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은행들이 영업시간을 현행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에서 1시간씩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 10일 열린 제 11차 공동 임단협에서 고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영업점 운영 시간을 1시간씩 당기는 것을 포함해 영업ㆍ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함께 연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반 공공기관이나 회사의 근무 개시 시각이 대개 오전 9시인데 은행 점포의 문을 여는 시각은 30분이 늦어서 불편하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은행으로서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증권사와 경쟁을 하려면 개점시각도 오전 8시30분으로 맞추거나 여름철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자체 서머타임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은행들은 공동 연구반을 만들어 영업시간을 조정할 경우 미칠 수 있는 파장이나 전산 시스템 수정, 지원부서 업무 조정 등 필요한 조치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질의하기로 했다.
은행 영업시간은 지금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지만 특정 은행이 먼저 시행하기에는 복잡한 조치가 필요하고 부담스러운 사안이기 때문에 업계 전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은행권 노사는 영업ㆍ근무시간 조정을 통해 늦게까지 일하면서 시간외 수당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과다한 초과 근무 문화를 바로잡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9시 뉴스를 집에서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초과 근무가 만연한데 따라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건강을 해치는 등의 폐해가 많은데, 시간외 수당은 한도가 정해져있어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은행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1시간53분으로, 점심 등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9시간53분이며 출근시간은 평균 오전 8시20분, 퇴근시간은 오후 8시13분이었다.
임단협에 참가한 한 은행 관계자는 "상사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 은행 업무가 영업 위주로 바뀌면서 영업점 문을 닫은 뒤에나 개인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바람에 폐점 후에 하루 4∼5시간씩 일하느라 저녁식사를 하고 퇴근하는 것이 일반화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그는 "개별 은행별로는 당장의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해 과감한 조치를 시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으로 연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령, 마감 시각에 임박해 영업점을 찾는 고객의 상당수가 세금 납부 업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는만큼 영업점 마감 시간 무렵에 공과금 납부 기기 이용 안내를 전담하는 직원을 배치한다든지 일부 직원은 늦게 출근하는 대신 늦게까지 일을 하는 등의 대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미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회의, 회식, 야근이 없는 '3無데이', 노사 화합의 날, 가정의 날, 본부부서 집중 근무제, 주말 본점 출입 통제, 전화상담 업무 콜센터 집중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한편 조직문화와 업무 절차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은 매주 수요일을 3無데이로 정했는데도 눈에 띄는 효과가 없자 아예 고객관리 전산시스템을 오후 7시30분에 강제로 닫도록 지시했고 기업은행 윤용로 행장은 실적 우수 점포와 시간외 근무 수당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효율적으로 일할 것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노사는 이달부터 근무시간 정상화 TFT를 가동하고 불필요한 업무를 폐지하는 등 정시 출퇴근을 가로막는 요소를 개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