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하 AI)이 인간의 창의성을 능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미래의 가정이 아니다. 2026년 현재, 생성형 AI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소설을 써낼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독창적인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이를 곧바로 ‘창의적 존재’의 산물이라 부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AI의 창작은 확률과 통계에 기반한 연산 결과인 반면, 인간의 창의성은 삶의 경험과 감정, 사회적 맥락과 윤리적 성찰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지켜내는 일은 지금 이 시대에 대학 교육이 반드시 담당해야 할 과제다.
우리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위험은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사고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다. AI가 제시한 답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익숙해질수록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해석하는 힘은 약화된다. 따라서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고를 훈련하고 질문을 생산하는 공동체로 기능해야 한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의 새로운 인재상은 과거 도요타가 제안했던 ‘T자형 인재’라는 고전적 가치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T자형 인간’이란 하나의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과 더불어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을 아우르는 넓은 시야를 함께 갖춘 인재다. 이는 단순한 취업 경쟁력을 넘어,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이해하고 AI를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를 위해 대학은 전공 교육과 함께 글쓰기·토론·협업 중심 수업과 전공 간 융합 경험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특히 창의성 계발의 핵심에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조지 버나드 쇼는 “의사소통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가 소통했다고 믿는 착각”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진화와 생존에 기여해 온 의사소통은 협력을 촉진하는 강력한 힘이며, 사고의 고립은 창의성의 가장 큰 적이다.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고 조정되는 과정 속에서만 사고는 깊어질 수 있다. 폭넓은 독서와 토론, 연구 프로젝트와 협력 수업은 모두 의사소통을 통해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대학의 핵심 교육 자산이다.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피할 수 없다면, 그 위에서 균형을 잡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은 결국 대학에서 길러진다.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 깊이 있는 전공 역량과 통섭적 시야, 그리고 성숙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AI 코파일럿 시대에 대학이 수행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사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