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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과 천거, 그 길항의 역사

'오늘의 동양사상' 인재등용 특집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을 남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입에 자주 올린 말이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건강을 강조한 말이지만 이를 뒤집으면 곧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된다.

현 정부 출범에 즈음해 벌어진 소위 '강부자 내각', '고소영 인사' 논란과 맞물려 동양철학 비평 리뷰지를 표방하는 반년간지 '오늘의 동양사상' 여름호가 특집으로 '동양에서의 인재등용, 그 철학과 역사'를 마련했다.

이에서 말하는 인재란 관료 즉, 공무원이며, 나아가 시ㆍ공간적으로는 동아시아에 국한했다.

이 잡지 공동 편집주간인 홍원식 계명대 교수는 동아시아 인재등용의 역사를 '현(賢)과 능(能),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라는 말로 요약했다. 여기서 현이란 인격이나 품성을 갖춘 사람을 의미하며, 능이란 그보다는 재능에 주안점을 둔 인재를 가리킨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대체로 현(賢)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무시험 특별전형에 해당하는 천거(薦擧)라든가 조상 잘 둔 덕을 톡톡히 보는 음서제(蔭敍制)와 같은 관료 입성 통로가 채택되곤 했으며, 반대로 능(能)한 이를 뽑기 위해서는 시험이란 관문을 거쳤다. 후자의 대표주자는 말할 것도 없이 과거제다.

이와 같은 동아시아 인재등용 제도를 단순히 전근대 유산으로만 볼 수도 없다. 작금 한국사회에서도 두 방식이 혼용되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시험만 봐도, 수학능력시험으로 대표되는 시험이 원칙인 듯하지만, 각종 무시험 특례입학이라든가 특별전형 형태가 여전히 살아있다. 나아가 공무원 임용 통로 또한 시험이 대세인 듯하지만,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직이나 특수직은 일종의 천거제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동양사상'이 특집으로 삼은 인재등용 방식이라든가 그것을 뒷받침하는 철학의 문제는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영원히 부대껴야 하는 숙제일지도 모른다.

이번 특집에서 고려대 철학연구소 김철운 연구교수는 인재등용의 기준이란 측면에서 인물품평론을 탐구했다. 그에 의하면 공자, 맹자, 순자로 이어지는 유가에서는 '덕행'을 중시했다. 공자는 인물을 군자와 소인으로 나누었으며, 맹자는 '대장부'(大丈夫)를 이상적인 인물상으로 제시했다. 순자는 외양을 보고 인물을 판단하는 관상학을 비판했다.

하지만 인물지(人物志)를 저술한 유소라는 사람은 재능에 따른 인재등용을 중시한 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질에 따른 인물비평을 시도했다.

김 교수에 의하면 이런 시소게임도 과거제가 도입되면서 일대 전환을 가져온다. 과거를 통해 관찰자의 관찰이 아니라 객관적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가 확립됐기 때문이다.

정구선 동국대 강사는 무시험 선발제도인 '천거제'에 반영된 철학과 역사를 분석했다. 그는 천거제를 유형별로 유일(遺逸) 천거제와 효행자 천거제, 현관(現官.현직관리) 천거제, 수령(守令.지방장관) 천거제로 분류하면서 이 중에서도 과거에 급제하지 않았거나 급제자 중 오랫동안 등용되지 못한 이를 천거하는 유일 천거제를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박홍갑 국사편찬위원회 연구편찬실장은 혈연과 가문에 의한 인재등용 제도인 음서제에서 국왕과 신하가 서로의 세력 확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가운데 상호 의존과 견제의 필요성이라는 현실적 의미를 찾고자 했다.

부남철 영산대 교수는 시험을 통한 공직임용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 제도를 선발에서 교육으로 인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그런 점에서 내년 3월에 정식 출범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 그런 실험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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