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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잊힐 권리’의 법적 의미

잊힐 권리 실질적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술적 정비가 필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4월부터 ‘아동 · 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지원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만 온라인상에 자신이 올린 게시글 등 개인정보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미숙한 아동 ·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2023년 지원 대상은 온라인 게시물에 포함된 개인정보로 인해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 아동 청소년이며, 삭제할 수 있는 게시물은 아동, 청소년이 스스로 게시한 글과 사진, 영상 등이다. 본인이 올린 글을 타인이 링크하거나 복제하여 다른 게시판에 올린 글도 포함된다. 2024년부터는 자기 게시물뿐만 아니라 제3자 게시물 즉, 부모 등 보호자가 올린 게시물도 삭제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데,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온라인에 올려진 게시물로 인하여 정보가 유출되고, 범죄에도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 및 유통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공적 정보뿐만 아니라 사적 정보까지 노출되면서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정보의 자기 결정권 등의 침해 문제가 발생하므로 법적으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 ‘잊힐 권리’란
‘잊힐 권리’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그 개념이 불명확하며, 실정법적으로도 통일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잊힐 권리의 개념은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의 구글 스페인 판결(Google Spain v AEPD & Mario Coste Gonzàlez, 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ase C-131/12, Judgement of 14 may 2014), 2016년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 규칙(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 입법 이후 그 개념이 구체적으로 정립되는 중이다. 스페인 변호사 곤잘레스(Mario Costeja Conzàlez)가 인터넷 검색사이트 구글에 자기 이름을 넣어 검색하면 12년 전 자신이 소유하던 부동산의 경매 공고가 실린 신문이 링크되어 나오는것을 보 고 , 스페인정보보호원(AFPD)에 해당 정보의 삭제를 청구하였다. AFPD는 2010년 7월 30일 신문사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구글에 대해서는 검색 색인에서 해당 정보를 삭제하고, 장래에도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구글 측은 스페인 고등법원에 위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스페인 고등법원은 동 재판 진행 중 유럽사법재판소(CJEU)에 EU의 1995년 개인정보지침(Data Protection Directive)의 해석에 관한 선결적 판단을 요청하였다.

 

몇 가지 쟁점 중 제3자가 적법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 주체가 검색엔진 사업자에게 접근 차단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의 쟁점에 관하여 유럽사법재판소는 검색엔진은 정보주체의 이름 등을 통하여 찾기 힘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보의 전반적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검색엔진의 활동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개인정보의 처리는 웹사이트의 발행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독립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한 판단하에 곤잘레스가 주장한 잊힐 권리를 인정하여, 당초 적법하게 처리된 정확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해당 정보가 수집 또는 처리된 목적에 비추어 더 필요하지 않다면 개인정보보호지침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목적과의 관계에서 또 흘러간 시간에 비추어,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부적절하거나, 관계가 없거나 과도해 보일 때도 그렇다고 보았다.


이 경우, 정보 주체는 검색 결과 리스트에 연결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보았다. 이 판결은 1995년 EU의 개인정보보호지침에서 잊힐 권리를 도출하여 그러한 권리의 실체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한 권리는 개인정보보호지침을 대체하는 법으로서 2016년에 제정된 EU GDPR 제17조에 삭제권(right to eraser (‘right to be forgotten’)) 뒤 괄호 속에 병기되었다. 동 규정은 잊힐 권리 및 삭제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 규정에 따르면, 정보 주체는 합당한 근거(제1항) 하에 개인정보의 삭제를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고, 이에 개인정보처리자는 합리적 조치를 할 의무가 있으며(제2항), 다만, 표현의 자유를 포함하여 법에서 정한 사유 등에 의해 잊힐 권리의 행사가 제한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제3항). 

 

잊힐 권리 보장이 제한될 수 있는 경우는 표현의 자유 보장 필요성이 있는 경우, EU법 또는 회원국 법률에 근거하여 정보처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또는 공익적 활동이나 공적 당국에 의해 수행된 활동과 관련된 경우, 공공 보건의 영역에서 공익적 사유가 있는 경우, 공익적 ·과학적·역사적 연구나 통계적 목적의 저장행위와 관련된 경우, 법적 권리의 보장을 위한 경우를 포함한다.


EU의 GDPR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규범으로, EU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서버가 어느 나라에 위치하는지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대상이 된다. GDPR은 정보주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기업에 대하여 전 세계 연매출액의 4% 또는 2천만 유로 중 많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EU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잊힐 권리는 현재 해외에서도 관련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다.


● 국내의 잊힐 권리는
한국은 EU GDPR과 같이 잊힐 권리를 명문화하여 보장하진 않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삭제 규정(제36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등에 관한 법률」상 정정보도 청구 규정(제14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임시조치 및 불법정보 삭제 규정(제44조의2, 제44조의 7) 등 개별법에 근거하여 일정 부분 잊힐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제공한 개인정보를 제3자가 복사하거나 링크한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삭제가 어렵고 해당 정보가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 침해 등 권리침해 정보가 아닌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삭제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 4월 29일 소위 잊힐 권리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동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보 주체는 인터넷에 게재된 자기 게시물을 본인이 직접 삭제하기 어려운 경우 게시판 관리자에게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으며, 게시판 관리자의 접근배제 조치 후 검색목록 배제를 원하면 검색서비스 사업자에게 검색목록 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 왜 잊힐 권리가 부각되는가
잊힐 권리는 그 자체로 적용 범위가 확정된 권리는 아니며, 비례원칙에 따라 정보의 사회적 가치와 상충하는 다른 기본권의 가치를 비교 형량한 후 인정 여부 및 적용 범위가 결정된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심각한 개인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구제 수단으로 고안된 것으로, 보호법익은 인격권이다. 잊힐 권리가 실정법에 명시적 근거가 없어도 인격권에 근거하여 인정된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인격권 침해에 대하여 사전적 예방조치로 서 침해행위 정지 ·방지 등의 금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는 더 이상 적법하지 않은 개인에 관한 표현물의 인터넷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정보 보유자를 상대로 정보 삭제 청구권을, 검색사업자를 상대로 검색결과 차단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잊힐 권리가 부각되는 이유는 인터넷과 SNS를 통하여 개인에 관한 표현물의 자발적 공개 및 공유가 과거에 비해 쉽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인터넷상에 무수한 개인정보들이 쉽게 처리되고, 유통되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계속 유지되고, 검색엔진을 통해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정보들이 축적되거나 통합적으로 다루어짐으로써 정보 주체가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잊힐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술적 정비가 필요하며, 정보 주체인 개인 역시 그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및 개인 표현물 관리에 각별하게 신경 써야 한다.





[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