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뻬드로 알모도바르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스페인 영화감독이다. 현재 스페인 영화계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계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그의 예술 세계에 걸맞게 상복도 많이 누렸고 많은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스페인 영화를 두고 너무 야하다거나 정신이 없다거나 뭔지 모르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특히 한국에 소개된 일부 영화들은 선정적인 면만 부각되어 그 선정성이 스페인 영화의 특징처럼 자리 잡은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선정적인 면이 선정성 그 자체를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영화를 즐기다 보면 알게 된다. 영화로서의 적합성이나 적절성의 여부를 놔두고 그들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기를 즐겨하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 그런 면이 강조되어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해당국가의 문화·사회적 배경과 국민의 생활을 이해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영화 감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뻬드로 알모도바르는 정말로 독특한 취향을 자신의 작품에 고집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인간관계, 변태심리, 성에 대한 집착, 엽기적 살인이나 폭력, 인간의 원초적 본능 등이 그의 필름 속에서 예리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성적 약자인 여자나 성적 소수자는 사실은 여러 모습으로 억압되고 상처받아 신음하고 아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렇게 알모도바르는 양성애와 동성애가 뒤섞인 애정관계라든지 자살이나 포르노 등과 연관된 작품들을 통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본능을 솔직하게 들추어내어 평범한 보수 세력에 반항한다. 따라서 지식인이나 도덕주의자, 순수영화 형식주의자들에게 그의 영화는 최악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아주 수다스럽게 나타나며 회화적인 아름다운 화면을 통해 사람간의 삶을 그린다는 점에서 매우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독창성으로 인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2002년도의 ‘그녀에게’는 음악과 미술, 무용 등 예술 전반에 관한 알모도바르의 관심이 잘 드러난 영화이다. 특히 브라질 출신의 명가수 까예따노 벨로소가 부른 ‘꾸꾸루꾸꾸 빨로마’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2006년 ‘귀향’에서도 그의 여성과 모성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같은 운명적인 삶을 걸어야 했던 어머니와 딸의 가슴 뭉클한 화해의 장면을 연출했다. 이 영화에서도 뻬드로 알모도바르는 ‘귀향’이라는 노래로 영화속 그의 음악 세계에 소홀하지 않았다. 이렇듯 그의 영화는 아주 강렬하고도 따뜻하며 수다스러운 가운데 평화롭고, 색색의 화면이 내 속마음처럼 진하게 투영된다.
스페인을 알고 싶은가? 아니면 내면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 싶지는 않은가? 한나절 평범한 상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