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문득 ‘매일 가던 길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걷다보니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게 되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햇살 또한 따뜻했다. 저물어 가는 노을에 비친 나뭇가지 사이로 돋아나 있는, 완연한 나뭇잎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모자란, 잎들을 보며 ‘나 또한 그 잎과 같았던 때가 있었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 나는 책가방을 매고 실내화 주머니를 한 손에 들고 다니며 조그마한 일에도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 때는 초등학교 졸업은 언제 하고, 중학교는 언제 가며, 고등학교와 대학교진학은 또 언제 할 지 멀고 먼 일이라 막막했다. 그런데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나를 보니 세월이 빠르다고 하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자란 만큼 학교 풍경도 많이 변했다. 우선 어린 시절 문방구 주인아저씨를 마주치지 않으면 학교에 온 것 같지 않았는데 지금 문방구는 온데간데 없고 그 대신 학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를 마치면 삼삼오오 모여서 군것질했던 분식집은 내 기억이 잘못 된 것은 아닌 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많이 바뀌어 있었다. 바뀐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학교도 녹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던 단상이 더 튼튼해 보이고 광택이 나는 단상으로, 운동장 한 쪽에서 등교할 때나 하교할 때 시간을 알려주고 뜨거운 여름날 체육시간에 조금이나마 그늘은 제공해주던 시계탑이 디지털시계로 변해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변해버린 모습들을 보며, 나는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만이 변해 버린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