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 19년을 공직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권력의 민낯을 가장 날카롭게 조명한 영화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더 킹>을 꼽고 싶다.
이 영화는 한 젊은 검사의 공직 생활을 통해 권력의 달콤함과 추악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권력만을 좇는 공직자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결말을 잘 그리고 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선배 검사 양동철(배성우 분)이 후배 검사인 박태수(조인성 분)에게 사건기록 보관실에서 수없이 쌓여있는 사건 서류를 보여주며, “여기 있는 게 다 사건이야. 근데, 이게 세상에 나갈지 말지는 내가 정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장면은 자신의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빌린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공직자 자신의 힘과 권력이라 착각하는 것이 부패의 시작점이며,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공직자는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됨을 잘 보여준다. 결국 권력이 국민을 위한 수단이 아닌 개인의 소유물로 전락할 때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관객들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더 킹은 한강식(정우성 분)의 일생을 통해서 권력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힘은 그 흐름이 바뀌면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스스로의 능력으로 현재의 위치를 차지한 것이라 확신하는 한강식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마다 미신이나 무속에 의지하는 모습은 권력의 희극적 측면을 잘 보여주는 장치이다. 이 외에도 영화는 권력의 사유화에 매진하는 부패한 공직자의 사고방식과 일상을 마치 직접 경험해본 것처럼 잘 묘사하고 있다.
대학 시절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장 치열한 시기이다. 후에 내가 공공조직에서, 또는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에 따른 권한이 따라온다. 성공가도를 달릴수록 권한은 더욱 커지고, 그에 따른 은밀한 유혹과 기회 역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권력을 바르게 사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인내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 힘을 어떻게 공익과 사회적 선(善)을 위해 활용해 나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 나가는 과정이다. 미래 공직자나 기업관리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라면 이에 대한 숙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윤리적 성찰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을 부여받게 된다면 직무상 권한을 나의 사익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유혹에 굴복하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미래의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면, 이 영화와 함께 다음의 질문은 되새겨 보자.
“이 권한은 원래 누구의 것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권한을 쓰고자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