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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지역 청년센터의 역할과 지속을 위한 과제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 청년센터 설립 배경과 필요성

2015년 제정된 ‘청년기본법’과 지자체별 ‘청년기본조례’는 국가와 지역이 청년 문제를 본격적으로 정책 영역에서 다루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청년센터 설립이 확산됐다. 청년센터는 청년 삶의 문제를 정책과 연결하고, 청년이 주체가 되는 참여 기반을 만드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단순한 일자리 지원이나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서 지역 청년들이 함께 모이고 말하고 실천할 수 있는 거점으로서 의미가 크다.

 

법적으로는 청년기본법 제13조를 근거로 청년센터 설치·운영이 가능해졌으며, 지자체 조례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기능과 구조를 규정하고 있다. 청년센터는 청년정책 전달 창구인 동시에 수요 발굴의 출발점이다. 또 지역 청년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실질적인 현장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 청년센터 운영 형태와 역할

일반적으로 청년센터는 광역과 기초로 나뉜다. 광역청년센터는 도·광역시 단위의 정책 기획과 통합 운영,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기초청년센터는 생활권 단위에서 청년 개개인의 일상 문제 해결과 자치 기반 활동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일부 지역에는 대학 기반 청년센터, 특화형 청년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청년 거점이 존재한다.

 

운영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자체 직영 형태가 있고 둘째로 민간 위탁 운영이 있다. 셋째는 공공과 민간, 청년이 공동 운영에 참여하는 협치 기반의 모델이다. 민간 위탁의 경우 청년단체, 비영리민간단체, 교육단체 등의 주체가 운영을 맡아 청년 참여도를 높이는 방식이 많다. 운영 방식에 따라 청년들의 센터 접근성 등에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청년센터는 청년의 정책 참여를 지원하고 커뮤니티 형성, 진로 탐색, 심리·정서 지원 등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아가 청년 활동을 지원하고, 청년 스스로 지역에 필요한 기획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센터의 역할은 청년들을 단순한 프로그램 수요자가 아닌 기획자이자 실천 주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센터는 단지 정책 전달이나 복지 기능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청년센터는 지역 내 유휴공간을 청년활동공간으로 전환하고, 문화·예술·경제·주거·심리 등 청년 삶 전반을 포괄하는 지원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청년을 단일 정책 대상이 아닌, 지역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인식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청년센터는 청년문제 해결뿐 아니라, 지역사회 변화의 촉진자로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지역 청년센터의 역할과 운영 사례

청년센터 운영이 활발한 지역의 사례를 보면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광역시 청년센터와 대구시는 청년정책의 실험적 시도와 정책 제안을 이어오고 있다. 또 지역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는 광역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대구시는 ‘대구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을 통해 청년들의 능동적인 정책 참여를 이끌어내고 의제별 연구모임, 정책 모니터링, 토론회 등을 거쳐 매년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들을 시정에 제안해왔다. 또한 타 지역 센터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대표적인 진로 탐색 프로그램 ‘청년학교 딴길’을 운영하여 청년들의 획일적 진로 고민을 해소하고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모색하도록 돕는 등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시의 주요 기초 청년센터 중 하나인 서울청년센터 관악은 1인 가구 청년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에 맞춰 심리 상담, 고립 청년 발굴 등 생활 밀착형 지원에 집중하며 청년들의 삶의 안정감을 높였다.

 

또한 ‘전국청년센터협의회’는 전국의 70여개 광역·기초 청년센터들이 모여 협업과 정책 제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플랫폼이다. 협의회는 정기적인 운영사례 공유, 종사자 교육, 청년정책 개선을 위한 의견 수렴 등 실질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역 간 정책 격차를 줄이고, 청년센터가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중앙청년지원센터의 202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센터 이용 경험이 있는 청년 중 68%가 정책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55% 이상이 센터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네트워크가 확장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청년센터가 정책 정보 전달뿐 아니라 관계 형성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의미다.

 

● 지역 청년센터가 앞으로 개선할 과제는

하지만 지역 청년센터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광역과 기초센터 간의 기능 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사업이 중복되거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청년센터의 위상이 법령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예산 확보나 조직 안정성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정기적인 평가나 성과 측정 기준이 부재해 운영의 질이 들쭉날쭉한 현실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많은 청년이 여전히 청년센터의 존재를 모르거나 본인의 삶과 무관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는 청년센터가 청년의 언어와 방식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청년의 실제 욕구와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년센터가 살아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청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수다. 청년의 경험과 의견이 운영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기존 청년센터가 지적받는 근본적인 문제는 ‘하향식(Top-down) 정책 전달 창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수동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 경우, 청년의 고립, 불안정 노동, 심리적 어려움 등 복잡한 현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또한 청년센터 종사자의 잦은 이직과 불안정한 노동환경은 사업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저해한다. 따라서 센터 운영에 청년 주도성 강화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전문 조직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앞으로는 개별 청년이 겪는 삶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년센터는 단순한 프로그램 제공을 넘어, 지역의 주거·노동·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및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종합 안내인(컨시어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청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청년 유출 방지 및 정착을 위한 맞춤형 정책 실험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성과를 다시 정책에 환류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청년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광역과 기초 간의 명확한 역할 정리와 체계적인 연계 구조가 필요하다. 광역센터는 정책 허브로, 기초센터는 현장 지원 플랫폼으로 기능을 명확히 분담할 때 청년센터의 정책 효능감은 극대화될 수 있다. 둘째, 청년 주도 운영을 제도화하고, 청년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마다 다른 청년의 현실을 반영한 맞춤형 센터 운영이 필요하다. 동일한 프로그램을 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 청년의 삶을 듣고 그에 맞는 정책 실험을 설계해야 한다.

 

 

지방 소멸과 청년 유출이 현실화되는 지금, 청년센터는 단기 정책 수행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이자 미래 기반으로 인식돼야 한다. 청년이 머물고 싶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센터가 정책 전달자가 아니라 정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청년을 수혜자가 아닌 동료 시민이자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