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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오른 대학재정지원사업, 어디서부터 흔들렸나

모호한 추진 방향·소통 부재가 학내 갈등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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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사업, 프라임 사업, CK 사업, ACE 사업, 평단 사업…. 최근 몇 년 동안 대학가는 이러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대학 당국이 이러한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전에 뛰어든 까닭은 수백억 원 가량의 예산을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들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 맞춤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교육부가 예산 지원을 빌미로 대학을 길들인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는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의 현황을 알아보고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 예측불가 대학재정지원사업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이하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발전방안은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사업(ACE 사업) 및 교육역량강화 사업을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ACE PLUS)’,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 사업(ACE 1유형)’, ‘특성화분야 육성사업(ACE 2유형)’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당초 발전방안의 내용과 달리 ‘대학 특성화 사업(이하 CK 사업)’을 신설하였고 해당 사업 추진 2년 후에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하 프라임 사업)’으로 대표되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을 신설하는 등 기존 발전방안과 다른 정책을 연이어 추진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7월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시안)’을 발표하고 유사·중복되는 사업들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금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정책 목표가 지나치게 자주 개편되어 사업 자체가 졸속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사업 선정 과정부터 ‘삐걱’
2016년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어 사업의 신규 신청기간은 1개월, CK 사업 및 프라임 사업의 신청기간은 3개월가량이었다. 코어, 프라임, CK, 평단 사업 등 현 정부의 주요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사업 공고에서 접수 마감까지 짧게는 보름, 길게는 3개월에 불과했던 것이다. 프라임 사업과 같이 대규모 학사 개편이 수반되어야 하는 사업은 학내 여론수렴을 비롯해 구성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교육부가 제시한 짧은 기간 동안 사업 준비를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들 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추진됐다. 이에 일부 대학에서는 큰 반발이 이어졌다. 이화여대, 창원대, 동국대 등 평단 사업을 추진한 대학에서는 구성원들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사업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셌다. 특히 이화여대 학생들은 총장 사퇴 및 평단 사업 철회를 주장하며 본관을 점거했고 결국 대학본부는 해당 사업 철회를 결정했으며 이후엔 총장 또한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임에도 내실 있는 준비를 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재정지원 볼모로 대학 길들이기
정부는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에서 “모든 교육정책은 대학의 자율을 전제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코어 사업, 프라임 사업, 평단 사업 등 대부분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고등교육 정책과의 연계 가산점’을 선정평가에 반영하였다. 각종 사업의 만점이 100점이라고 했을 때 적게는 5점에서 많게는 10점까지 사업과는 무관한 정책연계 가산점을 반영한 것이다. ‘CK사업의 재선정 평가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립대와 인천대의 경우 정책연계 가산점을 제외한 평가지표 원점수는 서울시립대가 우위였다. 그러나 정책연계 가산점의 차이로 총점이 달라지면서 인천대는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었으나 서울시립대는 선정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정책연계 가·감점은 이미 평가 추진계획에서부터 평가점수에 합산되어 최종 선정된다고 공지’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였다.

●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으로
지난해 대학가는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두고 학생과 학교 측이 대치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학교 측에서는 등록금이 수년째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억 원대의 재정지원을 포기하기 어렵고,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기조를 따라야만 했다. 반면 학생 측에서는 자신의 소속 학과가 돌연 정원감축이나 통폐합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2015년부터 ▼동양화과 ▼오르간과 ▼생명과학계열 ▼중국어문학과(야) ▼환경계획학과 ▼경찰법학과 ▼전통건축학과 ▼실내환경디자인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동양화과의 경우 지난 2015년 재학생과 동문들이 대명캠퍼스 및 동성로 일대에서 폐과 반대 집회를 벌이는 등 폐과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이처럼 현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경제논리를 대학에까지 끌어들여 기초 학문을 고사시키고 대학의 취업학원화를 유도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정책 추진 방향의 모호성과 민주적 의견 수렴 과정의 부재가 결합해 학내 분규를 부추기고 대학의 취업학원화를 유도하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다행히도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시안)’을 통해 “대학이 건학이념과 특성을 살려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기존 사업은 평가지표를 간소화하고, 정량지표를 축소하는 한편, 사업 계획 및 예산 집행에 대한 규제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앞으로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기초 학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더불어 추진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 간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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