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계명대신문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더 킹’

권력의 달콤함과 그림자

 

대한민국에서 19년을 공직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권력의 민낯을 가장 날카롭게 조명한 영화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더 킹>을 꼽고 싶다.

 

이 영화는 한 젊은 검사의 공직 생활을 통해 권력의 달콤함과 추악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권력만을 좇는 공직자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결말을 잘 그리고 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선배 검사 양동철(배성우 분)이 후배 검사인 박태수(조인성 분)에게 사건기록 보관실에서 수없이 쌓여있는 사건 서류를 보여주며, “여기 있는 게 다 사건이야. 근데, 이게 세상에 나갈지 말지는 내가 정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장면은 자신의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빌린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공직자 자신의 힘과 권력이라 착각하는 것이 부패의 시작점이며,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공직자는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됨을 잘 보여준다. 결국 권력이 국민을 위한 수단이 아닌 개인의 소유물로 전락할 때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관객들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더 킹은 한강식(정우성 분)의 일생을 통해서 권력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힘은 그 흐름이 바뀌면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스스로의 능력으로 현재의 위치를 차지한 것이라 확신하는 한강식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마다 미신이나 무속에 의지하는 모습은 권력의 희극적 측면을 잘 보여주는 장치이다. 이 외에도 영화는 권력의 사유화에 매진하는 부패한 공직자의 사고방식과 일상을 마치 직접 경험해본 것처럼 잘 묘사하고 있다.

 

대학 시절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장 치열한 시기이다. 후에 내가 공공조직에서, 또는 기업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에 따른 권한이 따라온다. 성공가도를 달릴수록 권한은 더욱 커지고, 그에 따른 은밀한 유혹과 기회 역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권력을 바르게 사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러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인내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 힘을 어떻게 공익과 사회적 선(善)을 위해 활용해 나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 나가는 과정이다. 미래 공직자나 기업관리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라면 이에 대한 숙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윤리적 성찰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을 부여받게 된다면 직무상 권한을 나의 사익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유혹에 굴복하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미래의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면, 이 영화와 함께 다음의 질문은 되새겨 보자.

 

“이 권한은 원래 누구의 것인가? 나는 누구를 위해 이 권한을 쓰고자 하는가?”





[기자칼럼] 대한민국, 희생자를 자처하는 우리 사회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독일의 학살로부터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민족 국가 건설을 위한 사상인 시오니즘을 발전시켰다. 학살의 기억과 시오니즘은 세대에 걸쳐 군사적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명분이 됐다. 그렇게 오늘날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공격을 민족의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 채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게까지 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 겪었던 민족의 아픔을 정체성으로 삼아 희생자 지위를 이어받는 후속세대의 사고방식을 ‘희생자 의식 민족주의(Victimhood nationalism)’라 한다. 과거에 받은 피해를 근거로 지금 행동에 도덕적 정당성을 호소하는 희생자 의식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을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로 만들었다. 한 예로 젠더 갈등 속에서 래디컬 페미니즘 진영은 남성을 가부장제 속 수혜자, 여성을 피해자라 주장하며 사회적 배려와 보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혁명보다는 고결한 희생자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미러링이란 이름으로 혐오 표현을 반복했다. 반대로 젊은 남성층 일부는 병역 의무와 역차별 등을 근거로 피해자를 자처하고 인터넷상에서 드러나는 극단적 성향을 정당화했다. 이들은 개인의 경험을 사회 구조로 결부시키는 사회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