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 심정은 과부가 안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처지가 되어봐야 비로소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다양한 상황에서 이야기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간절함으로 다가 온다. 나에게는 지적장애1급의 누나가 있다. 몸은 아리따운 28세의 숙녀지만 지적능력은 귀여운 세 살짜리 아기다. 그래서 나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심정을 아주 잘 안다.
나는 얼마 전 공지영 작가의 신간소설 ‘도가니’를 읽었다. 이 책은 주인공인 강인호가 농아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성폭행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을 부도덕하게 대우하는 차별적인 사회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장애인은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사회의 약자일 수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복지부의 2008년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약 213만 명의 장애인이 있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인을 잘 만나지 못한다. 기껏해야 봉사활동으로 장애인 생활시설을 찾을 때만 만날 수 있다. 사회가 장애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는 힘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아직도 우리는 장애인을 볼 때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듯 한다. 장애인이 거리를 걷거나 음식점을 가거나 쇼핑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이 동정 섞인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것은 ‘흔히 보지 못한 풍경에 대한 호기심’이며, ‘저런 모습으로도 돌아다닐 수 있구나’하는 놀라움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장애우 본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에게까지 큰 상처를 준다.
요컨대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러니 장애인을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대해주길 바란다. 물론 이러한 사고의 변화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넓은 포용력이 있지 않은가. 지금이야말로, 더 이상 장애인들이 소외받지 않고 모든 이들이 함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의 포용력을 발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