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계절 가을, 우리대학에서도 ‘2007 계명일상전환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가을축제가 열렸다. 그 내용은 주막, 초청가수무대, 비사응원제, 프레젠테이션 대회, K-Up 오디션 등으로 다양했지만 초청가수의 공연과 주막이 주를 이루는 것은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인기가수를 보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기회. 이것을 상업주의에 물든 요즘 대학축제 문화라고 표현하면 비약일까.
1961년 군사정변이후 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독립영화 제작, 여성의 성차별 금지운동, 연·고전과 같은 아마추어리그 등 소위 3S정책에 반하는 활동들은 필연적으로 학생과 군부정권간의 갈등을 야기했다. 바로 이 무렵부터 여러 대학에서는 이른바 축제라는 이름 하에 각종 학술토론·발표, 가두시위, 행사와 오락 등이 산발적으로 이뤄졌다.
1980년대부터 축제는 통합을 의미하는 ‘대동제’로 불리게 된다. 당시 대동제를 주관했던 총학생회는 전두환, 노태우 등으로 대표되는 군사독재 권력과 맞서 싸우는 주체였다. 자연히 대동제는 독재정권의 비리를 폭로하고 민중들의 힘겨운 삶을 묘사하는 양상을 띠었다. 80년대 대동제는 소비·향락적이라기보다는 청년들이 평소 자유롭게 말 할 수 없었던 사회적·정치적 견해를 펼치는 장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 학부제의 도입, 96년 연세대 사태, 98년 IMF 등으로 인해 대학축제에서 정치적 색깔이 사라졌다. 또한 학생들의 참여는 점차 줄어들고 대중성·상업성은 짙어졌다. 다시 말해 축제가 일탈의 소재로서 오락적 역할에 더 비중을 두게 된 것이다.
오늘날 축제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가속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모시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물론 대학에서 축제가 가지는 기능 중 오락적 요소가 빠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학의 정신인 학문탐구, 전문성 획득,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성숙의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계명인은 자본주의가 낳은 ‘상업주의’라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건강한 대학인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