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8℃
  • 구름조금강릉 7.1℃
  • 서울 3.0℃
  • 구름많음대전 5.8℃
  • 구름많음대구 7.0℃
  • 맑음울산 7.1℃
  • 흐림광주 7.1℃
  • 맑음부산 7.9℃
  • 흐림고창 6.5℃
  • 구름많음제주 10.1℃
  • 구름많음강화 2.2℃
  • 흐림보은 5.2℃
  • 흐림금산 5.8℃
  • 흐림강진군 7.6℃
  • 구름조금경주시 7.2℃
  • 구름조금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수의 공직 진출과 대학의 자정 노력

우리나라는 교수 출신이 정부의 고위직을 유달리 많이 맡는 나라이다. 이러한 경향은 아마도 수백 년 동안 유교 경전을 공부한 선비들이 고위 관직을 독차지해서 경륜을 펼쳐왔던 과거의 전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유교 경전과는 무관한 요즈음 교수들이 정치권력에 대해 가지는 드높은 관심이 더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다.

교수나 학자가 장관과 같은 고위 관직에 진출하는 것 자체를 두고 왈가불가할 수는 없다. 본인의 전공지식을 폭넓게 활용한 국정운영이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또 자신이 쌓아온 경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된다면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직을 희망하거나 공직에 임명된 교수 출신 인사들 중에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최근에 들어선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다. 장관들 대부분이 대학의 전임이나 겸임교수, 초빙교수, 객원교수 출신인데,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들 중 다수가 각종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거의 공통 사항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교수 경력을 만인에게 상기시키기라도 하듯 심각한 수준의 저서 혹은 논문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애처로울 지경이다. 교수 출신 공직자 혹은 공직 후보자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 정부들에서도 교수 출신의 국무총리 후보자와 교육부총리가 투기 의혹이나 논문 표절 시비로 낙마한 사례가 있다. 10년 전만 해도 적용되지 않던 엄격한 공직자 검증 기준이 본격적으로 작동되면서 일어난 새로운 현상이다.

특히 논문 표절 시비는 교수 출신의 고위 공직 후보자가 많아지면서 대학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넘어 범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준 황우석 교수 사태와 최근에 큰 물의를 일으킨 모 대학 총장의 표절 의혹 사건에 이어 끝없이 불거져 나오는 교수들의 업적 비리를 지켜보아야 하는 대학의 입장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렇지 않아도 무한 경쟁의 시대를 맞아 어려움에 처한 우리 대학들이 아닌가. 대학이 어려움 속에서도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여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제대로 선도할 수 있으려면 도덕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데, 국민들의 눈에 대학이 파렴치한 교수들의 집단으로 비친다면 무슨 힘으로 그 의무를 수행할 것인가. ‘곡학아세’(曲學阿世)도 이 정도라면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대학의 자정(自淨)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