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친이(친이명박)계 중심의 지도부 구성안이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한나라당 내부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반발도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7월 전당대회 이전 탈당한 친박 인사들의 복당 요구가 사실상 묵살된 상황에서, 당대표를 비롯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까지 구체적 실명이 거론되며 주류측의 일방적 당직 독식이 기정사실화되자 "들러리 출마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전대 보이콧' 가능성마저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한 것이 사실.
친박 성향인 3선의 허태열 의원은 8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당직 인선과 관련해 "친이 독식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 원만한 국정이 가능하겠는가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이런 독식체제에 (친박) 한두 명이 들어가 본들 소수 비주류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아무런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가 버린다면 이런 선거에 참여하는 의미가 있는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몫' 전대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허 의원은 자신의 출마에 대해서도 "(출마도) 생각해 봤지만,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한두명 들어가 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차라리 우리가 피해주는 게 더 자기들 뜻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참여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이 대통령이 수차례 약속한 대로 국정 동반자로서 관계를 정립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정치변화를 예고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당내 박 전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해왔던 인사들은 박 전 대표의 선택을 따르지 않겠느냐. 그것이 어느 길이 되던지 간에..."라며 집단 탈당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 핵심 측근도 "박 전 대표가 지시한 바는 없지만, 당이 박 전 대표의 진실을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 무력한 상황에서 전대 불출마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전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박 전 대표도 사실상 전대에 관심이 없고, 허 의원이 안나온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름의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사실상 전대 보이콧을 시사했다.
박 전 대표가 오는 11일부터 열흘간 호주.뉴질랜드 방문을 마치고 정국과 관련해 일정한 입장을 정리해 밝힐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류를 탈당 수순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측근은 "보이콧이 가능한 옵션이긴 하지만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면서 "당원으로서 전당대회를 보이콧한다면 기본적으로 당에 있기 싫다는 이야기이고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실상 탈당쪽으로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고 조금 더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