 이야기‘가 그런 영화였다. 주인공 요노스케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 도쿄에 온 평범한 청년이다. 동아리에 기웃거리고, 미팅에 나가고, 친구를 사귀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영화는 그런 요노스케의 별것 없고 어설퍼서 웃기는 대학 생활을 따라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요노스케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대신 형편이 어려운 친구의 이사를 도우러 간 날, 친구는 말한다. 이사 같은 것을 부탁할 사람은 너밖에 없었다고. 그 장면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서른을 겨우 넘긴 사촌형은 방바닥 아래로 침몰할 듯 앉아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요노스케에게 말한다. “춤을 춰. 젊었을 땐 그냥 춤을 추는 거야.” 영화의 마지막에는 2001년 일본의 어느 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실제 사건의 그림자가 포개진다. 이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는 영웅적 희생보다 평범하고 인간적인 한 사람을 돌아보게 했다. 요노스케의 친구들은 그를 떠올리며 그를 알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쩐지 인생에서 조금 덕을 본 것 같다고 흐뭇해한다. 한 시절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진심이었으며, 그를 떠올
‘休’는 사람 인(亻)과 나무 목(木)이 합쳐진 글자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런데 대학의 ‘休’는 조금 다르다. 휴학한 학생들은 나무에 기대어 있기보다 오히려 학교 밖으로 나간다.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준비하며 다시 대학으로 돌아올 시간을 채운다. 이름은 휴학(休學)이지만 정작 그 시간에는 ‘休’가 없다. 휴학의 이유를 살펴보면 이러한 모습은 더욱 선명해진다. 2017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2천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휴학 계획자의 가장 큰 이유는 ‘학비 부담’으로 31.5%였으며, 취업 준비는 19.9%, 편입·창업 등 진로 결정은 19.4%, 전공 공부 및 관련 자격증 취득은 17.6%순으로 나타났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8년 뒤 통계청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 가운데 휴학 경험자의 56.9%가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를 휴학 사유로 꼽았다. 어학연수 및 인턴 등 현장 경험은 21.2%, 학비·생활비 마련은 17.9%였다. 휴학이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밖에서 필요한 준비
대학 생활에서 팀플은 피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특히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우리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국적의 학생들이 한 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여러 번의 팀플을 경험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1학년 2학기, 한국인 학생 3명과 나를 포함한 외국인 학생 4명이 함께 팀플을 했다. 나는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료를 미리 정리하고 역할을 나누자고 제안했으며 발표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자료조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PPT 준비는 계속 미뤄졌다.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발표자 두 명이 PPT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갑작스럽게 PPT까지 맡기는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고, 또 왜 할 수 없는지 내 상황과 이유를 설명하며팀원들에게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다. 또 아쉬웠던 것은 한국인 학생끼리 팀플을 진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나 역시 열심히 참여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 팀플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같은 언어를 쓰는 학생끼리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하고 빠를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
2026년 8월, 제주의 공기는 습하고 무더웠다. 로컬국토대장정에 참여할 당시, 나는 아직 창업가가 아니라 학생이었다. 문득 걷다 보니 유난히 많은 렌터카가 보였고, 버려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원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영천 포도 부산물과 폐목재를 원료로 한 차량용 탈취 제품 ‘라베뉴(La Vigne)’를 만들었다. 책상 위에서는 그럴듯하던 아이디어가 사람들 앞에서는 금세 작아졌다. ‘정말 돈을 내고 살 사람이 있을까?’ 질문이 올 때마다 부족한 점만 드러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이 질문들이 고마워졌다. 내가 좋다고 믿는 것과 남들이 필요한 것은 다르다는 걸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치고 다듬은 이야기를 들고 여러 무대에 섰다. 한국공학대학교 총장상을 받던 날에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표하던 날에도 새로운 부족함이 보였다. 실행에는 익숙했지만 준비에는 서툴렀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막힌 질문을 적어 두며 그런 나를 마주했다. 가장 최근의 무대는 3분짜리 CEO였다. 3분은 생각보다 짧았고, 결과는 2등이었다. 솔직히 아쉬웠다. 그래도 무대에서 내려와 보니 이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날의 나와는 많이 달라져 있
몇 년 전만 해도 의용공학과 학생이 바이오데이터를 분석하려면 프로그래밍 언어부터 익혀야 했다. ECG나 EEG 데이터를 불러오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하다 보면 사소한 오류 하나를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요즘은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AI에게 코드의 오류를 물어보기도 하고, 분석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을 읽거나 새로운 의료기기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도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한다. 의용공학은 원래부터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분야다. 의학과 공학의 경계에서 출발한 학문인 만큼 인공지능과 만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최근의 변화는 조금 특별하다. AI가 단 순히 하나의 새로운 기술로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 의용공학 수업에 들어온 AI 의용공학에서 다루는 데이터는 매우 다양하다. EMG와 EOG 같은 생체신호가 있고, 엑스레이나 CT와 같은 의료영상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얻는 데이터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데이터에서 사람의 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특징을 찾는 일은 AI가 특히
2026년 대구시장 선거의 청년 공약을 살펴보면 ‘창업’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띈다. 창업특구와 창업펀드처럼 시작부터 성장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려는 구상도 제시됐다. 그러나 자격증을 준비하고, 직무 경험을 쌓고,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의 과정도 이만큼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청년정책이 창업의 기회를 넓히는 동안, 취업을 지원하는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해볼 문제다. 실제 대구의 창업지원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다. 대구창업허브(DASH)에서는 창업교육과 사업화 지원, 입주공간, 멘토링·컨설팅, 판로와 투자 연계 등 단계별 지원사업을 제공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지원을 찾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청년이 첫 일자리를 얻는 방식은 창업보다 임금근로가 압도적으로 많다. 2024년 청년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경험한 청년의 97.5%는 첫 일자리를 임금근로 형태로 시작했다. 첫 임금근로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평균 11.5개월로 나타나 많은 청년이 첫 일자리를 얻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현실을 정책에 잘 반영
연구개발·설계 직무는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구조와 기능을 구체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실제 채용에서는 관련 전공을 기본으로 학사부터 박사까지 직무별 학력 요건이 다양하며, 전문 연구직일수록 연구실적과 논문, 정부 R&D 수행 경험 등 직무와 연계된 연구경험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대구시가 분류한 연구·지원기관 가운데 연구 분야와 업무 특성이 다른 기관을 중심으로 각 분야의 일자리를 살펴봤다. ● 기계·부품 분야 기계·부품 분야에서는 제품과 부품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시험·평가 업무가 함께 이뤄진다. 대구에는 기계부품과 소재의 연구개발 및 기술 지원을 수행하는 대구기계부품연구원과 미래차·자동차부품의 성능평가와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등이 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은 기계부품과 소재 개발을 폭넓게 지원하는 반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은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모빌리티 분야의 시험·평가에 특화돼 있다. ● 의료·바이오 분야 의료·바이오 분야는 신약과 의료기기, 생명과학 등 세부 영역에 따라 연구개발 업무가 다양하게 나뉜다. 대구에서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
20대 초반인 아들아이의 로망은 아빠가 되는 거다.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장바구니를 든 모습을 그리며 미소 짓곤 한다. 신기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그렇구나, 그러려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네?” 사회적 통념을 반영한 나의 말에 아들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경제적 자립이라는 말에 ‘안정적인 직장’과 ‘일정 수준의 소득’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아들은 것이리라. 한국 사회는 저출생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저출생 해결 대책과 방안들을 논의하고 제시하고 있다. ‘저출생 우생학 사회’는 이러한 우려와 대책과 방안들이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간주하는 오류’에서 출발했다고 비판한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원인은, 개인이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못 낳게 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 사회는 출산을 개인의 선택인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구조적 우생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우생학이 ‘특정 집단의 생물학적 재생산을 직접적으로 통제’한다면, 구조적 우생학은 ‘사회구조를 통해 출산 가능성을 차등적으로 분배’한다. 이 책은 구조적 우생학이 한국 사회에 작동하고
중세 유럽에는 죄인의 머리와 손을 묶어 시민들 앞에 세워두는 ‘형벌대’라는 처벌 방식이 있었다. 죄인은 광장 한가운데 묶여 지나가는 시민들의 야유를 견뎌야 했고, 공개적인 망신을 당해야만 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형벌대의 존재는 ‘잘못을 저지르면 당신도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던 셈이다. 이러한 공개 형벌은 근대에 들어 형벌제도가 변화하고 공개적인 망신을 처벌 수단으로 삼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점차 사라졌다. 그러나 누구나 기록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비슷한 모습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누군가의 경솔한 말이나 비교적 가벼운 잘못이 사진과 짧은 영상으로 온라인에 기록되면 수많은 사람이 비판에 가세하고, 그중 일부는 당사자 개인을 향한 공격까지 이어간다. 이 모습이 과거 형벌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광장의 형벌에는 끝나는 시간이 있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비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난이 쉽게 끝나지 않는 데에는 디지털 기록의 특성이 한몫한다. 누군가의 실수나 비교적 가벼운 잘못이 온라인에 공개되면, 이를 다룬 게시물과 영상은 캡처와 재공유를 통해 반복해서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경위를 충분히
지난 6월 우리학교 2026년 하계 국외봉사활동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왔다. 솔직히 처음 국외봉사활동에 선발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좋은 일을 하면서 해외에도 갈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었다.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참여하는 국외봉사활동이라는 사실에 설렘이 컸고,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컸다. 어쩌면 당시의 나는 ‘국외봉사’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대체 국외봉사는 왜 하는걸까?’ 2주간의 활동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한국에서 그렸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어린 학생들, 낡은 학교의 벽, 뜨거운 날씨와 익숙하지 않은 현지 음식은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됐다. 매일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봉사단원들도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의지했고, 현장의 상황에 맞춰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외봉사의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현장을 경험하면서 완벽한 결과보다 함께 어려움을 마주하고, 계획을 수정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상과 다른 현실을 마주한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