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 학생들과 우리학교 학생들의 차이점은 바로 ‘잔디밭에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어떤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우리학교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캠퍼스가 아름답고 멋있다는 소문이 나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잔디보호>라는 이유 때문에 캠퍼스의 낭만인 잔디밭에 눕거나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연출할 수가 없다.
학교의 어느 관계자 분에게 들은 얘기에 따르면 <잔디보호>라는 팻말을 사용하는 시기는 ‘새싹이 돋아나는 봄철뿐이라 그 뒤로는 들어가도 된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형식과 틀 속에 얽매여 스스로 그것을 깨트리기 보다는 누군가가 대신 그것을 속 시원하게 깨주기만을 바라면서 다들 수동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나 한 번쯤 생각해볼만 한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된 배경과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보수적인 대구 지방 사람들의 특성도 그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잔디밭에서 눕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의 통제로 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나는 비단 잔디밭에 들어가는 것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계명인으로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쉽사리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는 떳떳한 청년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