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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Don’t look up’, 진실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시대

 

미시간 주립대 천문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케이트는 여느 때와 같이 밤하늘을 관찰하던 중,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혜성을 발견하게 된다. 발견자인 그녀의 이름을 따 혜성이 명명되고, 연구실은 환호로 가득 차지만 곧 궤도를 계산하던 교수의 표정은 순식간에 얼어버린다. 지구의 종말을 알게 된 순간의 시작이다.

 

이후 케이트와 동료 과학자들은 힘을 합쳐 중대한 위기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언론과 정부에 접촉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인류 멸망 직전을 보여주는 데이터 앞에서도 언론은 시민의 불안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사실을 축소하려 하고,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해 이를 ‘잠재적 중대사건’으로 완화해 표현하며 사실상 은폐를 시도한다.

 

밀려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소비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행동한다. 영화 속에서 과학자의 경고는 토크쇼의 농담거리로 전락하고, 절박한 진실은 밈과 숏폼으로 소비되어 버린다. 이는 오늘날 소셜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대학생들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영화 속 과학자와 데이터는 ‘정확하지만, 매력도 설득력도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도 사람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신념에 따라 정보를 편향되게 받아들이고 해석한다. 영화 속 ‘Look up’파와 ‘Don’t look up’파로 나뉘는 극단적 이분법은 현실 사회에서도 반복되며, 공론의 장은 점점 왜곡되고 빈약해진다.

 

“우리가 본 걸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게 어떻게 죄가 돼요? 서로 대화가 되기는 해요? 이것을 어떻게 고치죠?”라고 간절히 외치는 과학자의 외침은 단순히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을 향한 질문이다.

안 그래도 복잡한 삶인데 영화를 보면서까지 의미를 찾고 싶지 않다면 그저 주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를 감상하며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니면, 주인공들처럼 실제로 지구 종말을 맞닥뜨렸을 때 나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고민해봐도 좋을 것이다.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볼 수 있나요?”

 

얼마 전 필자가 완주한 드라마 ‘레이디 두아’의 사라 킴이 말한 대사다. 결국 우리는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미디어·이익 구조 속에서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만 선택하고, 때로는 알고도 외면한 채 바라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있는 세상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