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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신문

[독자마당] 봄바람이 분다

시린 겨울이 지나가고 캠퍼스에 봄이 찾아왔다. 오랜만의 대면 수업으로 학교가 시끌벅적해져서 복학생인 나도 조금이나마 캠퍼스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헌내기가 되자마자 코로나가 터져 후배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군대에 가게 된 나는 다시 새내기가 된 것만 같았다.

 

지난겨울까지 우리에겐 많은 고비가 있었다. 선후배끼리 밥 한 끼, 술 한 잔 마시는 게 너무 큰 어려움이 돼버렸고, 얼굴을 맞대고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게 불가능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코로나19라는 다섯 글자가, 우리의 일상에서 많은 즐거움을 빼앗아 가버렸고 그 자리를 차가운 음울함으로 채웠다. 그래도 우리는 묵묵히 견뎌왔다. 서로 도와가며 손 내밀며 잘 이겨내 왔고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학교에 다니다 보면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분명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게 아닌데도 길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심지어 몇몇 학생 커뮤니티에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마스크를 벗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고지가 멀지 않았지만 아직 우리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모든 게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두렵다. 잠깐의 방심으로 우리가 앞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또 빼앗길까 봐.

 

이전에도 몇 번 예전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곧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고, 길고 긴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기뻐했지만, 잠깐의 방심으로 모든 걸 잃었다. 기회는 찾아왔고 우리는 그것을 놓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패배의 원인은 방심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잊어버렸다. 점차 우리는 이 사태를 끝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비웃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캠퍼스에 봄이 왔다. 봄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오진 못했지만, 이것은 잠시뿐일 것이다. 봄이 오기 전 잠깐의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뿐인 어려움이다. 우리는 무사히 이겨낼 수 있고 일상을 되찾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이 버겁다고 우리가 포기하거나 방심한다면, 또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다시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이제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우리의 인내와 노력에 달려있다. 밥 한 끼, 술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어렵지 않았던 그때로 하루빨리 돌아가길 바라며 잠깐의 꽃샘추위를 묵묵히 견뎌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