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2월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대학 전과 제도는 큰 변화를 맞았다. 그동안 일부 조건 속에서만 허용되었던 전과의 문을 넓히고, 학과와 학부 중심 원칙을 완화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개정의 핵심이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학칙에 근거한 자율적인 전과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우리학교도 지난 2024학년도 1학기부터 2학기까지 수정된 전과 제도를 반영했다. 이전에는 재학 기간 중 전과 가능 횟수가 1회로 제한되었으나, 개편 이후 횟수에 제한이 없어졌다. 신청 자격도 ‘학기 등록 횟수 2~4회 재학생’에서 1회 이상 재학생(자율전공부 포함)으로 넓어졌고, 과거에는 전과 신청이 불가능했던 편입생에게도 전과 기회가 열렸다. 이로써 1학년 학생부터 편입생까지, 전공을 다시 선택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전과 기회가 대폭 확대되었다.
● 전입 정원 20% 확대, 신청 인원은 증가
우리학교는 전과 제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전과 허용 범위 또한 확대하였다. 기존에는 입학정원 10%만을 전과 허용 범위로 정한 반면, 2024학년도 1학기부터 입학정원의 20%까지 전과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또 재학 성적과 면접 성적을 각각 80%, 20%의 비율로 평가하던 이전과 달리, 개편 후에는 60%, 40%의 평가 비율로 수정하며 학점으로 인해 제한되던 전과의 문턱이 일부 낮아지기도 했다(2024학년도 2학기부터 적용). 이러한 전과 제도 개편으로 신청 인원이 증가했다. 실제 교무·교직팀 집계에 따르면 제도 개편 직전인 2023학년도에는 4백53명이 전과를 신청하였으나 시행령 수정이 반영된 2024학년도와 2025학년도에는 각각 5백45명, 7백6명으로 늘어났다. 전과 가능 학년·횟수 제한 폐지 등 이전보다 전과 신청 조건이 완화되며 전과를 통해 전공을 변경하려는 학생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학과에 입학했던 송민석(언론영상학·3) 씨는 “전역 후 전과 제도가 개편돼 이전에 진학을 희망했던 언론영상학과로 전과를 시도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전과 제도 개편과 함께 자율전공부 선발 인원 또한 대폭 확대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이 강화되었다.
다만 모든 학과(전공)로 자유롭게 전입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출의 경우 모든 단과대학·학과에서 제한 없이 가능하지만 의과대학, 약학부(약학과·제약학과), 사범대학, 간호대학 등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학과의 경우 고등교육법 28조에 따라 별도의 정원 관리가 요구되기에 전과가 제한된다. 대신 사범대학은 재입학 등으로 여석을 충당하고 남는 인원에 한해 전과를 허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모빌리티소프트웨어과 또한 전과 신청이 불가하고, 최근 신설된 웹툰과, 실버스포츠복지학과의 경우 2025학년도 2학기 기준으로 1학기부터 6학기 내 재학생, 혁신신약학과는 1학기부터 4학기 내 재학생까지로 전과 신청이 제한되기도 한다.
● 현행 전과 제도, 취지 잘 지켜지나
이전보다 조건이 완화된 전과 제도는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따른 전공 선택 및 변경권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학생들이 더 다양한 전공을 경험하고 진로 설계를 유연히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본래 취지와 달리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특정 인기학과로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교무·교직팀 집계에 따르면 전과 시행령 개정 직전인 2023년부터 경영학과, 경찰행정학과 등에 전과 신청률이 높게 나타났고, 개정 이후에도 해당 학과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이중 경찰행정학과는 전과 시행령 개정 유무와 상관없이 학생들의 전과 신청률이 가장 높음과 동시에 2026학년도 1학기 전입 학과들 중 유일하게 경쟁률 2대 1을 넘기기도 했다(경쟁률 2.14:1). 이 밖에도 연극뮤지컬학과(1.33:1), 광고홍보학과(1.30:1), 경영학과(1.24:1), 언론영상학과(1.14:1), 혁신신약학과(1.00:1) 등에서 전입 신청률이 높았다. 이들 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에 대한 전입 신청률은 미미하다. 전과 제도 개정 시행 이전부터 우려되던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실제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부 학과(전공)에 집중되는 반면에 비인기학과는 축소되다 폐과로 이어져 대학 내 학문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전과 제도 개편 이후 제한 없는 전과가 가능해지며 전공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있다. A(경영학·3) 씨는 “이전 학과에서 공부하던 것과 내용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조금 더 들어보고 과 수업이 맞지 않다고 느끼면 한 번 더 전과를 시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 설계에서 어려움을 겪어 전과를 계속 시도하려는 학생은 되려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시간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전과생들은 전입 학과의 졸업요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졸업 시기가 1~2학기 늦어질 수 있다. 조인성(교무·교직팀) 선생은 “전입 학과를 기준으로 학생들의 졸업 가능 여부를 주로 문의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학 제도에서도 전과생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전과 신청 후 전형료를 납부한 학생은 해당 학기 학과 성적 장학생 사정 대상에서 제외되며, 전과생이 이전 학과에서 면학 장학생으로 선발된 경우 면학 장학금 포기 신청을 해야 한다. 이처럼 개정된 전과 제도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 기회를 넓혀주지만 동시에 추가 학업 부담과 장학 제한, 졸업 지연 가능성 등을 함께 내포한다.
● 타 대학의 전과 제도
현행 전과 제도는 각 대학의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다른 대학들의 경우 전과 학년 완화, 신청 비율 확대 등은 비슷하게 운영하되 재학 중 전과 가능 횟수, 모집 시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경북대의 경우 매년 1회 신청, 재학 중 1회로 전과 신청이 제한되고, 영남대 또한 경북대와 동일하게 운영된다.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권 주요 대학과 일부 지역거점 대학들 또한 전과 신청 비율 및 학년은 완화하되 신청 횟수와 모집 시기를 그대로 유지하며 전공 선택에 대한 숙고를 요구하고 있다. 또 서울대와 성균관대 일부 단과대학의 경우 각 전공의 최소 인원과 학문 다양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전공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학생이 입학 단계에서 희망 전공을 미리 신청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학과(부)에 우선적으로 배정받는다. 해당 제도를 통해 특정 학과로 입학하면 전과가 불가능하기에 학생에게 신중한 전공 선택을 요구한다. 이처럼 각 대학들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과 학과 간 균형을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 전과 제도에서 면접을 필수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정원 미달 학과더라도 면접 운영을 이전보다 확대하는 등 전과를 원하는 학생들의 전공 적합성과 열의를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과 제도 개편으로 학생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김경민(경찰행정학·1) 씨는 “학교 홈페이지, 학과 사무실 등에 전과 안내가 상세히 되어 있고, 전과 제도 개편으로 경찰로서의 꿈을 한 번 더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A 씨의 경우 “전과를 통해 전공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지만, 전과가 이전보다 쉬워져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24년 고등교육법 개편 당시 교육부는 전과 제도를 비롯하여 학칙 변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려 사항에 대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학과로의 쏠림, 이로 인한 학내 기초학문 약화, 전공에 대한 고민 축소 등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만으로는 우려되던 문제를 모두 해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개편된 전과 제도가 학생들이 전공과 진로를 폭넓게 고려했다는 점에선 분명한 의의가 있지만, 그 취지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