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출에 힘을 실어준 시민들의 환영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주 23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 마침내 시민이 직접 이끄는 ‘시민인문 심포지움’의 등장 ● 대학을 넘어 사회광장으로 진출한 목요철학 인문포럼 2010년 「목요철학 세미나」가 개강한지 30년 만에 「목요철학 인문포럼」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학 안의 닫힌 공간에서 대학 밖의 열린 사회광장으로 나가기 위한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시작됐다. 철학과 내에서는 설왕설래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라 되돌아올 수 없는 영구외출을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간접적인 개인의 경험 정도로 정당화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1~2년으로 끝날 수 없는, 아니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방대한 문화사적 인문학강좌를 그것도 혈기왕성하고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제도권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대구시민 일반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무리한 발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처음 예측은 결코 빗나가지 않았다. 대구라는 도시 자체가 전통적인 ‘교육도시’이고, 주변의 위성도시(안동, 상주, 예천 등)들 역시 역사적으로도 당당했던 올곧은 ‘정신문화의 도시’가 아니었던가
1980년 시작된 ‘목요철학 인문포럼’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목요철학 인문포럼은 당시 대학사회의 지적 욕구를 수용하고 지역사회에서 철학적 사유의 장을 조성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명대신문>은 목요철학 인문포럼 40년사를 두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 엮은이 말 ● 철학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사회로 1970년대 말부터 우리학교 철학과는 유럽 각 지역과 미국, 그리고 대만으로부터 온 다양한 철학전공의 신진학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젊은 40대의 교수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가지고 선후임자 없는 철학과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한 자리에 모였으니 시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리하게 표현하면 젊은 신진교수들이 학생들 앞에서 제각각 잘났다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일종의 철학적 이념논쟁(?)의 자리가 되기도 했다. 이미 몇몇 교수들은 지역의 타 대학으로 이적한 상태였지만 1980년 미국에서 분석철학을 전공한 김영진 교수가 철학과에 새로 임용되면서 미국의 새로운 언어분석학을 가지고 유럽관념철학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으로 철학과를 흔들어 놨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바로 그해 1980년 1학기 말에 나는 학과 교수들이 모인 자리(변규룡, 김영진, 백승균)에
지역화폐 논쟁이 뜨겁다. 지역화폐가 지역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엇갈리는 시선 탓이다. 일각에서는 지역화폐 유통으로 단기적인 효과는 발생할 수 있지만 인접지자체의 경제 위축을 대가로 하고 있으므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지자체 예산 낭비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 중 지역화폐가 가장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경기도는 지역화폐가 지역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소상공인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계명대신문>는 ‘경기지역화폐’의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화폐의 효용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본 기사는 경기연구원이 발행한 ‘뉴머니 지역화폐가 온다’ 및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분석(2019년 1~4분기 종합)’을 참고하여 작성했으며 경기연구원 김병조 선임연구위원의 도움을 받았다. - 엮은이 말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 소개된 지역화폐…전국적으로 증가 추세 2019년 도입된 경기지역화폐,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긍정적 지역화폐 효과에 대한 학계와 지자체, 정부 간 긴밀한 연구 협력 필요 ● 지역화폐란 무엇인가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 내에서 제한된 구성원들 간에 통용되는 화
뉴미디어의 등장은 곧 ‘거리개념의 종말’…사회변혁의 도구로도 기능 그러나 진실의 추구보다 탈진실(post truth)의 결속을 위한 수단이 될 수도 ‘뉴미디어 저널리즘’은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 뉴미디어의 진화는 뉴스의식 자체를 바꾼다 뉴미디어(new media)는 새로운 개념의 매체를 가리킨다. 뉴미디어는 상호작용성을 갖고 창발적인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으며 콘텐츠의 창작과 공표,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일련의 ‘새로운 창의성’을 이루어 낼 수 있다. 디지털, 모바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디지털화된 문서, 그림, 동영상과 링크 등을 포함할 수 있고, 불특정 다수의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하며 제작자와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피드백이 오갈 수 있게 되었다. 뉴미디어는 세계화를 일으켜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선 활동의 증가’를 가져옴으로써 ‘거리개념의 종말’을 가져왔다. 또한 뉴미디어는 어느 시대에나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변혁 도구이다. 각 시대마다 새로운 미디어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 생산방식에 영향을 주어 왔다. 뉴스도 예외가 아니다. 구어에서 인쇄, 방송전파,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로 이어지는 사회적인 소통 매체의 진화는 뉴
● 강박장애: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배우 잭 니콜슨이 로맨스 소설 작가 멜빈 유달 역을 맡아 멋진 연기를 펼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본 적이 있는가? 영화의 첫 장면부터 유달은 이웃에 사는 동성애자 화가 사이먼의 애견이 귀찮고 불결하다며 쓰레기장에 버리고 집으로 들어와 도어락을 잠그면서 숫자를 센다. 반드시 열 번을 잠갔다 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식사는 집 근처 레스토랑 한 곳만을 고집한다. 레스토랑을 가는 도중에도 사람들과 부딪힐까 기겁하고, 바닥의 보도블록 가장자리 금을 밟지 않으려고 뒤뚱거리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레스토랑에서도 그는 항상 자신의 테이블과 자리를 고집하고, 서빙도 웨이트리스 캐롤에게만 받겠다고 말한다. 유달은 속된 말로 요즘 보기 드문 ‘진상’이지만, 정신의학적으로는 온갖 강박증을 가진 환자이다.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분류기준 DSM-5에 따르면 강박장애는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 두 가지를 모두 동반하며, 현저한 고통과 사회적 혹은 직업적인 기능의 손상을 초래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 강박사고는 원치 않는 생각이나 충동 혹은 영상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떠올라 불안과 고통을 일으킨다. 환자는 이를 무시하거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유행해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희생됐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세계가 긴장했다. 돼지독감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넘어온 것으로 밝혀져 두려움이 증폭됐고,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졌다. 그래서인지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 수가 3만 명을 돌파하자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하고 백신 개발을 독려했다. 다행히 ‘타미플루’라는 독감 치료제가 있었고 5개월 만에 백신도 개발돼 신종 플루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나중에 치명률을 조사하자 계절성 독감 수준으로 나와(특이하게도 고령층은 잘 걸리지 않았다) WHO는 과잉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했고 조사결과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판명됐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를 넘겼다. 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우한을 봉쇄하고 중국 전역을 통제하는 압박 전략을 펼쳐, 현재는 기적적으로 바이러스 퇴치 일보 직전에 와있다. 환자 급증으로…
갤럭시 S8, V30, 아이폰 X 등의 OLED 스마트폰과 LG와 소니 OLED TV와 같은 OLED 제품을 구입한 후 약 2~3년이 지나면 번인현상이 일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번인현상’이란 장시간 동안 화면을 켜놓거나 동일한 이미지를 반복해 화면에 노출할 경우 해당 이미지가 화면에 잔상으로 남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OLE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를 이루고 있는 픽셀이 타버리면서 나타난다. OLED 디스플레이로 화려한 색의 영상을 볼 때, 특정 색을 표현하는 픽셀은 더 자주 빛을 내게 된다. 이때 자주 빛을 내는 픽셀은 그렇지 않은 픽셀보다 더 빨리 빛을 잃으며 밝기가 줄어들어 이 변화가 잔상으로 남게 된다. OLED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놓인 유기발광재료로 구성되어있다. 양극과 음극에 전압을 인가하면 양극에서는 정공(正孔, Positive hole)이 주입되고 음극에서는 전자가 주입되어 유기발광재료에서 정공과 전자가 재결합하여 빛이 생성된다. OLED를 이용하여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면 OLED는 화소가 되어, 화소 내에서 빛이 생성되고 이에 의해 디스플레이 화면이 표시된다. 컬러 디스플레이를 위해서는 적색, 녹색, 청색의 OLED를 배열하여 컬러…
인생에는 ‘터닝 포인트’가 있다. 스승의 말 한마디가 잠재력을 깨우는 빛이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극재(克哉) 정점식(1917~2009) 선생(이하 ‘극재’로 약칭)에게도 그런 스승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해방 무렵에 만난 쓰다 세이슈(律田正周, 1907~1955)가 바로 ‘삶을 바꾼 스승’이었다. 쓰다는 일본 문화학원의 교수로 우리나라 유학생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이중섭, 유영국, 송혜수 등이 그의 문하생이었다. 1941년 일본의 억압을 피해 간 하얼빈에서 쓰다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해방이 되고 나서 극재는 쓰다와 3개월간 함께 생활한다. 그때 극재의 스케치북을 몰래본 쓰다는, “극재는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고 있다.”며, “어쩌면 스페인적인 풍토나 문화적 배경 밑에서 나올 법한 그림”이라는 칭찬을 한다. 그것은 하얼빈의 이국적인 풍경을 그린 드로잉을 보고 한 말이었고, 그 드로잉에는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건물의 낡은 모습이나 흠집 등이 묘사되어 있었다. 쓰다는 극재가 무의식적으로 묘사한 요소들의 미적인 효과를 지적한 것이다. 이로써 극재는 자신의 그림에 나타난 자잘한 요소들을 인식하게 되고, 대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런 지적과 더불어 쓰…
채식주의는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음식의 유형에 따라 구분한다. 이것은 매우 애매할 뿐 아니라 채식주의의 취지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왜 붉은 살코기만을 먹지 않는지, 왜 동물의 알은 허용하고 유제품은 안 되는지, 반대로 유제품은 허용하고 동물의 알은 왜 안 되는지 등을 우리는 분명하게 알 수 없다. 또한 음식의 허용 범위가 같더라도 그 이유와 근거는 서로 전혀 다를 수 있다. 채식의 이유가 자신의 건강, 동물권 및 환경 보호 등으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허용해야 하는 음식의 유형보다 그 이유와 취지가 더 중요하다면 그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채식주의를 도덕공동체에 따라 각각 인간, 동물, 생명체 그리고 환경을 위한 채식주의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을 위한 채식주의 관점에서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채식이 자신의 이상국가에서 가장 적절한 식문화라고 주장한다. 플라톤은 채식주의에 대한 두 가지 근거, 인간의 건강에 근거한 영양학적 논증과 경제적 논증을 제시하고 있다. 대다수 채식주의자들이 채식의 이유로 들고 있는 영양학적 논증에 따르면, 육식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이고 혈당과 혈압을 증가시켜 심혈관 질환을…
지난 1백여 년간 과학계에서는 인간의 오감을 모방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뤄져왔다. 청각을 모사한 레코더와 축음기의 발명을 시작으로 카메라와 텔레비전 등 시각의 모사 기술까지 진행된 상태이다. 이러한 모방 기술은 앞서 서술한 매우 새로운 전자 기기의 개발을 이루었고, 이는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매우 중요한 발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모방이 미진한 촉각, 후각, 미각 등의 부분에 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고, 이의 성공은 기존의 청각 및 시각에서 보이듯 인간 사회에 매우 큰 경제적, 사회적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촉각, 후각, 미각 중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촉각이 모방 기술의 다음 성공사례가 될 것으로 많은 과학자가 예측하고 있으며, 일부 이와 관련된 기술은 벌써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촉각 센서의 개발은 사람의 피부나 손가락의 기능처럼 물리적인 부분에 대한 모사와, 손가락으로 옷감 등을 만진 후에 느끼는 촉감이라고 부르는 감정적인 부분까지 확장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촉각 센서는 사람과 비슷한 안드로이드 로봇을 위한 인공팔 기술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었고, 사람처럼 매우 정교하게 물체를 잡을 수…
니체는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안티크리스트’에서 한 마디로 정의하고 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 힘이 증가되고 있다는 느낌, 저항을 초극했다는 느낌을 말한다.”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니체처럼 생각한 적이 있는가? 니체처럼 행복을 생각한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들은 행복을 흔히 ‘마음이 즐거운 상태’ 혹은 ‘마음이 편한 상태’로 본다. 이러한 상태도 분명히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니체는 이러한 행복은 말세인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라고 보았다. 요새 소확행, 곧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니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말세인들이란 이런 소확행을 쫓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그마한 쾌락과 행복에 연연해하면서 그것들을 얻었을 때 만족하는 소시민적인 인간들이다. 니체는 말세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대지는 왜소해졌으며 만물을 왜소하게 만드는 말세인이 대지 위에서 뛰며 돌아다닌다. 그의 종족은 벼룩처럼 근절될 수 없다. 말세인이 가장 오래 산다. ‘우리는 행복을 만들어냈다.’ 말세인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눈을 깜박거린다. […] 이제 인간은 가난하게 되지도 않고 부자가 되지도 않는다. 어느 쪽이든 너무나 힘을 쏟아야 하는…
오늘날 청년들은 암울한 현실 앞에서 절망과 허무에 빠져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 채 시대의 방관자로 서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본다. 어떻게 주체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실존주의 사상이 잘 스며든 『이방인』(1942)의 주인공인 뫼르소의 삶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였다. 카뮈는 대표작인 『이방인』에서 서로 다른 세 가지 형식의 죽음, 즉, 어머니의 자연사, 바닷가의 살인행위, 사형선고를 통해 뫼르소의 방관과 참여, 실존, 부조리, 주체 등의 개념들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죽음 앞에서 뫼르소는 방관자에서 주체로 옮겨가는 이동의 과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첫 번째 죽음은 양로원에서 생활하던 엄마의 자연사이다.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 앞에서 철저한 방관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지도 모른다.”라는 충격적인 첫 문장만큼 뫼르소의 방관자와 같은 태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날 마리와 영화를 보고 정사를 나눈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을 마치 타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