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바다 빙하가 2013년이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수십 년 앞당겨 진 것으로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예컨대 우리나라만 하여도 지난 2월 평균기온이 예년에 비해 3.7도나 높아졌다. 만약 사람의 체온이 1도만 올라도 신체 메커니즘의 균형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흐트러져 여러 질병에 쉽게 노출될 것이다. 하물며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지금 얼마나 큰 병에 시달리고 있겠는가.
사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 재앙의 징후는 우리들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앙의 결과로 발병한 지구의 열병은 이미 자연적 치유의 한계를 넘어섰다. 예고된 생태계의 붕괴 앞에서 세계는 이를 막기 위해 부심하고, 지구의 어느 지역보다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과 녹색뉴딜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제 이러한 녹색성장은 우리나라의 국가발전의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녹색성장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녹색뉴딜 예산 50조원 가운데 32조원이 토목건설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많은 생태학자들의 우려와 국민들의 반대, 그리고 이 정책이 과연 경제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진행되고 있는 경인운하와 4대강유역 정비 사업 등은 우리나라의 녹색사업이 녹색성장을 가장한 토건 성장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장을 과제로 삼는 현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을 내세우는 것을 보니 ‘회색시멘트에 녹색 페인트만 칠하자는 이야기가 아니가’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녹색성장’은 ‘성장’보다 ‘녹색’을 우선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성장은 인간이 아닌 자연을 위한 성장이어야 한다. 정부가 생각하는 성장이 후대의 생존을 담보로 한 눈앞의 성장이라 한다면 과감히 포기하여야 할 것이다. 앞산 터널공사를 위해 선조들이 소중히 가꿔온 나무들을 베어내는 기계톱의 굉음과 이를 막으려는 환경지킴이들의 아우성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이 이 정부가 말하는 녹색성장의 방향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본다.
이 땅과 물과 하늘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따라서 소중히 사용하고 온전하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정부는 자연을 지키는 일이 우리의 양심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