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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정비소] ‘국위선양’, 낱말 속 담긴 숨겨진 이야기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 제국을 널리 알리자는 뜻으로 사용

“여러분들은 국위선양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국위선양이란 나라의 위세를 널리 알린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위세를 널리 알린 스포츠 스타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스포츠 스타는 바로 축구스타 박지성입니다.(중략)” 이는 **대학 광고홍보학부 학생의 블로그에 올라있는 글 가운데 일부이다. 이 글을 쓴 대학생은 친절하게도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국위선양(國威宣揚) 풀이를 실어주고 있다. “국위선양: 나라의 권위나 위세를 널리 떨치게 함.”


‘표준국어대사전’은 국위선양이란 말이 일본의 명치정부를 뜻하고 있음에도 이의 속 깊은 내용을 밝혀놓고 있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위선양이란 명치정부를 널리 알리자는 뜻으로, 그 어원은 1868년 4월 6일 발표한 명치 원년 5개조(明治元年 五箇條)가운데 제2조에서 유래한다. 해당조항을 보면 “기원제에서는 출정장병의 무사안녕과 싸움터에서 국위선양(명치정부)할 황군장병의 무운장구를 빌라.”고 되어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뜻도 모르고 ‘국위선양’이란 말을 쓰지만,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함께 동고동락한 여성독립운동가 정정화(1900-1991, 1990년 애족장) 지사는 그의 책 ‘장강일기’(학민사, 1998)에서 국위선양이란 말이 메스껍다고 했다. 아래 내용은 정정화 지사가 했던 말이다.


“우리 동포가 원양 선박의 선장이 된 것도 자랑, 국제적인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명성을 떨치는 것도 자랑, 어느 분야에서든지 이름이 났다하면 민족의 영웅으로 칭송된다. 우리는 이것을 ‘국위선양’이라 하지만 이 말은 과거 왜인들이 즐겨 쓰던 말로 군국주의 냄새가 물씬 풍겨서 그 말만 들어도 속이 메스꺼운 것이 내 심정이다.”


‘국위선양’이란 말이 한국에 등장한 것은 1908년 6월 5일 ‘대한학회월보’ 노정학의 ‘외국무역론’에 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1930년대 이후 신문 잡지에서 집중적으로 보인다. 1939년 7월 8일 ‘동아일보’엔 “성전(聖戰) 2주년의 역사적 기념일을 맞아 조선 전역에 흥아(興亞)의 기운이 넘치도록 남산의 조선신궁(朝鮮神宮)에서 미나미 총독 등이 참석하여 국위선양 기원제(國威宣揚祈願祭)”를 거행했다는 기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부산일보’ 1915년 1월 1일에는 새해를 맞아 명치왕 부부 사진과 함께 ‘성수무강 국위선양(聖壽無疆 國威宣揚)’이란 제목이 1면을 장식하는 등 ‘국위선양’이란 말이 명치정부를 뜻하고 있음을 많은 기사에서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위선양을 당장 쓰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쓰더라도 이 말이 시사하는 근본적인 뜻을 알고는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