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 호주 빅토리아주를 강타한 동시다발적 산불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08명이 목숨을 잃고 78명이 부상한 가운데 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사망자가 130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산불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지 사흘째 되는 9일 오전 현재 빅토리아주 31군데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피해 상황 =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현재 사망자수가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08명으로 늘었다고 밝히면서 이는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밤사이 산불이 휩쓸고 간 지역에 대해 시신 발굴 작업에 나서 사망자를 추가로 찾아냈다.
이와 함께 78명이 부상한 가운데 이중 11명은 중태에 빠져 있어 사망자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멜버른 북쪽 킹레이크 지역 및 주변지역 주택 550채 등 최소한 750채의 가옥이 전소됐다.
이에 따라 3천7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산불로 34만ha의 삼림이 불탔다.
빅토리아주 경찰청장 크리스틴 닉슨은 "호주인들은 앞으로도 나쁜 뉴스를 접해야 한다"며 "전소된 주택에 있었던 주민들이 열기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아 수색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사망자는 킹레이크웨스트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인트앤드루스, 캘리그니 각 10명, 메리스빌 8명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소된 주택 수색을 마무리하면 사망자수는 최소한 130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 진화 작업 = 정부는 3만여명의 소방관과 긴급구조요원들을 산불 현장에 투입해 진화와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날로 3일째 대대적인 진화작업이 진행되면서 많은 소방관들이 부상하거나 탈진한 상태다.
정부는 다행히 지난 7일과 8일에 비해 습기를 많이 품은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데다 기온도 많이 떨어져 산불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비치워스를 비롯해 처칠과 머린딘디, 킹레이크, 번입 등 5개지역이 산불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북동쪽 비치워스가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며 "소방관들이 비치워스 지역에 집중 배치돼 산불 피해를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대응 = 정부는 산불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비가 내리지 않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 현재에도 빅토리아주 31군데에서 산불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케빈 러드 총리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멜버른에 머물면서 산불 동향을 지켜볼 예정이다.
러드 총리는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을 위해 관련 장관들과 대책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먼저 이재민 1인당 성인은 1천호주달러(90만원), 어린이는 500호주달러(45만원)를 현금으로 각각 지급해 생필품을 구입하도록 했다.
또 군의 산불진화 및 복구, 사체발굴 작업 등을 독려할 계획이다.
군은 현재 각종 중장비 등을 산불 현장에 집중 배치해 놓고 작전을 펼칠 준비를 해 놓고 있다.
하지만 산불 진화 작업 경험이 있는 군 장병이 거의 없어 진화작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500채의 임시막사를 피해 현장 주변에 설치했다.
◇ 정치권 대응 = 의회는 이날 빅토리아주 산불과 퀸즐랜즈주 홍수로 열리지 못했다. 의회 중단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에 대비, 캔버라에 모였던 빅토리아주 출신 국회의원들은 현재 빅토리아주로 되돌아가 자택 등에 머물면서 사태 진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은 필요하다면 의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420억호주달러(37조8천억원상당)규모의 재정지출안 심의가 지연되게 됐다.
◇ 피해지역 = 산불로 마을 전체가 전소된 메리스빌의 경우 겨울철 눈이 내리면 주변에 스키장이 개설되는 등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이름이 나 있다.
가장 극심한 산불 피해를 본 메리스빌 등 빅토리아주 주도 멜버른 북동쪽 야라계곡 마을들은 주에서도 절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폐허가 되다시피해 당분간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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