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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사건 한달..남북관계 '안개속'

극명한 입장차..관계 경색 장기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사건이 10일로 발생 한달째를 맞지만 북한이 현장조사를 거부하면서 정확한 사건의 진상은 9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사건의 경위와 진상조사를 둘러싸고 남북이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는데다 이번 사건의 여파가 준 당국인 지자체와 민간급의 교류.협력에까지 미치며 남북관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진상 여전히 '미궁'= 북한이 밝힌 사건 경위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은 우리측의 현지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진상은 여전히 미궁속에 빠져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국과수 부검, 목격자들의 증언과 사진, 모의실험 등을 통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정지 또는 천천히 걷고 있는 상태에서 100m 이내의 거리에서 피격당했다는 등의 결과를 내놓았다.

합조단은 또 총격이 최소 3발이라는 사실과 현장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해변에서 오전 5시께도 70m 거리에서 남녀 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군이 박씨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고 관광객인줄 알면서도 총격을 가했다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과잉대응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러나 현장조사가 없었던 탓에 박씨의 정확한 이동경로 등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북측이 주장하는 이동거리와 시간 등이 논리적으로 어떤 맹점을 갖고 있는지를 규명해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북한도 우리측의 조사결과를 '모함'으로 치부하며 이번 사건은 '군경계 지역에 침입한 남측 책임'으로 '공동조사단은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남북 '강대강' 대치 = 정부가 현장조사와 재발방지 등 우리측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대북 압박조치를 취하고 이에 북한이 강경한 기조로 맞대응하면서 남북 대치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사건 직후 현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이 마련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는 한편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점검.평가에 들어갔다.

또 당초 예정돼 있던 대북 물자 제공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논의를 보류하고 지자체의 대북 지원성 교류협력사업을 자제시켰다.

특히 지난달 우리 정부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국제무대에서 금강산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를 하고 북한이 남측에 '10.4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전략으로 맞서면서 냉전시대 남북간 '외교전'이 재현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금강산 사건 후 20여일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지난 3일 금강산 지역 군부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금강산에서 불필요한 남측인원을 추방하고 금강산 지구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적대행위에도 강한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측의 이 같은 조치가 명백한 남북 합의서 위반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8일에는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민간단체의 대규모 방북을 불허하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남북경색 장기화 불가피 = 남북의 입장이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태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불필요한 남측인원 추방을 명시한 북한 금강산 지역 군부대 대변인 명의의 담화는 북측이 남북 경협 중단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우리 정부에는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당분간 북측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8일 민간 단체 대규모 방북을 불허하면서 북한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북한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민간교류 부분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양측 모두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남북이 '신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9일 "이 문제를 풀려면 정부 관계의 포괄적인 개선이 병행되야 하고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서는 해법이 잘 안보인다. 현상태가 장기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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