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임채정 국회의장은 27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17대 국회내 처리를 위한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청에 대해 "도저히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최소한 과반수 국회의원들의 서명 요구라도 있어야 직권상정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한미FTA 비준안 조기처리를 놓고 강경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 의장이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17대 국회내 FTA 처리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임 의장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의 직권상정 요구는 `합의와 다수결'이라는 원칙을 지켜온 우리 국회의 의사진행 관행을 무시하는 행위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고 정경환 공보수석이 전했다.
임 의장은 "17대 국회 임기를 불과 4일 남겨두고 임시국회 소집요구를 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나아가 한.미 FTA비준안처럼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문제를 여야간 충분한 합의 노력도 없이 직권처리해 달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미FTA 비준안은 국론 일치를 위한 정치권과 국민의 합의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권상정 요구에 앞서 교섭단체간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수 의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은 생략한 채 무장적 국회의장에게 성사가 난망한 의제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청하는 행위는 한미FTA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은 의결정족수 부족이나 안건 부결 등의 최악의 상황을 한번이라도 생각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BBK 특검법 처리 당시 명백한 의회 다수의 요구임을 확인한 이후에도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는 등 직권상정 문제의 처리에 신중을 거듭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