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지금 1929년의 세계대공황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금융의 심장부 월가를 주름잡던 거대투자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하고,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면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금융쓰나미는 미국에서 세계로, 금융부문에서 산업부문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그것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결말에 이를지,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쓰나미는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율적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신자유주의의 시장만능주의 논리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이 위기가 바로 시장만능주의를 선도했던 거대 금융자본의 탐욕과 속임수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근원에는 이윤획득에만 혈안이 된 시장만능주의의 탐욕과 무한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오로지 보다 많은 이윤의 획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그 탐욕적, 배타적 경쟁이 초래한 시장경제의 파국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현재의 파국을 보면서 한국 대학의 현실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게 된다. 정부가 취업률을 대학 평가의 중요 기준으로 삼게 되면서 대학에서는 시장주의의 경쟁논리로 취업준비를 지도하는 경향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 대학의 취업지도는 오로지 경쟁자를 앞설 수 있도록 학생 개개인의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만 주력한다. 취업을 위해 개개인의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문제는 거기에만 치중할 경우 그것이 은연중에 경쟁자를 적대자로 간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한 배타적 경쟁의식이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에서 극단적으로 심화됨으로 말미암아 현재의 파국사태가 발생하였다.
그런 까닭에 대학은 이제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모순과 야만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취업지도를 강구해야 한다. 취업지도는 취업능력개발과 더불어 반드시 공생과 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직업철학 및 윤리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경쟁에는 배타적 경쟁도 있지만 상생적 경쟁도 있다. 상생적 경쟁은 경쟁을 통해 상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며, 그 경쟁력은 이를 가능케 할 창의력과 혁신력에서 나온다. 상생적 경쟁윤리와 문화가 시장경제의 토대가 될 때 시장은 개인과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고 진보시키는 선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시장경제의 모순과 야만성을 극복할 인문학적 취업지도가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