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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과시와 협찬에 얼룩져가는 ‘슈퍼맨’의 육아

육아는 어쩌다 ‘관찰 예능’이 되었나?

지난 한 해 예능의 대세는 단연 ‘육아 예능’이었다. 예전과 큰 차이는 출연 연예인들의 집을 ‘무대’로 쓴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이 ‘보육원’ 등을 찾거나 ‘위탁’ 형태로 ‘남의 아이’를 한동안 돌보며 일종의 사회적 기여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집에서 자기 아이를 키우는 ‘일상’을 보여준다는 게 의도다.

사회 경제적 요인 때문에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니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며 대리만족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으니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 예능’을 보는 것일까. 사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TV 볼 시간이 없다. 불과 몇 초 사이에도 다치고 위험해질 수 있는 게 아이들이다. 잠시 짬이 나더라도, 육아에도 지쳤는데 TV에서까지 (남의) 아이와 씨름하는 일은 피하고 싶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육아 예능은 어떤 사람들이 볼까? 육아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조만간 아이를 낳거나 키울 계획이 없는 젊은이들, 무뚝뚝한 청소년 자녀의 귀엽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부모들, 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고 가끔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예능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화면 속 아이들은 실제 세상의 아이들과는 딴판이다. 인형처럼 예쁘고 질서도 잘 지키고 말을 아주 예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 무엇보다 안전하다. 세상에 다시없을 깜찍함만을 선사한다.

육아 예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아빠! 어디 가?>였다. 아빠들이 육아에 서툰 점을 적극 반영해 아이와 단둘이 친밀감을 쌓아가는 포맷이, 역시나 육아에 서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그런데 KBS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부터는 연예인의 집 공개와 ‘일상’이 중심이다. 초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이제 해당 연예인의 ‘명성’에 맞는 호화로운 집과 원 없이 육아용품을 쓰는 연예인 자녀들의 풍족함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각종 협찬과 간접광고(PPL)에 대한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아기들의 귀여움 덕에 위안을 받는다는 시청자들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 대로 삶
을 이끌 수 있는 사회라면, 이런 프로그램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풍족함 속에 아이를 키우는 자가 현실에서도 ‘슈퍼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결혼 생활을 누리고 실제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당연한) ‘기회’가 사라진 자리를, ‘관찰’과 ‘시청’으로 달래라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